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년 8월 포천시 내촌면 산간 수해현장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3156914557-es9exx.jpg)
경기 포천시가 2027년도 사방사업 국·도비 66억 4천만 원을 확보하며 ‘도내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시비 6억 6천만 원을 더해 총 73억 원을 투입, 사방댐 6개소와 계류보전 10㎞, 산림유역관리 3개소를 추진한다는 청사진이다. 시장이 직접 지역 국회의원에게 감사를 표하며 선제적 안전망 구축을 천명했으니, 예산 확보라는 외형적 성과 자체는 분명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수십억 원의 예산 확보 소식에 박수만 치고 넘어가기엔 포천의 산림 현실이 엄중하다. 매년 반복되는 국지성 극한 호우와 기후변화의 파고 속에서, 과연 ‘콘크리트 구조물 몇 개 더 짓는 것’이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산사태 안전망의 완전한 정답이 될 수 있는가.
사방댐과 계류보전 등 전통적인 토목 중심의 방제 사업은 한계가 명확하다. 사방댐은 계곡 상류에서 쏟아지는 토석류와 유목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물리적 저지선'일 뿐이다. 한 번의 대형 수해로 댐 내부에 토사가 가득 차면, 제때 준설하지 않는 한 다음 폭우에는 무용지물이 되거나 오히려 붕괴 시 더 큰 2차 피해를 낳는 시한폭탄으로 돌변한다.
이번 발표 어디에도 기존에 설치된 수십 개 사방댐의 준설 이력, 노후 시설 보수, 퇴적 토사 처리 계획 등 ‘사후 유지관리’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담겨 있지 않다. 새로 짓는 것(신설)에만 치중하고 이미 지어진 인프라를 지키는 관리 행정에는 소홀했던 그간의 관행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지형과 난개발’이라는 원인을 두고 ‘증상 치료’에만 매달리는 행정의 모순이다. 포천 전역 산자락 곳곳은 지난 수십 년간 개별 입지 공장, 전원주택 단지, 태양광 발전시설, 도로 개설 등으로 잘려 나가며 사면 안정성이 극도로 취약해졌다. 산지의 물길을 인위적으로 막고 지표면을 훼손하는 개발 행위는 손쉽게 허가해 주면서, 수해가 우려되자 막대한 혈세를 들여 하류에 사방댐을 틀어막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무분별한 산지 전용과 난개발을 원천 차단하는 엄격한 도시계획적 규제 없는 사방사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시간당 50~100㎜를 쏟아붓는 기후위기형 극한 호우 앞에서는 아무리 튼튼한 사방댐도 용량을 초과하기 일쑤다. 결국 최후의 안전판은 구조물이 아니라 ‘골든타임 내 주민 대피 체계’다. 산사태 취약지역 하류에 거주하는 고령층 주민들이 야간 기습 폭우 시 위험 신호를 조기에 인지하고 즉각 대피할 수 있는 정밀 관측망, 실시간 경보 시스템, 실제 대피로 정비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73억 원의 거대한 토목공사도 모래성처럼 허탈할 수 있다.
백영현 시장은 “우기 전 주요 공정을 마무리해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약속이 공허한 홍보전에 그치지 않으려면 ‘숫자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얼마를 따왔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위험의 사각지대’에 정확히 집행되는지, 공사 과정에서 생태계를 불필요하게 파괴하지는 않는지, 그리고 축조된 시설이 제 기능을 다하도록 끝까지 모니터링하는 현장 행정이다. 화려한 국비 확보 현수막 뒤편에 방치된 위험 사면은 없는지, 포천시는 치산(治山)의 근본 철학을 다시 세워야 한다.





댓글 0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