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은 어디로 흐르고, 그 돈은 누구의 내일을 만들고 있을까? 우리가 일하고 소비하며 모은 자산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이웃의 일자리와 상점, 문화와 공동체를 살리는 데 쓰일 수는 없을까.
이 묵직한 물음에서 출발한 ‘지역살림 활성화 포럼’이 경기 북부의 미래를 밝히는 논의의 장으로 막을 올렸다. 단순한 경기 부양을 넘어, 경기 북부와 의정부가 처한 구조적 한계를 진단하고 경제·금융·문화를 아우르는 종합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 구조적 한계와 ‘차가운 자본주의’의 진실
그동안 지역경제 정책은 기업 유치, 산업단지 조성, 관광 개발 등 실물경제 중심에 머물렀다. 그러나 자본의 대형화·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며, 지역에서 창출된 예금과 금융자산이 본점과 중앙 자본시장을 거쳐 대기업·부동산으로 이동하는 ‘역외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통계는 그 기형을 보여준다. 경기 북부 10개 시·군의 대출 잔액이 예금 잔액을 크게 웃도는 구조. 겉으론 자금 공급이 원활해 보이지만, 실상은 기업 설비투자나 기술개발·고용이 아닌 가계와 주택·부동산 담보대출에 편중된 ‘착시’다. 이는 가처분소득 감소로 이어져 지역 내 소비와 생산의 맥을 끊는 배분 불일치로 귀결된다. 서울·경기 남부 중심의 획일적 금융 규제 속에서 경기 북부는 독자 산업 기반을 다지지 못한 채 소외돼 온 것이다.
■ 경제·금융·문화가 하나로 뭉치는 순환경제 청사진
포럼에서는 이 한계를 타파할 세 가지 축이 제시됐다.
첫째, 금융의 재구축이다. 실물 순환을 뒷받침할 ‘경기북부형 지역순환 금융체계’다. 지역화폐를 통한 소비 순환, 관계금융을 통한 신용 순환, 공공금융을 통한 투자 순환을 하나로 엮는다. 신용점수와 담보 위주의 차가운 평가에서 벗어나 상인과 주민의 거래 이력과 신뢰, 평판을 반영하는 관계금융이 소상공인의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둘째, 실천적 민생 전략의 확대다. GTX 시대 개막 등 외부와 연결이 빨라질수록 의정부 자본이 서울로 빠져나갈 위험은 더 커진다. 이에 대응해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각종 위원회 수당과 공공 보조금, 급여 계좌를 지역 상호금융(새마을금고·농협·신협)으로 유도해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실무 제안이 이어졌다. 승수효과 1.4~1.8배로 검증된 지역화폐의 판을 키우는 것이 가장 빠른 방어막이라는 것이다.
셋째, 문화예술과 상권의 결합이다. 문화는 향유의 대상을 넘어 주민 발길을 골목으로 이끄는 매개체다. 2007년부터 성남에서 운영된 ‘문화통화 넘실’처럼 봉사와 공연, 공간 제공을 지역통화로 교환하거나, 경기문화재단의 ‘문화누림 지역화폐 드림’처럼 문화시설 이용료 일부를 지역화폐로 환급해 주변 상권 소비로 잇는 방식이다. 예술가에게는 무대를, 시민에게는 효능감을, 상인에게는 매출을 주는 삼중 선순환이다.
■ 시민의 힘으로 시작하는 ‘빅 어드벤처’
지금 의정부는 완벽히 구축된 시스템 속에서 안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위기 도시 탈출을 위해 행정이나 시의회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시민과 소상공인, 노동·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직접 움직여야 한다.
“지역의 돈이 지역의 필요를 만나고, 그 흐름이 주민의 삶과 일자리, 문화예술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번 포럼은 완성된 정답을 내놓는 자리가 아니었다. 부족할지라도 현장에서 답을 찾고, 작은 실험부터 시작해 의정부를 환골탈태시킬 ‘빅 어드벤처(Big Adventure)’의 불씨를 지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역의 돈으로 지역의 내일을 살리는 위대한 첫걸음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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