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 신북면 만세교리는 국가 간선도로와 교차로, 교량, 버스정류장, 산업시설이 한데 얽힌 생활 공간이다. 그러나 도로 구조가 복잡한 데 비해 안전시설은 부족하고, 보행로는 끊겼으며, 대중교통 이용 시설도 주민들의 일상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자원회수시설 증설과 주민지원금 배분을 둘러싼 갈등까지 겹쳤다. 주민들은 위험한 도로를 직접 통제하고, 예초기를 들고 잡초를 제거하며, 지원금 관련 법령과 정관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호소한다.
이번 기획은 특정 주민이나 단체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도로 구조와 안전시설의 문제를 확인하는 것.
둘째, 보행자와 대중교통 이용자의 이동권이 행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이유를 짚는 것.
셋째, 공적 성격을 가진 주민지원금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되고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민들의 증언과 현장 모습을 바탕으로 하되, 포천시·경찰·국토관리기관·주민지원협의체·지역 정치권의 입장을 함께 확인하는 방식으로 보도한다. 제기된 의혹은 관련 자료와 법령, 회의록, 명부, 예산·집행 내역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검증하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은 의혹 또는 주장으로 구분한다.

[심층기획 : 만세교리의 비명 1] 도로 위의 시한폭탄, 역주행과 불법 유턴 아스팔트 할퀴는 급제동 소리에 노랗게 질린 얼굴들… 만세교삼거리 '죽음의 외줄타기' 포천 방면 좌회전 차량, 유도선 없는 기형적 교차로에 갇혀 반대 차선 돌진 구·신검문소 삼거리 불법 유턴 상습화… "바닥 점선 하나, 박스 카메라가 그리 어렵나"
찢어질 듯한 타이어 마찰음이 고막을 때렸다. 매캐한 고무 타는 냄새가 채 가시기도 전에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법인택시가 코앞에서 멈춰 섰다. 운전석 너머로 보이는 택시기사의 얼굴은 노랗게 질려 있었다.
포천시 신북면 만세교삼거리에서 최근 목격한 장면이다. 이곳에서는 사고를 피한 일이 ‘기적’처럼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운전자의 부주의가 아니다. 교차로 구조 자체가 초행 운전자를 혼란에 빠뜨리고, 역주행과 불법 유턴을 유발하는 ‘도로 위의 함정’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유도선 없는 교차로… 좌회전 차량이 반대 차선으로
금주리와 일동 방면 구도로에서 빠져나온 차량이 1차로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으면 문제가 시작된다.
차량이 포천 시내 방향으로 진입하려면 정상 차로를 찾아야 하지만, 교차로의 회전 반경이 길고 진행 방향을 안내하는 유도선이 뚜렷하지 않아 운전자가 순간적으로 방향을 잃기 쉽다.
일부 차량은 중앙분리대 안쪽을 따라 반대편 차선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정상 주행 차량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맞은편 마을 방향 신호가 적색으로 바뀌어 차량 흐름이 잠시 끊기면, 역주행 차량이 자신이 올바른 차로에 들어선 것으로 착각한 채 속도를 높이는 모습도 목격된다.
한 주민은 “처음 이곳을 찾은 운전자는 차선을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며 “차량이 반대 차선으로 들어오는 장면을 여러 차례 봤다”고 말했다.
■ 음주 역주행 차량까지… 주민이 직접 막아 세워
최근 밤에는 술에 취한 외국인 운전자가 동승자를 태운 채 역주행 차로로 진입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를 목격한 인근 주민 A씨는 차량을 가로막아 멈춰 세웠지만, 운전자는 그대로 달아났다. A씨는 휴대전화로 촬영해 둔 차량 번호를 바탕으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차량을 추적한 끝에 운전자를 붙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이 사실상 임시 교통안전요원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만세교 삼거리 인근에서 사료가게를 운영하는 A씨 부부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도로로 뛰어나간다. 정상적으로 주행하던 차량을 손짓으로 멈춰 세우고, 갈 곳을 잃은 역주행 차량을 가게 앞마당으로 유도해 방향을 돌리도록 돕는다.
사료 포대가 쌓여 있는 가게 주차장이 사실상 비상 회차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차량이 잘못 들어오면 운전자도 당황하고 맞은편 차량도 급제동한다”며 “그때마다 주민들이 뛰어나가 사고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 구·신검문소 삼거리도 상습 불법 유턴
만세교1리 호텔 맞은편 구검문소 삼거리와 신검문소 삼거리 일대 역시 교통 위험이 반복되는 구간이다.
철원과 일동 방면으로 차량 흐름이 나뉘는 이 일대는 출퇴근 시간마다 정체가 심해진다. 긴 대기행렬을 견디지 못한 차량이 신호를 무시하고 불법 유턴을 시도하는 일이 잦다.
구검문소에서는 일동 방면 좌회전이 제한돼 있어 차량이 상부 인터체인지를 이용해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일부 운전자는 우회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핸들을 꺾는다.
직진 차량과 불법 유턴 차량이 뒤엉키면서 충돌 위험은 더욱 커진다.
A씨는 “나도 유턴 구간에서 사고가 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차량이 조금만 늦게 반응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 주민들 “유도선과 단속카메라 설치해야”
주민들이 요구하는 대책은 비교적 구체적이다.
우선 포천 방향으로 진입하는 차로에 흰색 유도선을 명확히 표시해 초행 운전자가 진행 방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선 흐름과 회전 경로를 노면에 직접 표시하면 반대 차선 진입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단속 장비 설치 요구도 나왔다. 주민들은 사료가게 진입 전 파손된 맨홀과 신호등이 있는 구간을 비롯해 운천·포천 방향, 일동 진입 램프 구간 등 3~4곳에 박스형 고정식 과속·신호위반 단속카메라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단속카메라가 단순히 위반 차량을 적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전자에게 위험 구간이라는 경고 효과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 주민은 “공무원들에게 현장을 알려서 파악해 달라고 하면 실제 위험 지점까지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주민들이 직접 필요한 위치와 개수까지 제시하는 만큼 현장조사를 제대로 해 달라”고 말했다.
■ “이격거리 규정만 되풀이”… 행정은 현장과 거리
주민들은 관계기관이 카메라 설치를 검토하면서도 카메라 간 이격거리 등 행정 기준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양방향 차로의 위험 지점을 따로 관리하면 될 사안인데도 규정과 절차를 이유로 설치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단속장비 설치에는 관련 기준과 기술적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주민들은 형식적인 검토에 머물 것이 아니라 사고 위험과 차량 흐름, 실제 위반 행태를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만세교삼거리 일대의 문제는 단순한 교통법규 위반이 아니다. 도로 구조와 안내체계의 미비, 불법 유턴을 방치하는 단속 공백, 정체를 해소하지 못하는 교통 운영이 겹쳐 주민과 운전자 모두를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
행정 서류가 책상 위를 오가는 사이, 도로 위에서는 매일 급제동과 경적이 이어진다. 주민들이 더 이상 사고를 막는 마지막 안전장치가 되지 않도록, 관계기관의 현장 중심 대책이 시급하다.
시사큐브 양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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