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천시 행정의 주요 의사결정이 현장 확인과 객관적 검증보다 추정과 서류에 의존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포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잇따라 제기됐다.
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37분까지 157분간 진행된 2026년도 포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 특별위원회 제2일차 감사에서는 자치행정국 산하 자치행정과·세정과·징수과·회계과·민원과 등 5개 부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감사에서는 진입로 확인 없이 추진된 6군단 부지 맞교환, 농업인상담소 축소를 둘러싼 탁상행정, 특정인에게 집중된 위원회 위촉, 예측 실패로 인한 예금 중도해지, 부실한 체납 징수, 민원조정 기능 마비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특히 수백억 원대 공유재산 교환을 담당 과장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판단한 발언과 28억 원대 체납에 압류 실적이 한 건도 없었다는 사실은 행정의 기본적인 검증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 1. 진입로 확인도 없이 추진한 6군단 시유지 맞교환
회계과 감사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사안은 6군단 부지 내 시유지 반환과 국·공유지 맞교환 추진 건이었다.
포천시는 지난해 8월 국방부에 시유지 사용허가 종료를 통보한 뒤 실무협의와 국방부 차관 간담회, 공시지가 기준 교환 사전컨설팅 등을 거쳐 다음 주 시의회 동의안 상정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김현규 위원이 제시한 위성지도와 부지 도면에서 핵심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기존 시유지와 맞교환 대상 국방부 토지 모두 43번 국도에서 연결되는 진입도로와 관련돼 있었지만, 해당 도로가 국방부 소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맞교환 이후 포천시가 넘겨받을 토지가 국방부 소유 진입도로를 이용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맹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김 위원이 “교환 이후 국방부 소유 진입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지, 별도 통행로 대책이 있는지”를 묻자 회계과장은 “국방부가 도로를 내줄 것 같지는 않다고 본다”며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답했다.
수백억 원대 공유재산의 활용 가능성을 좌우하는 진입로 문제를 공식 협의나 법적 검토 없이 담당 과장의 추정으로 판단한 셈이다.
김 위원은 “토지 하나를 매입할 때도 진입로부터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정식 협의 없이 맞교환을 추진했다면 시에 막대한 재산상 손실이 발생할 수 있었다”고 질타했다.
시의회는 다음 주 동의안 심의 전까지 국방부와 진입도로 사용 가능 여부를 협의한 공식 문서와 서면 근거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 2. “어르신더러 온라인으로 농업 정보를 찾으라는 것인가”
자치행정과 감사에서는 읍·면·동 농업인상담소 축소 및 인력 감축안이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포천시는 농업 인구가 약 30% 감소하고 경지 면적도 20%가량 줄었다는 통계를 근거로 상담소 인력을 감축하고, 본청의 특화작목 육성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거시 통계만으로 현장 조직의 필요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박윤경 위원은 2023년부터 올해까지의 실제 상담 실적을 제시하며 “고령 농가에게 상담소는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생계와 직결된 현장 지원 거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온라인 검색이 익숙하지 않은 농민들에게 상담소를 줄이는 것은 현장 행정을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미숙 위원은 과거에도 효율화를 이유로 상담소를 축소했다가 농민 반발로 원상복구한 전례를 언급했다.
농민 출신인 최홍화 위원은 “청년 창업농과 귀농인이 농업 현장에서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지역 상담소”라며 “인력 감축은 고령 농민뿐 아니라 포천으로 유입되는 신규 농업인의 정착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방청석에는 농업인단체 관계자들이 자리를 지키며 감사 과정을 지켜봤다. 집중 추궁이 이어지자 양성환 자치행정과장은 농업기술센터와 농업인단체를 포함한 공식 협의를 다시 진행한 뒤 추진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3. 특정인 1명이 위원회 18개… 인사·위원회 관리도 허술
인사 행정과 각종 위원회 관리 실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숙 위원은 방재안전 분야에서 한 직원이 당연퇴직 후 신규 임용을 거쳐 8급에서 6급으로 두 단계 상향 채용된 사례를 제시했다. 반면 다른 직원은 6급 상당의 시간선택제 나급에서 8급 수준으로 재임용된 사례가 확인돼 인사 기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구체적인 기준과 근거를 묻는 질문에 담당 과장이 즉답을 피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동일 부서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장기근속자 26명 가운데 일반행정 7급 직원이 포함된 점도 특혜 논란으로 이어졌다.
위원회 운영은 더욱 심각했다. 박윤경 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전체 안건의 약 40%가 ‘경미한 사항’이라는 이유로 서면 심의로 처리됐다.
조례상 4개를 초과해 위촉할 수 없도록 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5개 이상 위원회에 중복 위촉된 인원은 31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특정 인물 한 명은 무려 18개 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 지방자치법에 따른 위원회 현황의 매년 의회 보고 의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이 밖에 약 5억 원을 들여 4개 업체 18구좌를 매입한 법인콘도는 이용률 편차가 컸다. 대명콘도를 제외한 나머지 콘도의 이용률은 11~17%에 머물렀고, 매년 약 1억 원의 후생복지 예산이 불용됐다.
2003년 체결한 서울 노원구와의 자매결연이 실질적인 교류 실적 없이 유지되고 있는 점과 공식행사 때마다 의전 서열이 혼선을 빚는 문제도 함께 지적됐다.
■ 4. 900억 원 지출 예측 실패… 예금 중도해지로 이자 손실
회계과의 자금 운용과 계약 관리도 감사 대상이 됐다.
포천시는 지난해 10월 29일 1년 만기로 정기예금 8건을 예치했지만, 연말 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불과 2~3개월 뒤 예금을 중도해지했다.
당초 예상보다 연말 지출이 약 900억 원 증가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중도해지로 계좌별 이자 수익은 크게 줄었고, 일부 계좌는 당초 기대한 수천만 원의 이자 대신 84만9,000원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예금보다 고금리 예금부터 해지한 점도 지적됐다. 감사자료에는 실제 적용된 중도해지 이율 0.1%가 아니라 당초 약정금리 2.4%가 기재돼 실적을 부풀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사업 종료 후 업체에 반환하지 않은 세입·세출 외 현금도 5,973만 원에 달했다.
계약 관리에서는 설계변경으로 인한 사업비 증액 규모가 문제로 제기됐다. 2025년 한 해 동안 설계변경으로 공사비 64억 원, 용역비 20억 원 등 총 84억 원이 늘었다. 일부 사업은 최초 계약액보다 공사비가 323%까지 증가했다.
특정 업체에 설계변경과 용역이 집중된 정황도 나타났다. 상위 20개 업체 가운데 일부 업체가 용역 설계변경 건수의 30%를 차지했고, 평균 증액률은 148%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포천시산림조합 관련 사업비가 2025년 58억 원에서 2026년 86억 원으로 늘어난 점과 특정 행사대행사에 일감이 집중된 점도 지적됐다.
의원들은 공사 2억 원, 용역 5,000만 원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포천시의 계약심사 기준이 다른 지자체보다 느슨하다며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소흘읍 세무서 이전 부지 인근 주차장을 무료로 운영하면서 캠코에 매년 8,000만~1억2,000만 원의 임대료를 지급하는 문제, 신읍동과 자작동 일대 공유재산의 장기 무단점유도 개선 과제로 제시됐다.
■ 5. 체납 28억 원에 압류 ‘0건’… 낮은 목표로 실적 포장
징수과 감사에서는 체납 관리의 소극적인 대응이 집중적으로 질타됐다.
박윤경 위원은 지난 4월 결산검사 결과를 근거로 4개 면에서 확인된 세외수입 체납액이 28억6,000만 원에 달하지만 압류 실적은 한 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이관 체납액만 22억 원에 달했다.
징수과장은 “지난해까지는 일선 부서가 알아서 처리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관리가 미흡했음을 인정했다.
전체 이월 체납액이 246억8,100만 원에 달하는데도 징수 목표액을 20.5%인 50억6,000만 원으로 낮게 설정한 뒤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하는 방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의원들은 낮은 목표를 설정해 달성률만 높이는 방식은 실질적인 징수 성과로 보기 어렵다며, 체납 규모와 징수 가능성을 반영한 현실적인 관리지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8년 전 발생한 포천시체육회와 장애인체육회 보조금 횡령 관련 체납액의 징수율이 여전히 2%대에 머물고 있는 점도 개선이 요구됐다.
세정과에서는 외국인 출국과 파산 등으로 5년 이상 누적된 장기 미환급금의 회수율이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 과장이 직접 약 200건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된 사례는 1건뿐이었다.
■ 6. 민원조정위원회 지난해 1회, 올해는 ‘0회’
민원과 감사에서는 시민 민원을 조정하고 부서 간 이견을 해소해야 할 민원조정위원회가 사실상 기능을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포천시에는 지난해 약 8만5,000건, 올해 8월까지 약 5만2,000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그러나 민원조정위원회는 지난해 한 차례 열렸고, 올해는 단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관련 예산의 71%인 440만 원이 불용됐으며, 민원조정 기능 미흡은 행정안전부 민원서비스 종합평가에서 4등급을 받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국민신문고 처리 실태도 논란이 됐다. 올해 접수된 민원 가운데 93.5%인 201건이 정식 답변 없이 취하나 타 기관 이송 등 ‘처리 예외’로 종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경례 위원은 “공무원의 불친절이나 미온적인 대응에 실망한 시민들이 스스로 민원을 포기한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며 취하 처리 과정과 사유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 숫자 뒤에 가려진 행정의 책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문제는 단순한 수치 오류나 개별 사업의 미흡함에 그치지 않는다.
진입로 확인 없이 추진된 공유재산 맞교환, 현장 수요를 외면한 농업인상담소 축소, 낮은 징수 목표로 포장된 체납 실적, 실제 적용금리와 다른 감사자료 작성, 시민 민원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한 행정체계는 모두 의사결정 과정의 검증과 책임성이 부족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포천시의회는 회계과에 6군단 진입도로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한 공식 협의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자치행정과에는 중복 위촉된 위원 31명에 대한 전수조사와 시정계획을, 민원과에는 국민신문고 민원 처리 예외 및 취하 사유 목록을 제출하도록 했다.
포천시가 감사에서 제기된 문제를 단순한 부서별 실수로 치부하지 않고, 현장 확인과 사전 검증, 자료 공개, 사후 책임을 포함한 행정 전반의 관리체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포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 특별위원회는 오는 26일 오전 10시 제3일차 감사를 이어간다.
시사큐브 양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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