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내려앉은 포천시 가산면 백사 이항복 선생 유적지. 잘 정돈된 잔디밭과 묘역 사이, 유독 시선을 가로막던 비탈진 구역이 있었다. [사진=김현모]
가을 햇살이 내려앉은 포천시 가산면 백사 이항복 선생 유적지. 잘 정돈된 잔디밭과 묘역 사이, 유독 시선을 가로막던 비탈진 구역이 있었다. [사진=김현모]

때로는 몇 장의 서류와 경계선 확인보다, 작업복 차림으로 땀 흘리며 앞장서는 뚝심 하나가 현장을 바꾼다.

가을 햇살이 내려앉은 포천시 가산면 백사 이항복 선생 유적지. 잘 정돈된 잔디밭과 묘역 사이, 유독 시선을 가로막던 비탈진 구역이 있었다. 관할 구역인지 아닌지 경계가 다소 모호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던 자리, 무성하게 웃자란 잡풀과 덤불이 사람 키만큼 솟아올라 주변 경관을 해치고 있었다.

누군가는 “우리 관할이 맞느냐”며 지적도를 들여다보고 결재 라인을 따질 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포천문화관광재단 김현모 팀장의 판단은 간결하고 명확했다.

“그냥 하면 되는 거지.”

모호한 경계를 핑계로 미뤄두었던 잡풀들이 깎여 나가자, 가려져 있던 흙벽과 시원한 하늘, 그리고 단정한 유적지의 원래 윤곽이 오롯이 드러났다.[사진=김현모]
모호한 경계를 핑계로 미뤄두었던 잡풀들이 깎여 나가자, 가려져 있던 흙벽과 시원한 하늘, 그리고 단정한 유적지의 원래 윤곽이 오롯이 드러났다.[사진=김현모]

김 팀장은 망설임 대신 엔진 예초기와 잔디깎이 기계를 꺼내 들었다. 엉켜 있던 억센 풀숲으로 기계 날을 밀어 넣고,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한 걸음씩 비탈면을 정리해 나갔다. 모호한 경계를 핑계로 미뤄두었던 잡풀들이 깎여 나가자, 가려져 있던 흙벽과 시원한 하늘, 그리고 단정한 유적지의 원래 윤곽이 오롯이 드러났다.

작업을 마친 뒤 김 팀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백사 이항복 유적지 경계가 모호한 위치에 잡풀을 해치우다. 속이 뻥 뚫린다. 그냥 하면 되는 거지”라며 특유의 유쾌한 소회를 전했다.

행정의 경계를 넘어 몸으로 먼저 움직인 그의 수고 덕분에, 오성과 한음의 얼이 깃든 백사 유적지는 한층 더 쾌적하고 단아한 모습을 되찾았다.[사진=김현모]
행정의 경계를 넘어 몸으로 먼저 움직인 그의 수고 덕분에, 오성과 한음의 얼이 깃든 백사 유적지는 한층 더 쾌적하고 단아한 모습을 되찾았다.[사진=김현모]

현장을 찾은 시민과 방문객을 위해 행정의 경계를 넘어 몸으로 먼저 움직인 그의 수고 덕분에, 오성과 한음의 얼이 깃든 백사 유적지는 한층 더 쾌적하고 단아한 모습을 되찾았다.

시사큐브 양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