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포천시 군내면 알리스타 한얼교회 비전센터 3층 예배당에서 열린 경기도교육청 안민석 교육감의 타운홀 미팅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
27일 오후 포천시 군내면 알리스타 한얼교회 비전센터 3층 예배당에서 열린 경기도교육청 안민석 교육감의 타운홀 미팅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

27일 오후 포천시 군내면 알리스타 한얼교회 비전센터 3층 예배당. 강단 십자가 대신 대형 스크린이 불을 밝혔고, 장의자를 가득 메운 학부모들의 손에는 파란색 불빛을 내는 응원봉이 들려 있었다. "세 번째 버튼을 누르면 반짝반짝 불이 들어옵니다. 자, 폰 끄고 라스(RAS·경기문예체교육)!" 사회를 맡은 유승연 추산초 학부모회장의 선창에 맞춰 객석에서 박수와 구호가 터져 나왔다. 일동·이동·화현면 학부모들로 구성된 '마마스콰이어' 합창단이 부른 '꿈꾸지 않으면'과 '뭉게구름'의 화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현장은 지역의 교육 현안을 쏟아내는 공론장으로 달아올랐다.

경기도교육청과 포천교육지원청이 마련한 '2026 찾아가는 교육감실, 포천 학부모 타운홀 미팅'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동안 쉼 없이 이어졌다. 단상에는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백영현 포천시장, 김용태 국회의원, 류귀열 포천교육지원청 교육장이 나란히 앉았고, 객석에는 윤충식·최순자 경기도의원과 송준호 경기도교육청북부연수원장, 송성숙 포천시청소년재단 대표이사, 관내 초·중·고 교장단 및 학부모들이 자리했다.

■ "교사가 수업에만 전념하도록"… 행정업무 ZERO와 파격 예산 본격적인 문답에 앞서 마이크를 잡은 류귀열 교육장은 교원 행정업무 경감 시스템인 '교사 행정업무 ZERO AI 플랫폼'을 직접 브리핑했다. 류 교육장은 "선생님들이 현장체험학습 한 번 가려면 스무 통 넘는 전화와 수십 장의 서류에 시달린다"며 "포천 관내 31개 체험처와 버스 회사를 시스템에 연동해 클릭 몇 번으로 예약과 가정통신문 작성까지 24시간 내에 자동 처리되도록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와 도교육청의 재정·인력 지원 수치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류 교육장은 "경기도 내 25개 교육지원청 중 인력 지원을 받은 곳은 단 3곳뿐인데, 포천에 장학사 1명, 주무관 2명, 행정교사 5명이 배정됐다"며 "열악한 학교 환경 개선을 위해 신청한 사업들도 단 한 곳의 누락 없이 2027년 예산에 53억 원이 편성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예체능이나 실험 활동을 포기하는 학생이 없도록 지원하는 '금수저 장학금' 역시 올해 말 2,400만 원 지급에 이어 내년에는 포천시와 손잡고 예산을 2배로 확충하기로 했다.

■ "인사권·예산권 다 넘겼다"… 공모 교육장 실험과 정주 여건 안민석 교육감은 자신의 24번째 타운홀 미팅 장소인 포천의 특수성을 '권한 이양'에서 찾았다. 안 교육감은 류귀열 교육장을 가리키며 "과거 교육감과 친한 사람을 내려보내던 관행을 깨고 학부모·교사·시민 대표가 직접 뽑은 대한민국 최초의 공모 교육장"이라며 "1년은 지역 파악하고 1년은 짐 쌀 준비만 하던 2년 임기 관행을 고쳐, 평가를 통해 4년 임기를 보장하고 교육감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대폭 넘겼다. 류 교육장이 곧 포천의 교육감"이라고 강조했다.

백영현 시장과 김용태 의원은 '교육 때문에 떠나는 도시'에서 '돌아오는 도시'로의 전환을 짚었다. 백 시장은 "민선 8기 취임 당시 한 해에 타 지역으로 전학 가는 학생이 600명에 달했다"며 "재정이 넉넉지 않지만 경기도 평균(약 60만 원)의 두 배가 넘는 학생 1인당 132만 원의 교육경비를 투입하고, 통학 거리에 맞춰 에듀버스·중형 셔틀·에듀택시를 맞춤형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 주차장과 체육관을 지역 사회와 공유해 절감한 수백억 원의 예산을 다시 학생 교육비로 환원하는 '벽깨기' 협약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까지 포천에서 자란 뒤 서울로 유학을 떠났던 경험을 언급한 김용태 의원은 "후배들은 포천에서도 원하는 대학과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국회 입성 직후 교육위원회를 택해 EBS 연계 자기주도학습센터를 제안했다"며 "전국 23개 센터 중 9개가 포천에 들어섰고, 오는 2027학년도부터는 포천 관내 중·고교 졸업생만 지원할 수 있는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지역의사제' 전형(1명)도 신설됐다"고 소개했다.

■ 에듀버스 노선부터 학급 감축·통학로 안전까지… 쏟아진 '현장 직구' 류 교육장의 진행으로 이어진 현장 질의에서는 포천의 지리적 한계와 직결된 학부모들의 날 선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서울에서 직장 때문에 이동면으로 이주했다는 한 학부모는 "포천은 부모가 부지런하면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줄 수 있는 고마운 도시"라면서도 "이동면에서 인접한 일동면으로 아이를 학습시키러 보내려 해도 '포우리버스'가 면 단위를 벗어나지 못해 직접 차로 실어 나르고 있다. 또 2024년까지 아이가 큰 흥미를 느꼈던 수학·과학 축제가 중단돼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에 백 시장은 "면 단위 경계를 넘어 권역별로 버스가 유연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학교를 통해 학생 이동 패턴 데이터베이스(DB)를 재구축하겠다"고 답했고, 류 교육장은 "오는 12월 14일 대진대학교 체육관을 빌려 수학·과학에 정보 과목까지 더한 80개 부스 규모의 학생 체험·발표 축제를 열 계획"이라고 즉답했다.

과소 학교의 폐교 위기와 특구 사업의 그늘을 짚는 목소리도 나왔다. 의정부에서 포천의 골프 특성화 학교로 6년째 '라이딩(통학 지원)'을 하고 있다는 학부모는 "50년 넘은 소규모 학교들이 학생 유입 감소로 존폐 위기를 겪고 있다"며 골프 특성화 교육과 연계한 인구 유입책을 물었다. 안 교육감과 백 시장은 현재 포천에 운영 중인 12개 골프장 인프라를 활용해 폐교 시설을 리모델링한 뒤, 중·고교 6년 과정의 가칭 '신나는 골프학교'를 내년 개교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갈월중학교 학부모회 부회장은 '학급 감축'에 따른 교육 결손을 호소했다. 그는 "내년도 학급 수가 한 반 줄어든다는 소식에 6학년 학부모들이 술렁이고 있다"며 "학급이 줄면 주요 과목 교사가 순회교사로 돌게 돼 수업이 특정 요일에 몰리는 등 학습 결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류 교육장은 "지난주 학부모님들의 편지를 들고 직접 도교육청을 찾아가 인사 담당자와 면담했다"며 "내일(28일) 4개 학교 교장단 회의를 소집해 대안을 찾고, 학급 감축이 불가피할 경우 기간제 교사 추가 배치 등 수업 정상화 대책을 마련해 11월 중순까지 투명하게 결과를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웃 지자체와의 교육 격차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는 "양주시의 AI·코딩 교육을 신청했다가 양주시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원이 20명 중 2명밖에 안 찼는데도 거절당했다"며 "포천38문화예술창작소 등 포천 시설은 타 지역 아이들에게도 활짝 열려 있는데 정작 포천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류 교육장은 '미래온 공유학교'를 통해 코딩·로봇·드론 등 130개 프로그램과 주말 통학버스를 운영 중이나 홍보가 부족했다고 고개를 숙였고, 안 교육감은 "이웃 도시끼리 문을 걸어 잠글 게 아니라 포천과 양주가 협약을 맺어 남는 정원을 상호 개방하는 '지자체 간 벽깨기'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 밖에도 현장의 절박한 건의가 이어졌다. 학교 시설 및 통학로 안전: 포천여중의 노후한 철제 화장실 칸막이 교체와 여학생들을 위한 농구장 현대화 및 버스킹 공간 조성(예산 편성 완료), 추산초 인근 500세대 규모 아파트 공사에 따른 통학로 안전 대책(교육지원청 차원의 환경평가 반대 의견 제출) 등이 논의됐다.

교원 및 지원 인력 제도 개선: 경력 교사가 만기 제도로 인해 포천을 떠나고 신규 교사로만 채워지는 '지역만기제'의 모순, 한 학기 단기 계약에 묶여 있는 'AI 디지털 튜터'의 고용 안정성 및 확대 배치, 도시와 동일한 학생 수 잣대로 배치돼 농산촌 소규모 학교가 소외되는 '교육복지사' 배치 기준 개편 요구가 쏟아졌다. 안 교육감은 "행정을 위한 행정, 먼지처럼 쌓인 교육계의 낡은 인사 관행 100여 가지를 추려 고치는 중"이라며 제도 손질을 예고했다.

직업계고 자립 모델: 포천일고 학부모는 식품가공·반려동물·창업콘텐츠 등 특성화 학과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도 직접 상품을 개발·판매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공동체 협동조합 모델을 지원해 달라고 건의했다.

■ "생성형 AI, 중학교까지는 금지해야"… 안민석 교육감의 화두 이날 디지털 교육 인프라 확충 요구가 이어지자 안민석 교육감은 역설적으로 '생성형 AI 제한론'을 화두로 던졌다. 류 교육장이 관내 무선 인프라 100% 구축 및 디지털 기자재 124% 보급, 디지털 창작소 18개소 조성 현황을 설명한 직후였다.

안 교육감은 "휴대폰을 교실에서 쓰지 않는 '폰프리 스쿨'이 학부모들의 압도적 지지로 안착하고 있듯, 생성형 AI 역시 만 15세(중학교)까지는 학교 현장에서 사용을 금지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는 대신 챗GPT나 제미나이에 물어보고 답을 베끼면서 사고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AI 활용 교육은 철저히 하되, 생성형 AI에 의존하지 못하도록 중학교까지는 사용을 제한하고 고등학교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을 경기도가 앞장서서 열겠다"고 밝혀 객석의 이목을 끌었다.

행사가 끝날 무렵, 장소를 내어준 한얼교회 이재원 목사는 "교회가 전도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 사회와 호흡하고 환원하기 위해 만든 공간인 만큼 언제든 열린 배움터로 써 달라"고 인사했다.

마무리 발언에 나선 류귀열 교육장은 오는 10월 말 종료되는 교육발전특구 시범사업의 후속 격인 '교육혁신 선도지구' 공모 소식을 알렸다. 류 교육장은 "교육부 지침상 국비 20억 원에 지자체 대응투자 기준이 30%(6억 원)인데, 포천시가 전국 100개 도전 지자체 중 최대 규모인 20억 원 전액 대응투자를 결단해 면접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며 "만약 선정되지 않으면 오늘 오신 분들께 전부 밥을 사겠다"고 말해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냈다.

2시간여의 마라톤 문답이 끝나고 여주산 고구마 상자가 우수 질문자들에게 건네졌지만, 예배당을 나서는 학부모들과 교장단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삼삼오오 모여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눴다. 책상머리 행정을 넘어 현장에서 던져진 포천 학부모들의 질문들이 실제 교실의 변화로 어떻게 귀결될지, 공은 이제 교육 당국과 지자체의 실행력으로 넘어갔다.

양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