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청 현판 [사진=양상현 기자]](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3156307282-2sb42y.jpg)
경기 포천시가 ‘2026년 비상대비연습(을지연습)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경기도지사 기관표창을 받는다. 앞서 수상한 민방위 업무 분야 표창에 이어 또 한 번 도지사 표창을 거머쥐었으니, 시정 홍보 문구대로 ‘접적지역 최고 수준의 위기 대응 역량’을 대내외에 과시한 셈이다. 백영현 시장 역시 “연습을 실전처럼 치른 값진 결과”라며 자축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기관 현판에 표창장을 하나 더 보태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접적지역 포천이 마주한 엄혹한 안보 현실을 돌아보는 냉철한 성찰은 찾아보기 어렵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도지사 표창’이라는 훈장이 과연 14만 포천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방탄조끼가 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을지연습은 본래 국가 비상사태 시 행정 기능 유지와 시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국가 총력전 연습이다. 포천시가 이번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항목들을 살펴보면 전시 직제 편성, 종합상황실 운영, 도상연습, 주민 이동 실제훈련 등이다. 이는 통상적인 비상대비 훈련 평가지표의 기본 항목이자 관료 행정이 가장 매끄럽게 ‘점수화’할 수 있는 정형화된 절차들이다.
문제는 행정 관료들이 정해진 각본에 따라 진행하는 ‘모범적 연습’과, 실제 전시 상황에서 펼쳐질 아비규환의 간극이다. 포천시는 이번 훈련에서 ‘접적지역 특성을 반영한 주민 이동 실제훈련’을 차별화된 성과로 내세웠다. 그러나 동원된 소수의 인원과 정비된 도로망, 통제된 환경 속에서 치러지는 주민 이동 훈련이 과연 실전에서도 유효할 것인가. 개전 초기 주요 도로가 군사작전 차량으로 통제되고 통신과 전력이 일거에 차단되는 공황 상태에서, 일반 시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분산 대피 계획이 과연 14만 전 시민에게 체화되어 있는가.
더욱 뼈아픈 대목은 접적지역 주민들의 실질적인 생존 기반인 ‘방호 인프라’의 열악함이다. 포천을 비롯한 접적지역의 민방위 대피시설 상당수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이나 공공기관 지하층에 머물러 있다. 북한의 장사정포나 방사포 타격은 물론 화생방 공격을 막아낼 차폐 기능이나 환기·비상발전·방폭 설비를 제대로 갖춘 고등급 전용 대피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훈련 점수는 만점에 가깝게 받아내면서 정작 주민들이 전쟁 발발 시 며칠을 버텨낼 기본 인프라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접적지역 행정의 불편한 진실이다.
진화하는 비대칭 복합위협에 대한 대응력도 의문이다. 최근 접적지역 주민들이 겪는 안보 불안은 고전적인 전면전 위협에 그치지 않는다. 국경을 넘나드는 무인 드론 침투, 대남 오물·쓰레기 풍선 살포, GPS 교란, 국가 핵심 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 테러 등 일상과 전선의 경계가 무너진 하이브리드 위협이 코앞까지 닥쳐왔다. 과연 이번 을지연습이 이러한 현대적 안보 위협 속에서 군사시설이 밀집한 포천 지역의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실질적 매뉴얼을 검증해 냈는지 시 집행부는 자답해야 한다.
백영현 시장은 “형식적인 훈련을 탈피하고 실효성 높은 실전형 훈련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그 말이 상투적인 수사에 그치지 않으려면 표창의 단맛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도상연습에서 매끄럽게 작동한 보고체계가 실제 재난과 전시의 혼란 속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관료적 요식행위를 걷어내야 한다.
나아가 도출된 미비점을 보완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턱없이 부족한 주민 방호 인프라 확충을 위해 중앙정부와 경기도를 상대로 국·도비 확보에 사생결단으로 나서야 한다. 서류 위의 ‘우수기관’이 아니라, 어떤 비상 상황에서도 시민의 일상을 든든히 지켜내는 ‘현장의 안보 요새’로 거듭나는 것만이 진정한 비상대비태세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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