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기본소득’의 모든 것 [인포그래픽=시사큐브]
‘농어촌 기본소득’의 모든 것 [인포그래픽=시사큐브]

지방소멸 위험 신호가 곳곳에서 울리는 가운데, ‘농어촌 기본소득’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뜨겁다. 한쪽에선 “세금으로 선심성 현금을 뿌린다”는 비판이, 다른 쪽에선 “소멸해 가는 농어촌을 살려낼 유일한 대안”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선다. 농어촌 기본소득의 본질과 경제적 원리, 그리고 현장의 효과를 입증된 데이터와 쟁점 중심으로 짚어본다.

■ 농민수당과 무엇이 다른가… ‘농민’이 아닌 ‘주민 모두’

가장 흔한 오해는 농민수당과의 혼동이다. 농민수당은 흙을 일구는 경작자에게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보상하는 ‘직업 기반’ 지원이다.

반면 농어촌 기본소득은 직업이나 재산, 소득 수준을 일절 따지지 않는다. 행정구역 안에 실거주하는 주민이라면 농민이든, 동네 미용실 사장이든, 어린아이든 상관없이 매월 일정 금액(지역화폐)을 지급받는다. ‘농촌을 지키고 사는 주민 전체가 지역을 유지하는 공공 인프라’라는 철학에 기반한다.

■ 돈은 어떻게 도는가… ‘역내 소비’를 강제하는 순환 고리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급되는 방식은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다. 이 지점에 정책 설계의 핵심이 있다.

지자체 밖으로 돈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관내 소상공인 가맹점으로 사용처를 묶어둔다. 기본소득으로 밥을 사 먹고, 마트에서 장을 보며, 미용실을 이용하면 돈은 고스란히 지역 골목상권으로 흡수된다.

실제 정부와 지자체의 시범사업 데이터에서도 이 같은 순환 효과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경기도 연천군 등 시범지역의 경우 지역화폐 가맹점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빈 점포가 줄어들며 신규 창업이 이어졌다. 단순한 가계 지원을 넘어 ‘지역 내 총수요’를 인위적으로 창출해 내수 경제를 살리는 승수효과를 거둔 셈이다.

■ 인구는 정말 늘어나는가… ‘통계적 반등’과 ‘위장전입의 덫’

기본소득의 궁극적 목표는 ‘인구 유지’다. 2022년 연천군 청산면에서 시작된 시범사업과 전국 주요 군 단위 지자체로 확대된 시범사업 현장에서는 전입 인구가 순증하며 인구 감소세가 멈추는 반전이 일어났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청년층 가구 유입 지표가 개선되며 폐교 위기에 처했던 면 단위 학교들이 활기를 되찾기도 했다.

그러나 그림자도 명확하다. 기본소득 수령만을 목적으로 한 ‘위장 전입’ 논란이다. 실거주 여부를 엄격히 실사하지 않으면 빈집에 주소만 올려놓고 돈만 타가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지자체들은 이통장 네트워크를 통한 실거주 전수조사와 엄격한 거주 확인 제도를 안전장치로 두고 있다.

■ 재정 부담 vs 소멸 비용… “어떤 비용이 더 싼가”

가장 첨예한 쟁점은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재정 지속 가능성이다. 수십조 원의 국비를 쏟아붓는 것이 과연 온당하냐는 반문이다.

하지만 찬성 측은 ‘소멸 방치 비용’과의 비교를 제기한다. 도로를 깔고 대형 건물을 지어봤자 사람이 떠나면 유령 인프라로 전락해 천문학적 매몰비용이 발생한다. 콘크리트 토목공사에 예산을 낭비하느니, 사람에게 직접 기본소득을 지급해 지역의 생산과 소비를 지탱하는 것이 국가 전체적으로 훨씬 ‘가성비 높은 투자’라는 논리다.

결국 농어촌 기본소득은 도덕적 시혜가 아니라,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경제적 사회실험’이다. 퍼주기라는 낙인을 넘어, 철저한 실거주 검증과 교육·의료 인프라 확충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농어촌의 지속 가능한 생존 해법으로 완성될 수 있다.

양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