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녹산(鹿山) 김순진 작가가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라이시움 405호에서 시선집 『머리보단 가슴입니다』 출판기념회와 함께 2027년 제29대 한국문인협회 시분과회장 출정식을 가졌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녹산(鹿山) 김순진 작가가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라이시움 405호에서 시선집 『머리보단 가슴입니다』 출판기념회와 함께 2027년 제29대 한국문인협회 시분과회장 출정식을 가졌다.

강의실 문을 열자마자 갓 찍어낸 활자 잉크 냄새와 형형색색 화환에서 번지는 진한 백합 향이 훅 끼쳐왔다.

바스락거리는 주홍빛 팸플릿을 넘기는 노시인들의 메마른 손끝이 분주했다. 마이크 테스트를 알리는 ‘툭툭’ 소리와 짧은 하울링 끝에 정적이 내려앉자, 단상 뒤편 대형 스크린 위로 시인의 40년 세월이 담긴 영상이 돌아가며 빔프로젝터의 낮은 팬 소리가 허공을 맴돌았다. 주홍색 표지 위 투명한 소주병 두 병이 그려진 시선집이 참석자들의 무릎 위에 묵직하게 놓여 있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녹산(鹿山) 김순진 작가가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라이시움 405호에서 시선집 『머리보단 가슴입니다』 출판기념회와 함께 2027년 제29대 한국문인협회 시분과회장 출정식을 가졌다.

경기 포천 출신으로 1984년 시집 『광대이야기』로 붓을 잡은 김 시인은 그간 24권의 작품집을 내며 40여 년간 문단의 굴곡을 현장에서 버텨왔다. 이날 행사장은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문단 원로와 중견 문인, 동료 시인 등 100여 명이 빽빽하게 자리를 채웠다.

이연분 시낭송가의 사회로 문을 연 행사는 장호병 전 대구문협 회장을 필두로 한 ‘새바람 문협 29’ 팀 출마 예정자 소개와 원로들의 축사, 안산김씨 촌로공파 종친회 격려사로 이어졌다. 신다희 낭송가의 낭랑한 축시가 강의실 벽을 울렸고, 테너 배홍진 교수의 묵직한 성악 선율이 청중의 가슴을 때렸다.

단상에 오른 김 시인은 마이크를 고쳐 쥐고 허리를 깊게 숙였다. 정장에 꽂은 부토니에 꽃이 작게 흔들렸다.

김 시인은 “기계와 인공지능이 글을 짓고 인간의 삶을 바꾸는 시대일수록, 가슴으로 울리는 순수 창작의 가치는 더 빛나야 한다”며 “알고리즘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한국 시의 거친 숨결과 진심을 지켜내겠다”고 입술을 뗐다.

출마 포부의 방점은 ‘벽을 허무는 현장’에 찍혔다. 김 시인은 “중앙과 지역 사이에 그어진 보이지 않는 선을 지우고, 원로의 굳은살 박인 지혜와 청년 시인의 푸른 열정이 어우러지는 상생의 판을 짜겠다”며 “8,000여 명 시인 회원이 소외되지 않는 자긍심의 터전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마 선언이 끝나자 객석 곳곳에서 거친 박수와 함께 환호가 터져 나왔다. 문단 동료들이 줄지어 무대에 올라 케이크를 자르고 맞잡은 손을 치켜올릴 때, 단상 위에는 오랜 시간 잉크밥을 먹어온 문인들의 밭은 기침과 결연한 눈빛이 뒤섞였다.

행사는 교내 일정을 마무리하고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늦은 시간까지 투박한 뒤풀이와 담론으로 이어졌다. 번쩍이는 디지털 스크린이 세상을 뒤덮는 시대, 종이 냄새 밴 시선집을 손에 쥔 시인의 출정 깃발이 가을빛 깊어가는 교정을 향해 조용히 펄럭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