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 정가가 옛 6군단 부지 내 시유지 반환과 토지 맞교환 문제를 두고 뜨거운 열병을 앓고 있다. [사진=양상현 기자]](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3015717565-resa2y.jpg)
포천시 정가가 옛 6군단 부지 내 시유지 반환과 토지 맞교환 문제를 두고 뜨거운 열병을 앓고 있다. 오는 11월 2일 포천시의회 표결을 앞두고 거리에는 규탄 피켓이 등장했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헐값 맞교환'이라는 공세와 '현실적 대안'이라는 반박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심지어 같은 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조차 해법을 두고 지역위원장과 일부 시의원들이 엇박자를 내며 이른바 '한 지붕 두 가족'의 민낯까지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의 소란이 커질수록 정작 주권자인 포천 시민들은 무엇이 진짜 포천의 이익인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는 점이다.
냉정한 시각으로 현 사태의 본질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6군단이 해체됐으니 군부대가 알아서 철수할 것이고, 약 27만 평에 달하는 전체 부지를 온전히 돌려받아야 한다는 장밋빛 주장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취재를 통해 확인된 법적·현실적 벽은 생각보다 훨씬 높고 단단하다.
6군단이라는 간판은 내려갔지만, 부대 편제는 5군단으로 흡수돼 이미 5군수지원여단과 포병부대 등이 자리를 잡았다. 해체가 곧 철수는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국방부 소유 토지(약 19만 평)는 1972년 소유권 이전이 완료돼 징발재산 특별조치법상 환매나 무상 반환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 포천시가 당당하게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땅은 부지 한복판에 박혀 있는 시유지 약 8만 평뿐이다.
그렇다면 대안이었던 '기부대양여'는 왜 좌초됐는가. 시가 군에 대체 시설을 지어주고 전체 부지를 넘겨받는 이 방식은 초기 2,300억 원 수준이던 추산 비용이 불과 1년여 만에 3,550억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공시지가 400억 원 안팎의 고도제한 구릉지를 용적률 400%짜리 준주거지역 기준으로 부풀려 감정가를 맞춘 결과다. 재정 자립도가 열악한 포천시가 3,55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혈세를 감당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 집행부가 백기를 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 막다른 골목에서 등장한 고육지책이 바로 '토지 맞교환'이다. 군 사령부 본청 등 6개 동 시설이 들어앉은 해발 190~200m의 산자락 시유지를 군에 내주는 대신, 대로변에 맞닿은 해발 110~120m의 저지대 국방부 땅을 받아와 개발하자는 구상이다. 군부대 한가운데 갇혀 개발도 못 하는 '맹지'를 쥐고 있는 것보다, 당장 시민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도로변 평지를 확보하고 공시지가 기준을 관철해 차액까지 챙기자는 연제창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의 논리는 실리적 측면에서 분명 일리가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포천시 집행부의 치명적인 행정 허점이 드러난다. 맞교환으로 가져올 땅의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열쇠인 '진입도로' 사용권에 대해 아무런 법적 안전장치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교환 대상 부지 사이를 가르는 군용 도로의 공공 사용권이 문서로 명확히 보장되지 않는다면, 맞교환한 땅은 철책에 가로막혀 반쪽짜리 외딴섬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시 집행부는 현안 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지적받자 우왕좌왕하다가 뒤늦게 "교환이 끝난 뒤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통해 보상비를 주고 도로를 사들이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답변을 내놓았다.
누구나 써야 할 공공재인 도로를 왜 시민의 혈세로 또 사들여야 하는가. 더구나 군사시설 보호를 명분으로 상급 기관이나 국방부가 수용을 거부하면 그때는 무슨수로 대처할 것인가. 포천 시민들은 과거 세무서 부지를 넘기는 과정에서 명확한 문서 계약 없이 구두 협의만 믿었다가 지금까지 임차료를 물고 있는 뼈아픈 트라우마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행정에서 '나중에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큼 위험한 도박은 없다.
정치권의 태도 역시 성찰이 필요하다. 집행부와 마주 앉아 지역 현안을 논의하고 도로 문제의 허점을 짚어낸 야당 지역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무조건 '백영현 시장의 2중대'라 매도하는 것은 건강한 정치가 아니다. 반대로 시의회 내부에서 이미 도로 확보 없이는 안건을 부결시키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현장 답사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당내 숙의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장외 집회에 나서는 것 또한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48억 원 차액으로 시민 희생을 퉁치려 한다'는 자극적인 구호는 당장의 이목을 끌 수는 있어도, 3,550억 원의 이전비 폭탄과 법적 한계라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주지는 못한다.
오는 11월 2일 열리는 포천시의회 본회의는 포천시 행정과 의회 정치의 성숙도를 가늠할 중대한 시험대다. 국방부와 기재부의 복잡한 승인 절차를 고려할 때, 표결 전까지 국방부가 도로의 공공 사용을 보장하는 공식 문서를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시의회의 선택은 명확하다. 여야나 계파를 따질 것 없이 만장일치로 부결시켜 집행부의 성급하고 허술한 행정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부결은 사업의 완전한 파기가 아니라, 국방부를 상대로 더 완벽하고 당당한 협상력을 갖추기 위한 브레이크다. 백영현 시장과 시 집행부는 의회 통과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진입도로의 공공 사용 명문화라는 확실한 문서부터 받아내야 한다. 민주당 역시 집안싸움으로 동력을 소모할 때가 아니라, 치밀한 논리와 대안으로 집행부를 견인하는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70년 넘게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해 온 포천 시민들에게 '제2의 세무서 부지'라는 오점을 또다시 안겨줄 수는 없지 않은가.
시사큐브 양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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