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있다. 지난달 21일 DMZ에서 우리 장병이 북한이 매설한 지뢰에 부상당한 사건에 대해, 북한은 사과는커녕 '자작극'이라 했다. 그리고 남쪽을 향해 전술 타격 수단을 늘리고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위협했다.
이 장면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의 한 문장이 유독 날카롭게 들린다. "사과하기 전에는 어떠한 대북 지원, 심지어 인도적 지원도 있어서는 안 된다."
여당 안에서도 강경 발언으로 읽힐 수 있는 이 말은, 역설적으로 지금의 한반도 현실을 가장 정확히 짚는다.
북한은 변했다. 이 의원은 그 변화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김정은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국가 전략으로 공식화했고, 전술도로와 철책 건설, 지뢰 매설로 휴전선의 국경화 작업을 거의 완결했다. 군사분계선을 '남부 국경'이라 부르는 북한의 언어는 우연이 아니다. 둘째, 핵무장을 넘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전을 포함한 실전 경험을 축적하며 대남 적대 군사력을 체계화하고 있다. 셋째, 유엔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적 규범 질서가 쇠퇴한 틈을 타 중국·러시아의 지원 아래 더 이상 아쉬울 것 없는 발전 경로를 그리고 있다.
이 세 가지 전제 위에서 남북 화해와 민족통일이라는 기존의 문법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그 문법은 세계화가 넘치던 시대, 분단의 아픔을 어렴풋이 공유하던 세대가 통치하던 시대의 산물이었다. 지금은 자국 중심주의와 신제국주의적 생존 경쟁이 지배하는 시대다. 이 의원은 바로 그 지점을 찌른다. "과거와 같은 낭만주의적 민족주의 관점으로는 접근도 어렵고 젊은 세대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국경화'의 위험성이다. 1953년 정전협정에 의해 군사적 완충지대 역할을 해온 군사분계선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국경으로 규정하고, 그 공사를 빌미로 우리 측 경계를 수시로 넘나드는 행위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다. 우발적 충돌이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불씨다. 이번 지뢰 사건으로 전 국민이 그 실체를 알게 됐다는 지적은 그래서 무겁다.
"인도주의와 평화도 국민의 안전을 지킬 책임과 힘 위에 성립하는 법"이라는 말은 대북 정책의 순서를 다시 묻는다. 대북 방송을 자제해 온 것은 대한민국이었다. 부상당한 장병의 사진을 보며 눈물이 그치지 않는 국민 앞에서, 사과 한마디 없이 지원을 논하는 것은 순서가 틀렸다. 평화는 선의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책임과 힘, 그리고 현실 인식 위에서만 지켜진다.
그래서 이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던진 "재점검"의 요구는 당파적 구호가 아니라 전략적 요청이다. 세상이 변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것. 2030세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세대가 진심으로 수긍할 수 있는 현실적 인식과 정책을 만들자는 것. 그것만이 우리의 아들딸과 국익, 그리고 진짜 평화를 지키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사과 없는 지원은 없다. 그 당연한 명제가 다시 강경 발언처럼 들리는 지금, 우리의 국가전략이 얼마나 오래된 지도 위에 머물러 있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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