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경 위원이 불용 사유를 질의하자, 신 과장은 "의원 7분에게 각 500만원씩 배정된 정책토론회 운영 예산이 지난해 거의 집행되지 않았고, 마지막 추경에서 삭감했어야 했으나 개최 의견이 있어 살려뒀다가 불용 처리됐다"고 설명했다.[사진=포천시의회]](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2577545783-xvsbiw.png)
포천시의회 운영위원회 결산 심사에서 집행률 93.1%라는 숫자가 나왔다. 전년 대비 11.6%p나 올랐다며 '예산 집행 효율성이 개선됐다'는 평가까지 붙었다. 그러나 그 뒤에 가려진 한마디가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박윤경 위원이 행사운영 사업 불용률 36.88%의 사유를 묻자, 신봉진 의회사무과장의 답변은 이랬다. "의원 7분에게 각 500만원씩 배정된 정책토론회 운영 예산이 지난해 거의 집행되지 않았고, 마지막 추경에서 삭감했어야 했으나 개최 의견이 있어 살려뒀다가 불용 처리됐다."
이보다 더 무책임한 예산 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 한 문장에 포천시의회 예산 운용의 민낯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첫째, 이건 예산의 기본을 정면으로 위반한 자백이다. 예산은 쓸 계획이 있으면 편성하고, 쓸 계획이 없으면 삭감하는 것이다. 마지막 추경은 1년 예산을 최종 정리하는 자리다. 그때 "삭감했어야 했다"는 걸 알면서도 살려뒀다는 말은, 애초에 집행할 의사도 능력도 없으면서 숫자만 부풀려 놓고 있었다는 자인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뻔하다. 3,500만원이 고스란히 불용액으로 잡히고, 집행률이라는 허울 좋은 포장지만 남는다. 93.1% 집행률이 개선이 아니라, 삭감해야 할 돈을 안고 가서 만든 착시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둘째, "개최 의견이 있어"라는 말의 무게는 가볍기 짝이 없다. 누구의 의견인가. 언제, 어떤 형식으로 개최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이 있었나.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는 익명의 '의견' 하나 때문에 3,500만원짜리 예산을 살려둔다는 것은 행정이 아니라 방치다. 의회사무과가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고 견인해야 할 조직이라면, "의견이 있다"는 말에 예산을 살려둘 것이 아니라 "언제까지 개최하지 않으면 삭감하겠다"는 원칙을 세웠어야 한다. 결국 '의견'은 핑계였고, '살려뒀다'는 방치였으며, '불용'은 예정된 결말이었다.
셋째, 가장 뼈아픈 대목은 내용 그 자체다. 의원 7명에게 각 500만원씩, 정책토론회 예산이 '거의 집행되지 않았다'. 의원 한 명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가 정책토론회를 통해 시민의 삶을 논의하는 것인데, 1년 내내 7명이 그걸 거의 안 했다는 뜻이다. 예산이 남아서가 아니라, 의정활동이 없었기 때문에 남은 돈이다. 행사운영 불용률 36.88%, 선진 의정 비교시찰 32.85%라는 숫자는 같은 병을 앓고 있다. 나가서 보고 배워오지도, 안에서 토론하지도 않았다는 기록이다.
결국 시민의 세금 3,500만원은 토론회 한 번 열리지 못하고 서류 위에서만 살아있다가 서류 위에서 죽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 대한 설명이 "살려뒀다가 불용"이라는 7글자다.
운영위가 "내년에는 예산을 일부 조정하고 개최를 활성화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매년 결산 때마다 듣는 레퍼토리다. 문제는 예산액이 아니라 의지다. 쓸 의지도 없으면서 예산을 살려두는 관행,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배정된 돈을 쓰지 않는 관행을 끊지 않으면 내년 결산서에도 똑같은 문장이 또 등장할 것이다.
예산은 숫자가 아니라 약속이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면 삭감으로 책임져야지, '의견이 있어 살려뒀다'는 말로 얼버무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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