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광교박물관의 중양절 안내 [사진=수원광교박물관]
수원광교박물관의 중양절 안내 [사진=수원광교박물관]

음력 9월 9일, 아파트 화단 구석에 핀 노란 국화 화분 옆으로 자치단체의 '독거노인 건강음료 배달 완료'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가장 큰 양의 수가 두 번 겹쳐 건강과 장수를 빌던 중양절(重陽節)의 아침 풍경이다.

가족과 마을이 함께 밥을 나누며 노년의 안녕을 살피던 공동체의 의례가 메마른 공공 행정의 데이터 관리로 축소된 현상이다.

중양절은 신라 시대부터 햇곡식으로 조상을 기리고 웃어른의 무병장수를 빌며 국화전을 부쳐 먹던 세시명절이었다. 중국 역시 1989년 이날을 '노인절'로 지정해 공경의 전통을 계승했다. 그러나 고도성장과 급격한 도시화는 대가족의 밥상을 해체했고, 어르신을 모시는 일은 개별 가정의 경제적 짐으로 전락했다. 2024년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1인 가구 수는 213만 8,000가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프랑스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는 저서 《노년》에서 "사회가 노인을 대하는 태도는 그 문명의 밑바닥에 깔린 인간 존중의 민낯을 폭로한다"고 짚었다. 명절의 온기가 흩어진 자리에는 외로움과 빈곤이라는 구조적 숙제만 무겁게 남았다.

노인 복지를 전통적 효심이나 개인의 인정에만 기댈 수는 없다. 전문화된 요양 시설과 기초연금, 인공지능 기반의 돌봄 시스템이야말로 초고령 사회를 지탱하는 현실적인 사회적 안전망이다. 그러나 제도와 기술이 메운 빈자리에는 안부를 묻는 구체적인 사람의 얼굴이 빠져 있다.

노인을 공경한다는 것은 복지 예산의 집행률을 높이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 앞에서 누구나 마주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늙어감을 응시하며 타인의 주름진 손을 담담히 맞잡는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