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쌀쌀한 가을 공기가 코끝을 간지럽히던 27일 오전 9시. 경기 여주시 대진청소년수련원 앞마당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아직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주차장 천막 아래서 지글지글 전 부치는 소리가 터지고, 어묵 국물에서 피어오른 하얀 김이 아침 공기를 가르며 퍼졌다. 구수한 냄새에 이끌린 주민들의 발걸음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이내 마당은 발 디딜 틈 없는 ‘상생의 장터’가 됐다.

대순진리회복지재단이 주최·주관하고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과 여주시가 후원한 ‘제6회 2026 후원과 나눔의 행복大바자회’가 그렇게 막을 올렸다. 오후 3시까지 이어진 이날 바자회는 소외된 이웃, 특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어르신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나눔이 일상이 되는 문화를 퍼뜨리기 위해 마련됐다.

■ 오전 10시, 수련원 마당에 피어난 온기

시작부터가 축제였다. 알록달록 겨울 옷가지가 걸린 행거가 바람에 흔들리고, 지역 농가에서 갓 들여온 농특산물 코너에는 옥수수, 떡갈비, 다육이의 흙내음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생활용품 코너에선 주민들이 캡슐형 세탁 세제 한통, 보드라운 손수건 스카프를 손끝으로 꼼꼼히 만져보며 "이건 우리 어머니 드려야겠다"며 웃음 섞인 흥정을 나눴다.

먹러리는 더 풍성했다. "어서 오세요, 따끈한 떡볶이와 어묵 한 컵 하세요!" 하는 자원봉사자의 목소리, 삼삼오오 모여 앉아 국수를 나눠 먹는 어르신들의 수다, 그리고 아이가 풍선 하나를 손에 쥐고 터뜨린 깔깔거림이 겹쳐졌다. 홍합부추전과 오징어새우김치전 코너는 줄지어 사먹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공식 식순이 끝난 뒤 무대에 오른 초청 가수의 트로트 한 마당이 퍼지자, 장터를 둘러보던 주민들의 어깨가 절로 들썩였다. 모두가 일제히 손을 들고 춤을 추며 장단을 맞췄다.

■ 손에 잡히고 입에 담기는 상생

이 바자회의 미덕은 나눔이 추상적인 구호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물건을 고르는 손길, 음식을 나누는 입, 따뜻한 국물 컵을 감싸 쥔 손바닥의 온기가 곧바로 기부가 되는 구조다. 주민들은 즐거운 소비로 자연스럽게 기부에 동참했다.

무대 위에선 나눔의 철학이 언어로 이어졌다.

윤은도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 원장의 개회사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
윤은도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 원장의 개회사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

윤은도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마당을 가득 메운 주민들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따뜻한 손길이 소중해지는 10월에 뜻깊은 바자회를 개최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오늘 바자회는 서로의 마음을 잇는 소중한 자리입니다. 정성껏 준비한 먹거리와 물품을 즐겁게 나누시는 여러분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곧 어려운 이웃을 위한 따뜻한 기부로 이어져, 상생을 실천하는 현장이 되고 있습니다."

이어진 축사에는 지역의 무게감 있는 인사들이 모두 함께했다. 김선교 국회의원, 이충우 여주시장, 박두형 여주시의회 의장과 시·도의원, 여주시 경제국·복지국 관계자, 분당제생병원장, 대진대학교 총장, 종단 주요 임원진까지. 가을 바자회 한복판에서 여주의 복지 지형도가 그대로 펼쳐진 셈이다.

이충우 여주시장은 "좋은 여주의 가을날 여러분을 뵙게 돼 반갑다. 따뜻한 봉사와 깊은 마음이 담긴 제6회 바자회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여주시에서도 소외되는 이웃 없이 시민 모두가 행복한 복지공동체를 만들고,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고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촘촘한 복지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선교 의원은 "대순진리회는 지역 헌신과 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이러한 나눔이 지속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제도와 법적인 정비, 필요한 예산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박두형 여주시의회 의장은 대순진리회의 종지인 ‘해원상생, 보은상생’을 짚으며 "특히 사회적 약자의 삶을 돌보는 정성과 배려로 마련된 오늘 바자회가 행복과 기쁨이 넘치는 상생의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 작은 정성이 큰 상생으로

해가 중천을 넘어서도 마당의 온기는 식지 않았다. 누군가는 양손에 가득 찬 장바구니를 들고, 누군가는 빈 접시를 들고 또 다른 먹거리 줄을 섰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모두 같은 마음이라는 걸 아는 듯, 서로에게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가 오갔다.

재단 관계자는 "후원자와 구매자 모두가 만족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는 것이 나눔 바자회의 취지"라며 "앞으로도 상생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나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바자회에서 모인 수익금과 후원금 전액은 관내 취약계층 어르신과 복지시설 지원을 위한 기금으로 쓰인다. 전 부치는 기름 냄새, 어묵 국물의 김, 두툼한 니트를 쓸어내리던 손길, 그리고 무대 위 울려 퍼진 노래 한 소절. 오감이 모두 기억하는 이 하루의 감각이, 올겨울 여주 어딘가 한 어르신의 방을 따뜻하게 데우는 연탄이 되고, 밥상이 될 것이다.

작은 나눔이 모여 큰 상생이 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