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선단119안전센터 소속 김윤발 소방사 [사진=포천소방서]
포천 선단119안전센터 소속 김윤발 소방사 [사진=포천소방서]

셔틀콕이 허공을 가르는 파열음과 운동화 밑창이 마룻바닥을 미끄러지듯 긁어내는 소리로 가득 찼던 체육관. 10일 오후 3시께, 동두천시 환경사업소 내 배드민턴전용구장의 경쾌한 리듬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사람이 쓰러졌다!" 찢어지는 비명이 코트 구석에서 터져 나왔다.

60대 남성 A씨가 굳은 몸으로 초록색 우레탄 코트 바닥에 고꾸라져 있었다. 입술은 핏기 없이 파랗게 질려갔고, 주변을 둘러싼 동호인들은 패닉에 빠져 웅성거릴 뿐 누구 하나 선뜻 손을 대지 못했다.

비번을 맞아 라켓을 쥐고 몸을 풀던 포천소방서 선단119안전센터 김윤발(소방사) 소방관이 코트를 가로질러 달려왔다. 환자의 턱을 젖히고 코와 가슴에 얼굴을 밀착했다. 호흡도, 경동맥의 박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1분 1초가 생사의 갈림길인 심정지였다.

"선생님, 119에 전화해 주세요! 스피커폰 켜시고요!"

김 소방관은 주변 시민 한 명을 지목해 신고를 지시한 뒤, 곧장 무릎을 꿇고 A씨의 흉부 중앙에 깍지 낀 두 손을 얹었다. 땀으로 젖은 운동복 위로 체중을 실은 압박이 시작됐다. 1초에 두 번. 5cm 이상의 깊이로 가슴뼈를 강하게 내리누르는 둔탁한 반동이 김 소방관의 팔뚝을 타고 전해졌다.

초가을의 서늘했던 실내 공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김 소방관의 이마와 턱 끝에서 굵은 땀방울이 후두둑 떨어져 바닥을 적셨다. 압박을 이어간 지 꼬박 2분, 약 240여 차례의 흉부 압박이 이어지던 순간이었다.

굳어 있던 환자의 양팔이 가늘게 떨렸다. 닫혀 있던 기도를 뚫고 거칠게 토해내는 가쁜 숨소리가 코트 바닥에 울려 퍼졌다. 멈춰 섰던 심장이 다시 박동을 시작한 신호였다. 김 소방관은 환자의 고개를 옆으로 돌려 기도를 확보한 채 맥박과 의식을 확인하며 현장을 지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렌을 울리며 도착한 119 구급대 들것에 환자가 실려 나갈 때까지, 그의 굳은 어깨는 풀리지 않았다.

이 긴박했던 순간은 며칠 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누리집 ‘칭찬합시다’ 게시판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병원에서 아버지를 간호하던 A씨의 아들이 뒤늦게 당시 현장의 전말을 듣고 "평생의 은인을 찾는다"며 장문의 감사의 글을 올리면서다.

김윤발 소방사는 “환자를 본 순간 몸이 먼저 반응했을 뿐, 대한민국 소방관이라면 비번 날이라도 누구든 똑같이 나섰을 것”이라며 “심정지는 초기 몇 분의 압박이 생사를 가르는 만큼, 주저하지 말고 119 신고와 함께 두 손으로 가슴을 누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긴박했던 120초의 적막을 깨고 터져 나온 한 줄기 거친 숨소리. 비번 소방관의 굳은살 박인 두 손이 가을날 한 가정의 온기를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