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 개발제한구역 경기도 시장·군수 협의회 개최 [사진=의정부시]
의정부시, 개발제한구역 경기도 시장·군수 협의회 개최 [사진=의정부시]

[시사큐브=양동원기자] 오랜 기간 '안보'와 '환경'이라는 두 단어 뒤에 가려졌던 주민들의 불편이 테이블 위에 올랐다. 지난 10월 21일 의정부시청 회룡홀에서 열린 '개발제한구역 정책발전 경기도 시장·군수 협의회 제20차 정기회의'다.

경기도 내 개발제한구역을 보유한 21개 시·군 중 8개 지자체 단체장과 부단체장이 모였다.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원기 의정부시장이 회의를 주재했다. 의정부를 비롯해 양평, 김포, 양주, 안양, 하남, 광명, 의왕 등이 참석했다. 수도권 그린벨트 주민들의 공통된 민원을 모아 국토교통부에 전달하는 자리다.

이날 상정된 안건은 총 8건이다. 화성시의 '개발제한구역 농지 내 농촌체류형 쉼터 허용 건의', 남양주시의 '임시 창고 및 주차장 차고 설치 허용', 안양시의 '군부대 유휴부지 활용을 위한 제도 개선', 김포시의 '실외체육시설 부대시설 완화', 하남시의 '이축 건축물 용도변경 절차 간소화', 양주시의 '단절토지 해제 기준 완화', 광명시의 '신축 토지 입지기준 개선', 양평군의 '집단취락지구 주택 수 산정기준 합리화'까지. 하나같이 현장에서 주민들이 겪는 고충과 직결된 안건들이다.

8건 모두 원안대로 만장일치 채택됐다. 협의회는 이를 경기도를 거쳐 국토교통부에 공식 건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형식적으로는 성공적인 회의다.

그러나 숫자는 냉정하다. 2015년 창립된 이 협의회는 그동안 119건의 제도 개선안을 발굴했다. 그중 실제 법령 개정으로 이어진 것은 15건, 법률 개정안 발의로 이어진 것은 7건에 불과하다. 10건 중 1건만이 법이 된 셈이다. 나머지 90건 이상은 건의서 속에서 잠들어 있다.

김원기 시장은 "개발제한구역의 체계적인 보전과 친환경적인 관리도 중요하지만, 수십 년 동안 재산권 침해와 일상 속 주민 불편을 초래하는 불합리한 규제는 시대 변화에 맞춰 합리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안보와 환경이라는 명분으로 의정부를 비롯한 경기 북부 주민들이 감내해 온 중첩 규제는 이미 50년을 넘었다.

문제는 이제 '의장 도시' 의정부의 역할이다. 협의회장을 맡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가 아니다. 21개 시·군의 목소리를 모아 중앙정부를 설득하고, 국회를 움직여야 하는 교섭단체의 장이다. 특히 군부대 유휴부지 활용 같은 안건은 의정부처럼 군사시설이 밀집한 도시에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119건 중 15건이라는 낮은 개정률은 중앙정부의 논리를 보여준다. 그린벨트는 풀면 난개발로 이어진다는 고정관념, 그리고 환경단체의 반대 논리 앞에서 지자체의 건의는 번번이 미끄러졌다.

이번 8개 안건이 또 다른 건의서로 끝나지 않으려면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 농촌체류형 쉼터 허용이 왜 투기 목적이 아니라 농촌 소멸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인지, 군부대 유휴부지 활용이 왜 안보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 상생의 해법인지에 대한 논리와 데이터로 중앙을 설득해야 한다.

의정부가 의장 도시로서 그린벨트 규제의 모순을 풀 수 있을까. 50년 묵은 규제의 문을 여는 열쇠는 만장일치 박수가 아니라, 국회 법안소위에서 살아남는 하나의 조항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