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시사큐브, AI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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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양주시가 농협경제지주에 양주시장 명의의 건의문을 전달했다. 양주시에 단 하나뿐인 하나로마트 양주점의 폐점을 철회해달라는 요구였다. 300명이 넘는 시민이 서명에 동참했다. 이는 단순한 마트 하나가 문을 닫는 일이 아니다. 지역 농민들에게는 생명의 줄과 같은 판로가 사라지는 일이다.

하나로마트는 일반 대형마트와 다르다. 설립 취지 자체가 농산물 판로 보장에 있다.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 수 있도록 만든 유통망이 바로 하나로마트이며, 그래서 농협은 스스로를 ‘농민의 곳간’이라 불러왔다. 그런데 그 곳간이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문을 닫는다면, 도대체 그 ‘효율’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양주점은 적자 매장일 수 있다. 대도시에 비해 매출이 낮고 인건비와 물류비는 오른다. 기업의 논리로만 보면 폐점이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농협은 일반 기업이 아니다. 농협법 제1조는 농협의 목적을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으로 규정한다. 효율을 따지는 조직이 아니라 농민의 삶을 지키는 조직이다. 적자라는 이유로 공공판로를 접는 것이 과연 농협 본연의 역할에 부합하는 결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농산물 판로 상실”에 담긴 농민의 절박함

양주시가 우려하는 것은 단순한 쇼핑 불편이 아니다. 바로 “농산물 판로 상실 및 생계 위축”이다. 양주는 경기 북부에서도 농업 비중이 높은 도시다. 콩과 쌀, 시설채소를 재배하는 중소농이 많다. 이들에게 하나로마트는 사실상 유일한 공공판로다.

농협에 출하해 안정적인 가격을 보장받고, 로컬푸드 코너를 통해 소비자와 직거래해왔다. 이 창구가 사라지면 농민들은 다시 거대 자본인 대형유통의 수수료와 경매시장의 가격 변동이라는 차가운 현실 앞에 홀로 서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소통 없는 일방적인 결정 과정이다. 폐점 결정에 지자체와 농민의 의견은 어디까지 반영되었는가. 양주시가 뒤늦게 건의문을 내고 서명부를 모아야 했다는 것은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지역에서 10년 넘게 농산물을 공급해온 농민들은 폐점 소식을 덩그러니 ‘통보’받았을 뿐이다. ‘농민을 위한 마트’가 정작 농민과 상의 한마디 없이 문을 닫는 이 기막힌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농협경제지주는 현재 전국적으로 비슷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수익성이 낮은 중소도시 매장을 정리하고 수도권 대형 매장에 역량을 집중한다. 숫자로만 보면 ‘경영 효율화’다. 그러나 그 숫자를 맞추는 과정에 농민의 삶은 완전히 계산에서 배제되었다. 하나로마트가 사라진 자리에 다른 대형마트가 들어온다 한들, 소비자는 불편을 덜 수 있을지 몰라도 농민은 들어갈 자리가 없다. 다른 마트는 농민의 판로를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다.

■ 농협은 누구의 편인가

양주시 하나로마트 폐점 철회 요구는 단순한 지역 민원 그 이상이다. 이는 전국의 농협을 향해 던지는 묵직한 질문이다.

농협은 도시의 대형마트와 경쟁하는 유통기업인가, 아니면 적자 매장 하나라도 지켜내어 농민의 땀방울을 지키는 농민의 조직인가.

‘효율’이라는 칼날로 공공성을 지워나갈 때, 그 효율의 대가는 언제나 가장 약한 곳에 전가된다. 지금 양주에서 그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것은 대형유통의 자본이 아니라 내일 새벽 출하할 농산물을 쌓아둔 평범한 농민들이다.

문 하나 닫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생계가 무너지는 일이라는 것을, 농협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