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학 전통 안에서 시대의 질문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가 그 물음에 답하는 세 권의 책을 동시에 내놓았다.[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1943624263-v45xvr.png)
하나의 유학 전통 안에서 시대의 질문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가 그 물음에 답하는 세 권의 책을 동시에 내놓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는 조선의 대표 유학자 조식(1501~1572), 이이(1536~1584), 윤휴(1617~1680)의 삶과 사상을 다룬 교양총서 『조식』·『이이』·『윤휴』를 발간했다고 14일 밝혔다. 한국 사상가의 궤적과 철학적 개념을 통해 우리 사유와 문화의 근원을 탐색하는 기획 총서 <사유의 한국사> 시리즈의 신간이다.
이번 3권은 16세기에서 17세기로 이어지는 조선 유학의 흐름을 세 인물의 생애와 저술, 학문과 정치적 실천, 그리고 후대의 계승과 평가를 통해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 자신을 닦는 공부를 세상 속 실천으로 – 남명 조식
첫 번째 책 『조식』은 퇴계 이황과 같은 해에 태어나 16세기 영남 유학을 이끈 조식을 다시 본다. 저자인 최석기 경상국립대 교수는 『남명집』과 『학기유편』, 「신명사도」와 상소문까지 두루 살피며, 오늘날 이기론·심성론 중심의 유학사에서 상대적으로 가려졌던 남명학의 본질을 짚는다.
조식이 중시한 것은 ‘경(敬)으로 자신을 다스리고 의(義)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며, 배운 도리를 삶에서 실천하는 ‘하학인사(下學人事)’였다. 대부분 관직을 사양하고 초야에 머물렀지만 상소를 통해 임금의 과오와 정치의 폐단을 직언하며 수양을 우국애민과 경세제민으로 확장한 실천적 유학자의 초상이다.
◇ 철학의 원리를 현실 개혁으로 – 율곡 이이
『이이』는 성리학자를 넘어 통유(通儒)였던 이이의 얼굴을 보여준다. 이상익 부산교대 교수는 이이가 이(理)와 기(氣)의 관계를 ‘이지지묘(理氣之妙)’로 설명하며 세계의 원리를 탐구하는 동시에, 그 원리를 어떻게 현실 정치에 적용했는가에 주목한다.
16세기 후반, 누적된 폐단과 동서분당으로 변화가 절실했던 시대를 이이는 ‘경장(更張)의 시대’로 진단했다. 기강과 공론을 바로 세우고 민생을 개선하는 구체적 개혁안을 제시한 배경에는 ‘진실한 마음으로 실제에 힘쓰고 실질적 효과를 추구한다’는 무실(務實)의 정신이 있었다. 문학과 철학, 정치사상과 교육사상을 넘나든 이이의 경세론이 성리학의 추상적 논의를 어떻게 현실의 언어로 번역했는지를 보여준다.
◇ 주희의 해석을 넘어 경전을 다시 읽다 – 백호 윤휴
세 번째 책 『윤휴』는 가장 논쟁적인 인물에 대한 균형 잡힌 재조명이다. 정호훈 서울대 규장각 교수가 쓴 이 책은 윤휴를 ‘사문난적(斯文亂賊)’, ‘적휴(賊鑴)’라는 낙인이 아니라 17세기 조선의 현실 속에서 읽는다.
병자호란 이후 국가 재건의 과제를 안은 윤휴는 주희의 해석에 머물지 않고 『중용』·『대학』·『효경』·『서경』을 독자적으로 재해석하며 새로운 사유 체계를 구축했다. 경학을 바탕으로 북벌과 부국강병, 정치·군사·경제 전반의 개혁을 구상했지만, 주자학의 권위가 강화된 시대에 그의 학문은 극심한 충돌을 불렀고 결국 역모 혐의로 처형되며 오랫동안 금기시됐다.
◇ 엇갈린 평가 속에서 조선 유학사를 다시 읽다
세 권을 나란히 읽는 재미는 또 있다. 앞선 학자를 향한, 그리고 후대가 남긴 엇갈린 시선이다. 이이는 조식을 도학군자가 아닌 ‘일민(逸民)’으로 평가했지만, 김성일·송시열·이익·곽종석 등 다른 학자들은 조식을 도학자로 높였다. 이이의 학문은 기호학파로 이어져 조선 후기 정치·사상의 큰 흐름이 되었지만 영남학파에서는 비판받았고, 윤휴의 학문은 배제되었다가 이익·권철신·정약용을 거쳐 근현대에 이르러 다시 논쟁적 사상사로 복원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측은 "세 사람을 함께 읽는 의미는 하나의 공통된 사상을 찾는 데 있지 않다"며 "같은 유학 전통 안에서 서로 다른 시대적 문제에 어떻게 답했는지, 그리고 그 답이 후대에 어떻게 기억되고 선택되었는지를 비교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16세기 사화의 시대에 수양과 실천을 결합한 조식, 성리학의 원리와 경세·개혁을 연결한 이이, 국가적 위기 속에서 경전을 새롭게 읽어 현실을 바꿀 근거를 찾은 윤휴. 세 유학자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알고 있던 '조선 유학'이라는 단일한 지형이 사실은 수많은 질문과 논쟁으로 겹겹이 쌓인 다층적 풍경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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