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시사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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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큐브=양동원기자] 의정부시의 전세사고 피해 신고가 509건에 달했다. 경기도 전체 신청 1만 6,411건 중 3.1%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중 283건이 공식 피해자로 인정됐다.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시민의 전 재산이 걸린 주거 안정의 붕괴를 의미한다.

의정부시의회 김호경 운영위원장이 행정사무감사에서 꺼낸 자료는 그래서 더 무겁다. 피해가 특정 지역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가능동과 의정부동. 의정부의 대표적인 원도심이자, 노후 연립과 다세대가 밀집한 곳이다. 주택 유형별 세부 분석 없이 "전세사기 특별법"만 외치는 대책으로는 이 집중의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 왜 하필 가능동인가. 왜 하필 의정부동인가. 그 질문에 답해야 예방이 시작된다.

김 위원장의 지적은 전세사기에서 끝나지 않고 부동산 거래시장 전반으로 확장된다. 2025년 의정부시 공인중개사무소 신규 등록은 56건에 그친 반면 폐업은 100건에 달했다. 폐업이 신규보다 44건이나 많은 셈이다. 25년간 부동산 현장에서 활동해 온 김 위원장이 "특정 직업군의 문제를 넘어 지역경제의 활력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실제 거래량은 더 적나라하다. 제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부동산 매매 거래는 5,220건, 전월세 거래는 1만 5,877건이었으나 2026년 현재 각각 4,732건과 1만 2,223건으로 집계됐다. 금융규제 강화와 서울 중심의 주택 수요 집중이 의정부에 미치는 파급효과다. 거래가 줄면 세수도 줄고, 세수가 줄면 복지와 기반시설 투자도 줄어든다. 전세사기는 주거 문제를 넘어 지방재정 문제로 번지는 연쇄 고리다.

의정부시가 그동안 보여준 행정은 어땠는가. 등록, 관리, 감독 차원의 소극적 행정이었다. 공인중개사무소가 문을 닫는 동안 시는 무엇을 했는가. 피해자 283명에게 실질적인 법률·금융 지원은 제대로 이뤄졌는가. 김 위원장이 주문한 "부동산 정책 및 법률교육 지원, 민관 협력체계 구축, 중개업계와의 정기적 소통"은 그래서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특히 가능동과 의정부동에 대한 원인 분석이 시급하다. 해당 지역의 주택 유형, 임대차 계약 형태, 공인중개사 중개 관행 등을 정밀 분석해 지역 맞춤형 예방책을 내놔야 한다. 예를 들어 위험 주택군에 대한 사전 경고 시스템, 청년·신혼부부 대상 전세사고 예방 교육의 의무화, 폐업 위기에 몰린 성실 중개사무소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부동산 신뢰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만, 회복에는 수년이 걸린다. 509건이라는 숫자는 이미 시민들에게 "의정부에서 전세계약해도 안전한가"라는 불신을 심었다. 이제 의정부시가 답해야 할 차례다. 단순한 피해자 집계가 아니라, 가능동 원도심에서부터 다시 신뢰를 쌓는 구체적인 로드맵으로. 그것이 283명의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