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 군내면의 한 농지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
포천시 군내면의 한 농지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

농지법을 다시 펼치면 조문은 건조하다. 제10조, 제62조. 정당한 사유 없이 농지를 이용하지 않으면 1년 이내 처분 명령을 내리고, 이행하지 않으면 개별공시지가와 감정평가액 중 높은 금액의 25%를 매년 이행강제금으로 물린다. 2021년 LH 사태 이후 강화된 이 칼날은 투기를 겨냥했다. 그러나 2026년 포천의 논밭에서 그 칼날이 향하는 곳은 투기꾼이 아니라, 체력이 다한 농민이다.

포천의 한 영농인은 농과대학을 나와 만여 평을 일궜다. 지금은 묘목 전정과 삽질이 전부다. 인건비와 농자재비, 농기계 사용료를 빼면 소규모 경작은 적자다. "팔고 싶어도 사려는 사람이 없고, 임대를 주려 해도 여건이 맞지 않아 묵히고 있는 것"이라는 그의 말이 과장이 아니다. 지방 농촌의 농지 거래는 사실상 절벽이다. 사려는 사람이 없는데, 국가는 팔라고 명령한다. 팔지 않으면 매년 25%를 물리겠다고 한다. 평생 흙을 일군 사람에게 '태만'과 '투기'라는 낙인을 찍는 셈이다.

정부는 전수조사를 정례화했다. 위성사진과 드론, AI로 휴경을 색출한다. 기술은 정밀해졌지만, 행정의 눈은 오히려 흐려졌다. 화면 속 휴경지는 같은 색으로 보이지만, 현장의 휴경에는 전혀 다른 사연이 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는 중첩 규제, 80세를 넘긴 고령, 후계자 없는 농가, 농지은행이 수탁을 거부한 한계 농지. 조사표의 체크박스에는 그 사연을 쓸 칸이 없다.

포천은 상징적인 곳이다. 수도권 북부에서 고령화율이 가장 빠르게 치솟는 곳, 동시에 군사 규제로 개발도 보전도 애매한 곳. 시는 인구성장국을 신설하고 미래 농정 로드맵을 말하지만, 최일선에서 농촌을 지켜온 고령 소농에 대한 출구 전략은 없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의 위탁 임대는 자경 요건과 경사도, 접근성이라는 잣대로 다시 한 번 고령농을 걸러낸다. 공공이 거부한 농지에 대해, 국가는 다시 개인에게 처분을 명령한다.

이것이 행정 편의주의의 전형이다. 투기 근절이라는 명분은 선명하지만, 그 집행은 가장 약한 고리를 끊는다. 농지를 투기 목적으로 사둔 도시민은 이행강제금을 내고 버틸 여력이 있다. 그러나 평생 농사를 지은 80대 농민은 그 25%가 곧 생계를 위협한다. 법은 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불평등하게 귀결된다.

정책의 출발점을 바꿔야 한다. 처분 명령을 내리기 전에 물어야 한다. 누가 이 농지를 다음에 지을 것인가. 매입 주체가 없는 시장에서 처분 명령은 처분이 아니라 방치 명령이다.

세 가지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농지은행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자경 요건 몇 년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사가 있다는 이유로 수탁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고령으로 자경이 불가능한 농지를 '은퇴 농지'로 분류해 공공이 우선 매입·비축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

둘째, 환경보전 목적의 휴경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농지를 매년 경작해야만 농지라는 전제는 기후위기 시대와도 맞지 않는다. 일정 기간 토양을 쉬게 하고, 생태 공간으로 관리하는 것을 정당한 휴경 사유로 넓혀야 한다.

셋째, 제재가 아니라 연착륙을 설계해야 한다. 처분 명령서 한 장을 보내기 전에, 영농 은퇴 지원금과 공공 임대료, 세제 감면을 패키지로 제시해야 한다. "1년 안에 팔라"가 아니라 "10년 안에 공공에 넘기면 이렇게 보장하겠다"는 언어로 바꿔야 한다.

농지를 지키는 일은 농지를 이용하는 일과 같지 않다. 때로는 이용하지 않음으로써 지키는 것도 있다. 체력 한계로 삽질밖에 할 수 없다는 농민의 고백은 게으름이 아니라 정직이다. 국가가 그 정직을 처벌하는 동안, 농촌은 사람을 잃는다. 농지 전수조사가 세어야 할 것은 휴경 면적이 아니라, 농사를 지을 사람이 몇 명 남았는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