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시 보산동 관광특구 안내판 [사진=양상현 기자]](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1922849400-zwln6z.jpg)
축제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꺼지자마자 골목은 순식간에 짙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주말 한낮을 메웠던 음악 소리가 잦아들자, 보산동 관광특구 좁은 보도블록 위로는 차가운 밤바람에 뒹구는 종이컵 소리만이 바스락거렸다. 문을 열어둔 식당 안에서는 희미한 기름내와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가 맴돌았지만, 유리문 너머로 발길을 멈추는 손님은 없었다. 상인들은 먼지 낀 계산대 모서리를 매만지며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6일 오전 10시, 제349회 동두천시의회 제1차 정례회 본회의장. 휠체어를 탄 정진호 의원이 단상 마이크 앞에 섰다. '은빛 바퀴 해결사'라는 별칭답게 은빛 바퀴를 굴려 단상에 오른 그의 손등에는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과거 보산동에서 장애인학교 교장을 지내고 2년 넘게 목공방을 운영하며 골목의 쇠락을 온몸으로 겪어낸 인물이다.
"좋은 물건을 깎아 진열해 놓고 온종일 문을 열어두어도, 지나가는 사람 그림자조차 볼 수 없던 날이 수두룩했습니다. 축제 날 반짝 모였다가 조명이 꺼지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일회성 행사에 언제까지 목을 맬 생각입니까."
마이크를 타고 울리는 정 의원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그는 보산동이 수년째 겪고 있는 악순환의 고리를 '체류 공간의 부재'로 규정했다. 축제와 공연으로 사람을 잠시 불러 모을 수는 있어도, 머물며 지갑을 열 만한 물리적 공간이 없어 지역 상권이 질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산동 월드푸드스트리트 머리 위를 가로지르는 전철 고가 하부 공간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1922953418-l8n1jl.jpg)
정 의원이 내놓은 해법의 좌표는 멀리 있지 않았다. 보산동 월드푸드스트리트 머리 위를 가로지르는 전철 고가 하부 공간이다. 1호선 전철이 통과할 때마다 쿵쾅거리는 둔탁한 굉음과 진동이 내려앉는 이 잿빛 콘크리트 그늘은, 역설적으로 비와 직사광선을 완벽하게 차단해 주는 거대한 지붕 역할을 한다.
정 의원은 이 방치된 고가 하부를 사계절 내내 시민과 외지인이 머무는 '체류형 랜드마크'로 뒤바꾸자고 제안했다. 여름에는 시원한 물살을 가르는 도심형 이동식 워터파크로, 겨울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번지는 썰매장과 눈 체험장으로 탈바꿈시키자는 구상이다. 봄과 가을에는 세계음식과 플리마켓, 버스킹, 야간 경관조명이 어우러지는 상설 문화거리로 활용해 365일 발길을 묶어두자는 것이다.
특히 정 의원은 이 공간을 설계 단계부터 문턱과 단차를 없앤 ‘배리어프리(Barrier-Free) 무장애 관광공간’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유모차를 미는 부모, 걸음이 더딘 어르신까지 그 누구도 바퀴와 발걸음에 제약을 받지 않는 공간이어야 비로소 보산동이 선진 관광의 표준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탁상머리에서 두꺼운 연구용역 보고서부터 쓰려 하지 마십시오. 당장 현장으로 나와 상인들의 마른 입술과 절규를 들으십시오. 실행 가능한 시범 사업부터 작게 시작해 성공의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발언을 마친 정 의원이 휠체어 바퀴를 밀며 퇴장하는 동안, 본회의장 바닥에는 고무 타이어의 묵직한 마찰음이 가라앉았다.
기지촌의 상흔과 안보라는 굴레 속에서 묵묵히 버텨온 보산동의 뒷골목. 축제가 끝나면 휑뎅그렁해지는 아스팔트 바닥 위로 다시 사람의 온기를 채워 넣기 위해서는, 관행적인 축제 예산 낭비를 멈추고 잿빛 고가 밑 유휴지를 시민의 삶터로 되돌리는 과감한 행정의 결단이 요구된다.
![동두천시 보산동 관광특구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1923041837-93xtnp.jpg)
![동두천시 보산동 관광특구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1923085440-6e9upp.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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