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례 위원은 관광과의 한탄강 통합축제 행사 시설 예비비 지출을 강하게 질타했다.[사진=포천시의회]](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2566700527-ncurg6.png)
12억7,753만4천 원.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이나 긴급한 행정 수요에 대비해 마련한 예비비에서 지출된 금액이다.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복구비도, 집중호우 피해 복구비도 아니다. 한탄강 관광지 일대에 설치한 다목적 행사시설, 이른바 대형 천막 조성에 들어간 돈이다.
포천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 지출을 둘러싼 질의가 이어졌다. 쟁점은 단순히 천막의 가격이 아니다.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축제 관련 시설을 왜 본예산이나 추가경정예산이 아닌 예비비로 처리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의회의 사전 심사가 사실상 배제된 이유가 무엇인지다.
한탄강 가든페스타는 2024년부터 시작됐고, 이듬해 통합축제로 이어졌다. 행사가 예정돼 있었다면 관련 시설 수요 역시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정상적인 재정 운용이라면 본예산에 반영하거나 추경을 통해 의회의 심의를 거치는 것이 순서다.
집행부는 매년 발생하는 행사 천막 임대료를 줄이고 향후 반복 활용하기 위해 직접 시설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취지와 실제 운영이 일치하느냐다.
의회 질의 과정에서는 대형 천막을 확보한 뒤에도 플리마켓 등 일부 행사에서 외부 업체의 소형 천막을 계속 임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대료를 줄이겠다며 예비비로 시설을 마련했지만, 실제 절감 효과가 얼마나 발생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공공시설 투자는 취득 시점의 비용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보관비와 설치·철거비, 유지관리비, 인건비, 활용률, 향후 교체 비용까지 계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대료 절감’이라는 명분이 새로운 관리비 부담으로 바뀔 수 있다.
■ 예비비는 편리한 지름길이 아니다
장자 공공폐수처리시설 민간위탁 운영비 5억 원을 예비비로 먼저 지출 결정한 뒤 추경에 편성한 과정도 논란이 됐다. 입주기업의 운영 포기라는 돌발 상황이 있었다는 설명은 가능하다. 그러나 예비비 지출 결정과 실제 예산 편성 사이에 한 달가량의 시간이 있었다면, 긴급성과 불가피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예비비는 집행부가 의회의 사전 심사를 우회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재원이 아니다. 예측할 수 없거나 시급한 사업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장치다. 따라서 예비비를 사용할 때는 ‘쓸 수 있느냐’보다 ‘왜 다른 예산 절차로는 처리할 수 없었느냐’를 먼저 설명해야 한다.
예비비가 반복적으로 본예산과 추경의 대체 수단처럼 활용되면 지방재정의 기본 원칙인 예측 가능성과 의회 통제가 약화된다. 사후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고 해서 사전 심사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 수도요금은 오르는데 유수율은 뒷걸음질
결산 심사에서는 수도사업의 구조적 문제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수도사업 특별회계의 이월액은 248억5,300만 원, 이월률은 39.2%로 보고됐다. 이월 자체가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다. 토지 보상, 설계 변경, 인허가, 도로 확보 등 불가피한 사유로 사업이 늦어질 수 있다.
그러나 높은 이월률이 반복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업계획이 현실적인지, 공사 시기와 예산 편성이 맞물려 있는지,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을 무리하게 편성한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유수율이다. 포천시는 상·하수도 요금 현실화를 추진하며 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시민 입장에서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누수 저감과 경영 효율화,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200여㎞ 구간에서 165건의 누수 복구공사를 진행했음에도 유수율이 개선되지 않았다면, 단순히 공사 건수만으로 성과를 설명하기 어렵다. 누수 탐지와 복구가 실제 사용량 증가와 손실률 감소로 이어졌는지, 공사 전후의 구간별 지표가 공개돼야 한다.
유수율은 상수도 경영의 성적표와 같다. 관로를 얼마나 고쳤는지가 아니라, 생산한 물이 실제 수용가에 얼마나 도달했는지가 중요하다. 시민에게 요금 인상을 요구하려면 누수율, 관망별 성과, 사업비 대비 개선 효과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 결산 지적은 기록이 아니라 숙제가 돼야 한다
지방세 미수납률은 10.67%로 최근 5년 평균을 웃돌았고, 세외수입 미수납액은 247억 원으로 보고됐다. 지방보조금 정산 지연과 일부 보조금 미회수, 장자산업단지 관련 회계처리 문제도 반복적인 결산 지적사항으로 거론됐다.
결산검사의 의미는 문제를 찾아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같은 문제가 다음 해에도 반복되지 않도록 담당 부서와 개선 기한, 이행 여부를 추적하는 데 있다.
하지만 해마다 유사한 항목이 되풀이된다면 의회와 집행부 모두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문제가 발생했는가”에서 “왜 고쳐지지 않았는가”로, “지적했는가”에서 “책임 있게 이행됐는가”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
반복되는 지적은 행정의 기억이 아니라 행정의 망각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 원안 가결 이후가 더 중요하다
예결특위는 예비비 지출 승인안과 결산 승인안을 모두 원안 가결했다. 의회가 이미 집행된 예비비와 결산을 사후 심사하는 구조에서는 불승인만으로 문제를 되돌리기 어렵다. 그렇다고 원안 가결이 집행의 적정성을 모두 인정했다는 의미로 읽혀서는 안 된다.
원안 가결 이후에는 후속 검증이 따라야 한다. 대형 천막의 실제 활용률과 임대료 절감액, 장자 폐수처리시설 운영비의 집행 근거, 상수관망 전문관리 용역의 성과, 반복 지적사항의 개선 여부를 행정사무감사에서 확인해야 한다.
재난 비상금은 시민의 안전을 위한 재원이다. 축제 시설에 예비비를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만 따질 것이 아니라, 그 결정이 긴급성과 불가피성을 충족했는지, 사전 계획을 소홀히 한 결과는 아닌지 따져야 한다.
의회가 해야 할 일은 이미 사용된 돈에 도장을 찍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집행부가 다음번에는 같은 방식으로 예비비를 꺼내지 못하도록 기준을 세우고,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사후 관리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포천의 곳간에서 새는 돈은 거대한 한 번의 지출보다 작은 예외들이 반복될 때 더 커진다. 예비비를 편리한 지름길로 쓰는 관행, 집행되지 못한 예산을 습관처럼 이월하는 구조, 요금은 올리면서 성과는 설명하지 못하는 운영이 겹치면 재정의 신뢰는 조금씩 무너진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지적이 아니다. 대형 천막의 활용 성과와 상수도 사업의 실적, 미수납·보조금·회계처리 문제의 개선 결과를 숫자로 공개하는 일이다.
의사봉 소리는 회의의 끝을 알렸지만, 검증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포천시의 진짜 결산은 승인안이 가결된 날이 아니라, 같은 문제가 다음 결산서에서 사라지는 날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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