![포천 한탄강의 휠체어 무료 대여소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3688588791-bcpsm4.jpg)
포천의 가을은 유독 분주하다. 은빛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명성산부터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이르기까지, 자연이 빚어낸 절경을 찾아 전국 각지에서 인파가 몰려든다. 시 당국 역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사계절 관광지와 힐링 공원을 정비하고 꽃과 나무를 심으며 ‘머물고 싶은 힐링 도시 포천’을 소리 높여 외친다.
그러나 이 찬란한 풍경의 이면에는 엄연한 ‘장벽’이 존재한다. 제196회 포천시의회 정례회에서 나온 김현규 의원의 시정질문은 포천시가 그동안 간과해온 행정의 맹점을 정확히 짚었다. "좋은 시설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누구나 그곳에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일"이라는 그의 일성은 단순한 지적을 넘어, 포천시 공공 정책의 본질적인 지향점을 되묻고 있다.
실제로 솔모루근린공원과 아우리지공원은 인근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가장 자주 찾는 도심 녹지 공간이다. 하지만 휠체어 이용자나 유모차를 끈 양육자, 보행보조기에 의지하는 어르신들에게 이들 공원은 진입부터 난관의 연속이다. 높은 단차, 비포장 보행로, 경사로 부재 등은 이동 약자의 발걸음을 정문 밖에서 멈춰 세운다. 한탄강생태경관단지 역시 마찬가지다. 마당교 부근에서 연결되는 진입 동선이 가파르고 험해, 몸이 불편한 시민이나 영유아 동반 가족은 포천이 자랑하는 절경을 눈앞에 두고도 발길을 돌려야 한다.
이러한 현실은 포천시가 이미 제정·시행 중인 「포천시 무장애 도시 조성 조례」를 무색하게 만든다. 조례가 존재함에도 현장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동안 행정이 무장애(Barrier-Free)를 ‘복지 부서만의 전유물’로 치부하거나, 시설을 완공한 뒤 뒤늦게 경사로 하나 덧대는 식의 사후 땜질식 처방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오는 2027년 10억 원의 시비가 투입될 솔모루근린공원 ‘세대이음정원’ 조성사업은 포천시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꿀 중대한 시험대다. ‘세대이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가 어우러지려면, 설계 도면을 그리는 첫 단계부터 무장애 동선이 필수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화려한 조경 시설이나 포토존을 채우는 것보다, 휠체어 바퀴가 매끄럽게 굴러갈 수 있는 평탄한 보도블록과 완만한 경사로를 확보하는 것이 진정한 ‘이음’의 출발점이다.
포천은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도농복합도시다. 보행 약자는 전체 인구에서 극소수 소외계층이 아니라, 우리의 부모이자 아이들이며 내일의 우리 자신이다. 무장애 인프라는 특정인을 위한 시혜적 복지가 아닌, 모든 시민과 방문객을 위한 기본적 사회 인프라다.
김 의원이 제안한 공원·관광지 전반의 무장애 실태조사와 신규 사업 시 무장애 설계 의무 검토 행정체계는 이제 즉각적인 실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관광과 정원, 도로와 건축을 담당하는 모든 부서의 업무 지침에 ‘접근성 사전 검토’가 필수 원칙으로 자리 잡지 않는 한, 조례는 종이 위의 선언에 그칠 뿐이다.
누구나 제약 없이 자연을 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관광 포천’의 품격도 완성된다. 가장 아름다운 정원은 꽃이 만발한 곳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턱없이 열려 있는 정원이다. 포천시정이 문턱을 낮추고 길을 넓히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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