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 신북면의 한 농지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89188024496-k5o044.jpg)
정부가 농지 투기 방지와 효율적 영농 관리를 명분으로 전국적인 ‘농지이용실태 전수조사’를 정례화하고 처분 압박을 강화하면서, 일선 농촌 현장의 고령 영농인들이 극심한 혼란과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농촌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와 영농비 폭등, 농지 매매 절벽이라는 구조적 위기 상황을 도외시한 채 일률적으로 처분의무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은 농촌의 현실과 심각하게 괴리된 행정 편의주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 「농지법」 제10조 및 제62조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농지를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거나 휴경할 경우 관할 지자체는 해당 농업인에게 1년 이내에 농지를 처분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개별공시지가와 감정평가액 중 높은 금액의 25%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이 이행될 때까지 매년 부과된다. 지난 2021년 부동산 투기 사태 이후 농지법이 대폭 강화되면서 정기 실태조사와 지자체의 행정처분 잣대는 한층 엄격해졌다.
문제는 이러한 강력한 제재가 투기 목적의 비농업인뿐만 아니라 평생 농업에 종사해 온 고령의 소규모 영농인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과거 만여 평 규모의 농장을 운영했던 한 포천 지역 영농인은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쇠하고 농기계 등 장비가 부족해 현재는 묘목 전정이나 간단한 삽질 외에는 정상적인 영농을 지속하기 어렵다"라며 "인건비와 농자재비, 농기계 사용료 등을 감안하면 소규모 경작으로는 타산을 맞추기조차 불가능하다"라고 털어놓았다.
농지를 매각하거나 합법적으로 임대하려 해도 출구가 막혀 있다는 점이 고령 농가들을 사지에 몰아넣고 있다. 지방 농촌의 심각한 인구 소멸과 영농 후계자 부재로 농지 거래가 완전히 얼어붙어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는 "농지를 팔고 싶어도 사려는 사람이 없고, 임대를 주려 해도 여건이 맞지 않아 부득이하게 농토를 묵히고 있는 것"이라며 "평생 흙을 일궈온 늙은 농부가 체력 한계와 일손 부족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는 현실을 단순한 '개인의 태만'이나 '투기'로 치부해 처분 명령을 내리고 이행강제금을 물리겠다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고 호소했다.
포천을 비롯한 수도권 북부 농촌은 농가 고령화율이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시에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중첩 규제와 영농 인력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포천시가 인구성장국 신설과 미래 농정 로드맵 수립을 통해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지만, 최일선에서 농촌을 지켜온 고령 소농들에 대한 정밀한 구제책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 위탁 임대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일정 기간 이상의 자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지형 여건상 영농이 불리한 한계 농지의 경우 공공 수탁마저 거부당하는 사각지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농업계 전문가들은 투기 근절이라는 법 취지를 살리면서도 고령 농가의 안정적인 영농 은퇴를 지원하는 출구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농지 처분 명령을 일괄 부과하기에 앞서 공공 농지은행의 매입 비축 요건을 완화하고, 고령으로 자경이 불가능한 한계 농지에 대해 공공 위탁 및 환경보전 목적의 휴경 인정 제도를 확대하는 등 현장 맞춤형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책의 출발점은 규제와 제재가 아니라 일평생 농토를 지켜온 현장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데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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