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아래 포천시농업기술센터 마당에서는 장갑을 낀 강사가 굳은살 박인 노년 교육생의 손목을 잡고 클러치 조작법을 거듭 일러준다.
땡볕 아래 포천시농업기술센터 마당에서는 장갑을 낀 강사가 굳은살 박인 노년 교육생의 손목을 잡고 클러치 조작법을 거듭 일러준다.

엔진오일이 번진 실습장 흙바닥에 네 대의 소형 관리기가 시동을 건 채 덜컹거린다. 땡볕 아래 포천시농업기술센터 마당에서는 장갑을 낀 강사가 굳은살 박인 노년 교육생의 손목을 잡고 클러치 조작법을 거듭 일러준다.

첨단 스마트팜의 화려한 청사진 뒤편에서, 땅을 딛고 선 농민들에게 당장 필요한 생존의 기술을 건네는 현장이다.

한국 농촌의 고령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닿았다. 2023년 통계청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농가 경영주 평균 연령은 68.6세였고, 70세 이상 경영주 비율은 전체의 46.3%로 절반에 육박했다. 굽은 허리와 닳아버린 무릎으로는 호미 한 자루 쥐기 힘든 노인들에게 기계는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들판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그러나 조작 미숙으로 인한 농기계 사고는 매년 수백 건씩 발생해 생명을 위협한다. 경제학자 슈마허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대규모 기술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꾸려갈 수 있게 돕는 적정 기술"이라고 말했다. 화려한 인공지능 온실보다 관리기의 시동 거는 법을 익히는 실습장이 절박한 이유다.

물론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 대규모 자동화 시설을 갖추고 스마트 농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식량 안보와 국가 경쟁력을 생각하면 영세 농가를 하나하나 붙잡고 기초 기술을 가르치는 방식은 효율이 낮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를 차지하는 고령의 소농들이 기계를 손에 익히지 못해 농토를 떠난다면, 그 어떤 첨단 농업도 설 땅을 잃게 된다.

농촌의 내일을 지키는 힘은 기술의 진보 자체에 있지 않다. 기계의 굉음 앞에서 주춤하는 이의 손을 잡아끄는 공공의 땀방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