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청 전경 [사진=시사큐브]](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3737595241-hir10m.jpg)
의정부시가 7,275세대 규모의 용현 공공주택지구 추진과 함께 만가대교차로 혼잡 완화를 위한 터널 개설 및 경전철 순환선 역사 신설을 함께 건의했다. 2034년 완공을 목표로 교통대책을 패키지로 고민했다는 점에서 방향 자체는 맞다.
문제는 이 당연한 상식이 왜 일부 지구에만 적용되느냐는 데 있다. 용현지구가 터널과 경전철을 고민할 때, 다락원지구엔 무엇이 남았는가. 2,600호 아파트라는 숫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한쪽은 도시계획인데, 다른 한쪽은 단순한 주택공급 실적으로만 보이는 이유다. 도시는 아파트 숫자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숫자를 채우기 위해 시민의 출퇴근 시간과 일상이 희생되는 구조는 이제 멈춰야 한다.
■ 규제는 같이 쓰고 지원은 따로 쓰는 불공정
의정부 시민이 겪는 모순은 비단 교통만에 그치지 않는다. 의정부 집값은 지난 정부 내내 제자리였음에도, 서울 강남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수도권이라는 잣대 하나로 똑같은 대출규제를 받았다. DSR 강화, LTV 축소, 전세대출 제한 등 실수요자들은 모든 불이익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시민들이 지역 국회의원에게 호소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늘 “나라 정책이라 어쩔 수 없다”였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어쩔 수 없다던 국가 정책이 주택 공급 앞에서는 왜 이토록 유연해지는가.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공업물량 확보라는 견고한 벽도 국가사업 앞에서는 쉽게 허물어진다.
규제는 시민에게만 엄격하고 공급에는 유연한 이중잣대다. 서울의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한 물량 채우기식 개발이라면, 의정부 시민은 또다시 희생만 강요당하는 셈이다. 의정부는 강남이 아니다. 같은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면 같은 혜택이 있어야 마땅하다. 그 불공정의 한복판에 다락원지구가 있다.
■ 8.13 대책의 유탄, 서울에서 밀려난 이들이 채우는 2,600호
정부가 발표한 소위 ‘8.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의 부동산 시장 풍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강화된 대출 규제와 치솟은 전셋값을 견디지 못한 세입자들과 실수요자들은 더 이상 서울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거리에 내몰리고 있다.
그 결과로 만들어지는 다락원지구의 2,600세대에 과연 누가 입주하게 되는가. 서울에서 살다 전세난에 밀려나고, 대출 규제의 벼랑 끝에 내몰려 어쩔 수 없이 의정부로 밀려 내려온 이들이다.
여기서 70년간 국가 안보를 위해 군사도시라는 이름으로 온갖 규제와 희생을 감내해 온 의정부 토박이 시민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난 70년의 희생으로 얻은 터전을, 서울의 주거 난을 해소하기 위한 ‘풍선효과의 배출구’로 내어주기 위해 살았던 것인가. 정부는 서울의 주택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 아래 의정부의 희생을 당연한 시혜처럼 강요하고 있다. 서울에서 밀려난 인구를 수용하는 베드타운 역할 외에, 의정부 시민을 위한 배려와 미래 청사진은 어디에 있는가.
■ 자족 없는 2,600호, 또 하나의 베드타운인가
의정부시는 다락원지구에 도시첨단산업단지 지정을 관철하겠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 약속은 낯설지 않다. 캠프잭슨 반환 이후 수년간 들어온 ‘기업유치’, ‘첨단산업’, ‘자족도시’라는 구호의 결과는 텅 빈 땅이었다.
자족기능은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땅의 용도, 기업의 입주계약, 세수 계획으로 증명해야 한다. 캠프잭슨 부지에 들어서는 2,600호는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도심 교통망에 치명타를 줄 수밖에 없다. 통학로 안전, 주차난, 과밀학급 등 연쇄적인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보이지 않고, ‘주택 공급’이라는 성적표만 바쁘게 채워지는 형국이다.
■ 지역구 의원은 어디에 있는가… 시민의 소신은 어디로 갔는가
이 참담한 모순 앞에서 시민들이 가장 묻고 싶어 하는 이는 바로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다.
중앙정부가 서울의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의정부를 서울의 위성도시, 잠만 자고 올라가는 거대한 베드타운으로 전락시키는 정책을 밀어붙일 때, 지역구 의원은 과연 의정부 시민의 권익을 위해 어느 장소에서 목소리를 높였는가.
주민들이 대출 규제로 고통받고, 무분별한 택지 개발로 교통 지옥과 환경 파괴를 걱정할 때 “나라 정책이라 어쩔 수 없다”며 정부의 방패막이를 자처하는 것이 과연 지역 일꾼의 소신인가. 시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그 흔하디흔한 선거 때의 약속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 이제는 실현 가능한 청사진을 증명할 때
정치의 역할은 아파트 숫자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삶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다. 의정부에 필요한 것은 무분별한 공급 실적이 아니라, 규제로 고통받는 시민의 대출 사다리를 복원하고 기업이 찾아올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주택은 콘크리트만 올리면 완성되지만, 도시는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택은 빨리 짓고 교통과 자족은 나중에 묻는다”는 오래된 공식이 이번에도 반복된다면, 다락원지구는 서울의 주거 난을 떠안는 또 하나의 소외된 베드타운으로 굳어질 뿐이다.
시민의 질문은 명확하다.
“그 아파트는 누구를 위한 아파트인가. 그리고 그 대가는 누가 치르는가.”
이제 이 질문에 답할 때다. 공허한 건의와 구상을 넘어, 무엇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시민 앞에 소상히 밝히지 않는다면 의정부 개발의 시계는 늘 제자리걸음일 뿐이며, 그 책임을 방관한 이들은 반드시 시민의 준엄한 심판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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