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천시 보건행정의 허술한 관리 실태가 포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잇따라 드러났다.
지난 22일 열린 2026년도 포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 특별위원회에서는 보건정책과·건강증진과·식품위생과 등 보건소 산하 3개 부서를 대상으로 의약품 재고 관리, 공중보건의 감소, 소아·정신응급 의료 공백, 공공산후조리원 관리, 불법 유흥업소 단속, 식품진흥기금 운용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의원들은 수요 예측 없는 의약품 구매와 부실한 재고 점검, 공보의 급감에 따른 보건지소 진료 중단, 예산을 확보하고도 운영하지 못한 정신응급 사업 등을 지적하며 보건행정 전반의 개선을 촉구했다.
■ 1. “95% 버리고 또 발주”… 의약품 재고 관리 구멍
감사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분야는 의약품 수급과 재고 관리였다.
2026년 포천시 관내에서 유효기간 경과 등으로 폐기된 의약품은 모두 1,544건에 달했다. 결핵약 피라진아미드는 2,500정 가운데 2,369정, 전체의 94%가 폐기됐다. 근이완제 케이페리정도 1,400정 중 1,337정이 버려져 폐기율이 95%에 이르렀다.
기존 재고가 남아 있었는데도 추가 발주가 이뤄진 사례도 확인됐다. 결핵 치료제 유한짓은 연간 사용량이 약 480정에 불과했지만, 기존 재고 3,000정의 유효기간 만료를 앞둔 시점에 5,000정을 추가로 구매했다. 연간 사용량의 10년 치가 넘는 물량이다.
진해거담제 애니코프 캡슐은 8월과 10월, 12월에 잇따라 구매됐고, 이 가운데 12월 구입분 300캡슐은 전량 폐기됐다. 유효기간이 지난 가스모틴 100정은 8개월 동안 현장에 방치됐다가 뒤늦게 폐기돼 오투약 위험까지 제기됐다.
박윤경 위원은 “보건지소 18회, 보건진료소 19회 점검에서 지적사항이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은 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윤경례 위원도 폐기 대상 의약품이 장기간 방치된 경위를 따져 물었다.
보건정책과는 처방 선호도 차이와 전산관리의 한계를 이유로 들면서, 앞으로 최근 3~6개월 평균 사용량을 기준으로 발주하고 재고 상·하한선을 설정하는 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2. 공보의 1명 남아 4개 보건지소 진료 중단
공중보건의 감소로 농촌지역 의료 공백도 현실화됐다.
5년 전만 해도 포천시 관내 공중보건의는 10여 명에 달했지만, 올해는 1명만 남았다. 이에 따라 신북·영중·이동·영북 등 4개 면 보건지소는 지난 4월부터 진료를 중단했다.
시는 민간 의료기관이 없는 관인·화현·창수면에 공보의를 우선 배치하고, 관인면 보건지소는 국비 1억1,000만 원을 투입해 건강증진형 보건지소로 개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대중교통 이용이 어렵고 고령층이 많은 농촌지역의 특성을 고려하면 단순한 진료 중단만으로는 주민들의 의료 접근권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3. ‘전화 한 통’에 사라진 달빛어린이병원
평일 야간과 휴일 소아 경증 환자를 진료하던 포천우리병원의 달빛어린이병원 지정이 지난 9월 30일 취소된 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병원 측이 전문의 구인난을 이유로 9월 중순 유선으로 취소 의사를 전달하자, 시는 공식 문서 협의나 대체 의료기관 검토, 별도 대책회의 없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규 위원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사업을 전화 한 통으로 정리한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시는 포천우리병원이 11월 지역응급의료센터로 격상되면 24시간 응급실에서 소아 환자를 수용하는 방안을 병원 측과 구두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인 중증 환자와 소아 환자를 어떻게 분리할지, 소아 전담 진료체계를 어떻게 마련할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이와 함께 김 위원은 예방 효과가 낮은 대상포진 생백신 대신 예방 효과가 높은 사백신으로 내년도 예방접종 예산을 전환할 것도 주문했다.
■ 4. 2억 원 정신응급 예산 중 63% 불용
정신응급 대응체계 역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자·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를 24시간 입원 치료하기 위해 편성된 정신응급 대응체계 구축 사업은 2025년 예산 2억 원 가운데 7,322만 원만 집행됐다. 전체 예산의 63.3%인 1억2,678만 원이 불용 처리된 것이다.
올해도 8월 말 기준 예산 2억 원 가운데 1억5,000만 원이 집행되지 않아 미집행률이 75%에 달했다.
관내 유일한 지정 의료기관이 야간 당직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평일에는 오후 8시까지, 토요일에는 5시간만 운영하고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실제 운영 시간에 해당하는 보조금만 지급하고 나머지 예산은 반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경례 위원은 “야간과 휴일에 발생한 정신응급 환자들이 병상을 찾지 못해 의정부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상황이 2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광역 단위 야간 당직 순환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 5. 소득 기준에 막힌 치매 지원사업
치매 지원사업도 대상자 발굴과 예산 집행에 한계를 보였다.
이미숙 위원은 치매 감별검사비 지원 대상이 기준중위소득 120% 이하로 제한돼 지원이 필요한 경계선 계층이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청자가 적어 관련 예산이 남는 만큼, 검사비 부담으로 지원을 포기하는 어르신을 위한 시 자체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배회감지기 사업 역시 신청자 상당수가 장기요양보험 복지용구 감경 대상에 해당하면서 예산 불용이 발생했다.
박윤경 위원은 2027년 국·도비 보조사업 64개와 모자보건 분야 4개 사업이 감액 또는 일몰될 가능성에 대비해 시비 매칭 규모를 사전에 추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6. 시민 이용률 48% 공공산후조리원에 시비 1억2,000만 원 투입
경기도의료원이 위탁 운영하는 경기포천 공공산후조리원의 운영과 시설 관리도 문제로 지적됐다.
올해 8월 말 기준 이용자 262명 가운데 포천시민은 126명으로 48.1%에 그쳤다. 관외 주민 이용자가 절반을 넘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시설 누수와 배관 부식 등 하자가 이어졌고, 시공사의 하자보수 책임기간이 끝난 뒤에는 외벽 보수공사 등에 포천시 예산 1억2,140만7,000원이 투입됐다.
권보경 위원장은 오는 12월 30일 위탁기간 만료에 따른 재계약 과정에서 일상적인 수선과 대규모 보수공사의 비용 분담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수탁기관의 관리 소홀로 발생한 하자에 대한 책임을 협약서에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7. 송우리 티켓다방 40여 곳인데 행감 자료에는 “해당 없음”
식품위생과 감사에서는 송우리 일대 변종 유흥업소에 대한 관리 실태가 집중 추궁됐다.
박윤경 위원은 송우리 일대에 일반음식점이나 휴게음식점으로 등록한 뒤 심야 주류 판매, 시간당 4만 원 수준의 노래방 도우미 알선, 성매매 알선 등을 하는 이른바 ‘티켓다방’이 40여 곳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가 제출한 ‘일반음식점 내 퇴폐·변질 우려 업소 현황’에는 해당 업소가 없는 것으로 기재됐다.
시는 서식이 일반음식점에 한정돼 있어 누락됐다고 해명했지만, 성매매 알선과 관련해 시가 행정처분 취소소송 2건을 직접 진행 중인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자료 작성의 부실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위원은 단속이 어렵다는 이유로 실태를 축소하지 말고 경찰·교육청·시민감시단이 참여하는 합동 단속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물주에 대한 계도와 자율 정화를 병행하는 종합적인 정비 모델도 주문했다.
■ 8. 연 1% 저리융자 실적 ‘0건’… 위생지도 인력도 태부족
영세 식품접객업소를 지원하기 위한 경기도 식품진흥기금 융자사업은 사실상 멈춰 섰다.
연 1% 금리로 지원되는 융자사업 실적은 2024년 18건, 7억6,400만 원에서 2025년 2건, 1억3,000만 원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8월 말까지 단 한 건도 집행되지 않았다.
시가 과징금의 40%를 기금으로 적립하고 있지만, 농협의 높은 담보·신용 심사 기준과 까다로운 지원 요건 때문에 정작 영세 상인들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장 단속 인력도 턱없이 부족했다. 포천시 관내 식품위생업소는 약 6,500곳에 달하고, 연간 점검 대상은 5,400~5,700곳, 민원은 약 500건에 이른다. 하지만 위생지도팀 인력은 4명에 불과하다.
최홍화 위원은 “연간 200일 근무를 기준으로 하면 직원 한 명이 하루 평균 27곳을 점검해야 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업무량”이라며 인력 증원과 야간 단속을 위한 남성 인력 보강을 요구했다.
김현규 위원은 점검 업소 수는 18곳으로 기재돼 있는데 행정조치는 30건으로 기록된 통계 불일치도 지적했다. 민원 출동을 포함하면 실제 점검 대상은 87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돼 행정자료 작성과 관리 체계 전반의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 “보건행정 전반에 대한 재점검 필요”
이번 감사에서는 개별 사업의 문제를 넘어 수요 예측, 현장 점검, 예산 집행, 위기 대응, 행정자료 관리 등 보건행정의 기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다.
의원들은 의약품 구매 기준과 재고 관리 시스템을 정비하고, 공보의 감소에 따른 농촌 의료 공백 대책과 야간·휴일 응급의료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불법 유흥업소에 대한 부서 간 공동 대응, 식품진흥기금 융자 제도 개선, 현장 단속 인력 확충 등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를 주문했다.
포천시가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문제를 단순한 지적사항으로 끝내지 않고,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보건의료 서비스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사큐브 양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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