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연구원, AI 안경 확산에 따른 ‘신호등 규칙’ 및 조건부 수용 제안 [사진=경기도청]](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2051596929-qc1d9d.png)
[시사큐브=양동원기자] 일상 속 혁신 기술로 주목받는 ‘AI 안경’의 확산을 앞두고,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전면 금지보다는 공간별·기능별 차등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전문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기연구원은 최근 AI 안경의 확산에 따른 기회와 위험을 심층 분석한 ‘AI 안경의 명암과 대응 방안: 혁신은 넓게 위험은 정밀하게’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일반 국민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AI 안경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와 과제를 진단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9.5%가 ‘본인도 모르게 촬영되는 문제’를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기능별 기대 편익은 5점 만점에 평균 4.02점이었으나, 위험 인식은 4.20점으로 우려가 기대보다 다소 높았다. 외국어 실시간 번역(85.2%)이나 길 안내(82.2%) 등 개인 편의 기능에 대한 기대감은 컸지만, 재난·응급 대응(68.7%)과 장애인·고령자 지원(70.5%) 등 공공 분야 편익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AI 안경 사용을 둘러싼 ‘이중잣대’도 뚜렷하게 확인됐다. 촬영 기능을 자신이 직접 쓰겠다는 응답은 56.2%에 달했으나, 모르는 사람이 주변에서 촬영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응답은 26.8%에 그쳐 29.3%p의 큰 격차를 보였다. 대화 녹음·요약, 감정·건강 분석, 얼굴인식 등 주변 사람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기능일수록 이러한 격차가 더욱 벌어졌으며, 응답자의 4명 중 1명(26.2%)은 하나 이상의 기능에서 ‘나는 쓰겠지만 남이 쓰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허용 수준은 장소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은행이나 법정에서는 당사자 동의나 기관의 사전 승인이 있을 때만 허용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고, 시험장 응시자의 사용에 대해서는 48.2%가 ‘원칙적 금지’를 택해 12개 조사 상황 중 유일하게 금지 의견이 최다를 기록했다. AI 안경을 이용한 시험 부정행위가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응답은 92.2%에 달했다. 다만 장애·의료 보조기기의 경우 사전 승인 후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도 82.7%로 높았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조건적인 사용 금지가 아닌 철저한 안전장치였다. 작동 표시, 얼굴 자동 가림, 자동 삭제, 거부권 등 9개 보호조치에 대해 모든 공간에서 81~88%가 필요하다고 답한 반면, ‘전면 금지’를 꼽은 비율은 58~73%로 가장 낮았다. 또한 AI 안경에 대한 구매 의향은 걱정의 크기보다는 인지 및 체험 여부에 따라 갈려, AI 안경을 잘 알거나 직접 체험해본 응답자(76.3%)가 그렇지 않은 응답자(24.6%)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설문 응답자의 절반(48.7%)은 편익과 우려를 동시에 느끼는 ‘기대·우려 공존형’으로 분류됐다.
경기연구원은 AI 안경이 누군가에게는 ‘눈과 귀’가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감시 카메라’가 되는 이중용도 기술인 만큼, 쟁점은 기술 자체보다 ‘어떤 공간에서, 누가, 어떤 기능을’ 쓰느냐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전면 금지가 아닌 ‘조건부 수용’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할 것을 제안했다.
혁신 측면에서는 시각·청각장애인 대상 보급 시범 및 사용 교육, 개방형 혁신 촉진, 소방·재난·시설 점검 분야의 우선 실증 및 결과 공개를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반면 위험 측면에서는 공간 민감도를 3단계로 나누고 촬영·녹음·얼굴인식 등 기능 단위로 허용 범위를 다르게 적용하는 ‘신호등 규칙’을 제안했다. 시험장 등 고위험 공간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보조기기는 사전 승인으로 예외를 두며,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 체계에 착용형 기기 촬영 피해를 추가하고, 보호 기능을 기본값으로 갖춘 기업을 공공 조달 및 실증 사업에서 우대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이승환 경기연구원 AI연구실장은 “AI 안경은 누군가에게는 눈과 귀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감시 카메라가 될 수 있다”며, “어디서, 누가, 어떤 기능을 쓰는지에 따라 규칙을 달리하면 혁신은 넓히고 위험은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용 관행이 굳어지기 전인 지금이 규범적 규칙을 만들 가장 좋은 시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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