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의 한 아파트단지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단지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단지 건설 현장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단지 건설 현장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

의정부는 언제부터 아파트만 짓는 도시가 되었나. 김동근 전 시장의 물음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70년간 국가안보를 위해 내어준 땅의 마지막 조각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에 대한 도시 정체성의 질문이다.

지난 10월 29일, 국토교통부는 호원동 다락원 일대 28만㎡에 2,6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군반환공여지 캠프 잭슨이 포함됐다. 정부는 주택 공급이라는 숫자를 제시했지만, 의정부가 잃을 수 있는 것은 숫자 너머의 기회다.

첫 번째 기회는 자족이다. 의정부의 역설은 이미 통계로 확인된다. 25년간 인구는 27.8% 늘었지만 재정자립도는 61.9%에서 24.5%로 반 토막 났다. 세대수는 80% 급증했고, 세대당 인구는 3.07명에서 2.17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인구가 늘어도 세수는 늘지 않고, 복지비 비중 61.6%를 감당하기 버거운 구조. 아파트가 도시를 키우지 못한다는 증거다.

두 번째는 일자리의 질이다. 김 전 시장이 꺼내든 2021년 GRDP 비교는 아프다. SK하이닉스가 있는 이천시 1인당 GRDP 약 1억3,000만 원, 의정부시 약 1,600만 원. 8.1배의 격차는 경기도 최하위라는 순위표를 넘어, 도시가 무엇을 먹고사는가에 대한 성적표다. 캠프 잭슨 8만4천㎡에 대웅개발과 추진하던 바이오 거점, 기대 일자리 1,000개가 갖는 무게는 2,600호라는 주택 호수보다 가볍지 않다. 아파트는 분양 즉시 소진되지만, 기업 유치는 도시의 20년 먹거리를 결정한다.

세 번째는 가역성의 문제다. 도시는 아파트를 지은 뒤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다. 산업용지는 아파트가 될 수 있지만, 아파트 부지는 다시 산업용지가 되지 않는다. 반환공여지라는 마지막 카드를 주택으로 소진하는 순간,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의정부의 마지막 산업 전환 시나리오는 접힌다. 남은 캠프 레드클라우드, 캠프 카일, 캠프 스탠리의 운명도 같은 공식으로 밀려날 수 있다.

김 전 시장이 지적한 교통과 소비의 악순환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왕복 2시간 15분의 서울 통근, 예대율 160.4%의 가계부채 구조에서 퇴근 후 골목상권으로 향하는 발길은 희박하다. 일자리는 서울에 두고 주거만 의정부에 두는 베드타운 구조가 심화될수록, 시는 인프라 유지비와 교통 혼잡 비용만 떠안고 소비는 역외로 유출된다. 주택 공급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자동 연결되지 않는 이유다.

정부는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혜택’을 말한다. 의정부 시민이 묻는 것은 혜택의 정의다. 70년의 희생에 대한 보상이 또 다른 주택 공급지로 고착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혜택이 아니라 역할의 고정이다. 국가의 주택 목표와 도시의 자족 전략이 충돌할 때, 누가 누구의 미래를 결정하는가.

이번 논란의 본질은 2,600호를 짓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반환공여지라는 유한한 자원을 둘러싼 도시의 철학을 누가, 어떻게 결정하느냐다. 중앙정부의 공급 논리, 지자체의 재정 논리, 그리고 시민의 삶 논리가 같은 테이블에 올려져야 한다. 기반시설 귀속 여부와 세수 순편익, 일자리 연계 효과 같은 핵심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계획 수립 이전 단계부터 시민 숙의를 보장하는 절차가 필요한 이유다.

아파트 2,600호는 3년이면 올라간다. 그러나 기업 1,000개 일자리가 만드는 30년은 3년 안에 설계하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 캠프 잭슨의 땅이 묻고 있는 것은 결국 한 가지다. 의정부는 앞으로도 서울의 침실을 자처할 것인가, 스스로의 일터를 만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