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천시 43번 국도 만세교검문소 인근. 철원 방향으로 향하는 도로 위로 디젤 분진과 달궈진 타이어 냄새가 뒤섞여 올라왔다. 대형 화물차가 지나갈 때마다 굉음과 함께 노면의 진동이 발밑까지 전해졌다.
차량 통행량이 많은 편도 차로의 갓길, 좌회전과 유턴 차로가 맞물리는 지점에 깊고 어두운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빗물을 빼내는 우수관로의 철재 뚜껑, 이른바 스틸 그레이팅이 차량 하중을 견디지 못한 채 엿가락처럼 휘어 배수구 안쪽으로 꺾여 내려앉은 것이다. 찢겨 나간 철제 단면 사이로 깊이 1m가량의 시커먼 공간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 보수했다는데 또 주저앉은 배수구
현장 주변에는 파손된 철재 뚜껑을 둘러싼 주황색 라바콘 5개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라바콘은 빛이 바래 있었고,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깨진 콘크리트 조각을 받침으로 얹은 것이 사실상 유일한 안전조치였다.
파손 현장이 임시 조치 상태로 방치된 기간은 한 달을 넘겼다.
뒤편 공터에는 플라스틱 방호벽과 깨진 주황색 통, 폐페인트통에 흙과 쓰레기를 채워 만든 지지대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제대로 된 안전시설이라기보다 공사 현장에서 임시로 가져다 놓은 자재에 가까웠다.
더 큰 문제는 이곳이 보수를 마친 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규격과 하중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덮개로 응급 보수를 반복하면서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다시 내려앉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운전자들의 설명이다.
■ 정체 끝 가속 구간… 좌회전·유턴 차량과 맞물려
이 지점은 평소에도 차량이 급제동하는 사고 위험 구간으로 꼽힌다.
포천 시내와 철원을 잇는 43번 국도에는 덤프트럭과 대형 화물차, 버스가 끊임없이 오간다. 특히 만세교를 지나면서 정체가 풀리면 차량들이 속도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
현장을 자주 지나는 한 운전자는 “43번 국도가 워낙 막히다 보니 만세교를 지나면서부터 차량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며 “청국장집 앞부터 차량 흐름이 빨라지는데, 바로 그 지점에 큰 구멍이 나 있어 핸들을 조금만 잘못 틀어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배수구는 좌회전과 유턴 차로에 인접해 있다. 정체를 벗어난 차량이 가속한 상태에서 좌회전 차로로 진입하거나 급하게 유턴을 시도하다가 배수구를 밟을 가능성이 큰 위치다.
차량 바퀴가 구멍에 빠지면 타이어와 휠이 손상될 수 있다. 차량이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으면 뒤따르던 차량과 충돌할 위험도 있다.
■ 야간·우천 때 라바콘 식별 어려워
야간이나 비가 내리는 날에는 상황이 더욱 위험해진다.
노면의 배수구와 파손된 철재 구조물이 어두운 도로에 묻히고, 주변에 놓인 라바콘도 충분한 반사 기능을 하지 못하면 운전자가 위험 지점을 인식하기 어렵다.
특히 대형차가 앞을 가리거나 맞은편 차량의 전조등이 시야를 방해하면 운전자는 장애물을 발견한 뒤 피할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라바콘 몇 개를 놓아두는 것만으로는 안전조치라고 보기 어렵다”며 “차량 통행이 많은 국도인 만큼 야간 조명과 반사시설, 방호벽을 포함한 제대로 된 임시 안전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하루 수만 대 오가는 도로에 임시조치만 반복
현장에 남은 것은 깨진 아스팔트 조각과 뒤틀린 쇠창살, 그리고 깊게 패인 배수구였다.
차량 하부를 집어삼킬 듯한 구멍이 하루 수만 대의 차량이 오가는 도로 위에 놓여 있지만, 행정의 대응은 임시 조치에 머물러 있다.
배수구 덮개는 단순히 덮어두는 시설이 아니다. 도로를 통행하는 차량의 중량과 반복 하중, 설치 위치, 배수 기능, 덮개 규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설치해야 한다. 특히 화물차와 버스가 빈번하게 통행하는 국도라면 일반 차량용 덮개와는 다른 하중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주민들은 “땜질한 덮개가 다시 내려앉을 때마다 운전자들이 위험을 떠안고 있다”며 “제대로 된 규격의 덮개를 설치하고 주변 노면까지 함께 정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사고가 난 뒤에야 움직일 것인가
만세교 앞 배수구 파손은 단순한 도로시설물 고장이 아니다. 정체가 풀리는 가속 구간, 좌회전·유턴 차로, 대형차 통행, 야간 시야 제한이 한곳에 겹친 교통 위험요소다.
현재의 임시 안전시설만으로는 사고를 예방하기 어렵다. 관계기관은 파손 원인과 덮개 규격, 배수관로 상태를 정밀하게 확인하고, 차량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시설로 교체해야 한다. 보수공사 전까지는 차로 일부를 명확히 통제하고 야간 식별이 가능한 조명과 반사시설도 마련해야 한다.
도로 위 구멍은 이미 운전자들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남은 것은 행정이 그 신호를 사고 발생 전 알아듣는 일이다.
시사큐브 양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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