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제생병원 전경 [사진=양상현 기자]](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1922582804-0b501p.jpg)
지행동 언덕배기 위로 솟아오른 거대한 건축물 앞으로 가을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지상 21층 높이의 본관 콘크리트 골조와 나란히 선 지상 12층 별관 외벽은 새로 칠한 페인트의 메마른 화학약품 냄새를 뿜어내고 있었다. 덤프트럭이 오간 토목 공사 현장 진입로에는 붉은 황토 먼지가 뿌옇게 일었다. 별관 공정률 98%. 건물은 이미 완성된 거인의 형상을 갖췄지만, 정문 앞을 가로막은 철제 펜스 너머로는 사람의 온기 대신 서늘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1995년 첫 삽을 뜬 뒤 재단 내부 사정으로 2000년 공사가 중단됐던 동두천 제생병원. 20여 년간 흉물로 방치되다 2020년 8월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같은해 11월 재착공식을 갖고 멈췄던 시계추를 다시 돌렸다. 본관(지하 4층·지상 21층)과 별관(지하 1층·지상 12층)을 합쳐 총 1,405개 병상 규모. 동두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의료시설이 마침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지만, 문을 여는 방식표를 두고 벌어진 갈등은 건물 외벽보다 더 두터운 빙벽에 갇혔다.
![동두천제생병원 재착공식 안내 [사진=양상현 기자]](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1922642253-hb0nmk.jpg)
지난 6일 동두천시의회 본회의장 단상에 선 김재수 의원의 목소리에는 이 엇갈린 시선에 대한 답답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30년을 기다려 온 시민들에게 이제는 '언젠가 개원하겠다'는 막연한 말 대신, '어떻게 준비해서 열겠다'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내놓아야 합니다."
마이크 너머로 울려 퍼진 김 의원의 질타는 매주 머리를 맞대면서도 평행선만 달리는 동두천시와 대진의료재단의 팽팽한 입장 차를 정조준했다.
![동두천제생병원 재착공식 단체 기념촬영 [사진=양상현 기자]](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1922682389-jbu8uz.jpg)
동두천시의 입장은 완강하다. '필수의료를 갖춘 종합병원 개원'이다. 야간에 열이 치솟는 아이를 업고 의정부나 양주 응급실로 내달려야 하는 부모들의 피 말리는 현실, 골든타임을 놓칠까 식은땀을 흘리는 뇌혈관·심장 질환 환자들의 불안을 잠재우려면 응급실과 분만실, 소아청소년과를 갖춘 종합병원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1,405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이 들어설 경우 지역 의료 거점 확보는 물론 수천 명의 고용 창출과 상권 활성화라는 경제적 파급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반면 대진의료재단의 셈법은 차갑다. 종합병원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설비 투자비와 의료진 인건비, 만성 적자 구조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재단 측은 현실적인 운영 방안으로 요양병원, 한방병원, 또는 회복기 재활병원 형태의 개원을 고수하며 맞서고 있다.
공사는 끝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양측의 거리는 한 뼘도 좁혀지지 않았다. 시가 제시한 로드맵은 협의와 내부 리모델링을 거쳐 정식 개원으로 이어지는 구상이지만, 핵심 진료 기능에 대한 합의가 빠진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동두천제생병원 전경 [사진=양상현 기자]](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1922730241-mfe4or.jpg)
김 의원은 이 교착 상태를 타개할 해법으로 집행부를 향해 세 가지 현실적 결단을 촉구했다. 첫째, 종합병원 즉시 개원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그 이유를 시민 앞에 투명하게 밝히고 병원급으로 우선 개원한 뒤 단계적으로 진료 기능을 확대하는 '단계적 로드맵'을 수립할 것. 둘째, 2027년까지 끝내야 할 시설 보강, 의료진 채용, 진료과목 확보에 대한 구체적 이행 계획을 마련할 것. 셋째, 제생병원 하나에만 의존하지 말고 추진 중인 대진대학교 의과대학 유치와의 연계 및 지역 야간·휴일 의료공백을 메울 전방위적 보건망을 동시에 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발언을 마친 김 의원의 손에는 빽빽하게 줄을 그어 적어 내려간 원고가 쥐여 있었다.
30년 전 세워진 낡은 설계도 위에 새 페인트를 덧칠한다고 해서 병원이 저절로 시민의 생명을 지켜주지는 않는다. 1,405병상의 거대한 콘크리트 골조에 알코올 소독약 냄새와 의료진의 발자국 소리가 채워질 수 있을지, 아니면 문을 걸어 잠근 채 또 다른 침묵을 이어갈지. 이제는 탁상 위의 '협의'라는 단어를 지우고,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구체적인 공정표와 합의안을 현장에 내놓아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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