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민들이 지난 2021년 12월 20일 오전 7시 30분, 엄동설한 속 '6군단 부지는 시민의 땅'이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양상현 기자]](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1922295072-53sc1r.jpg)
2021년 12월 20일 오전 7시 30분, 옛 6군단 정문 앞은 영하 15도의 칼바람이 할퀴는 거리였다. 그곳에서 포천시민들은 '시유지를 돌려달라'는 손팻말을 들었다. 한 달 동안 아침마다 이어진 집회였다. 70여 년간 국가안보를 위해 모든 걸 감내해 온 도시가, 비로소 자기 땅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그 절박함은 2022년 1월 14일,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면담 테이블까지 이어졌다. 당시 박윤국 포천시장의 노력으로 성사된 그 자리에서 시유지 반환과 부지 활용 방안을 건의했을 때, 우리는 반환이 멀지 않았다고 믿었다. 이후 포천시와 국방부가 상생협의체를 꾸리고 기부대양여라는 해법을 꺼내 들면서 기대는 더 커졌다.
문제는 숫자가 커지는 속도가 기대가 커지는 속도보다 빨랐다는 데 있다.
연제창 더불어민주당 포천시·가평군 지역위원장은 시의원 시절부터 줄곧 같은 질문을 던졌다. 기부재산 규모 2,318억 원, 포천시가 감당할 수 있는가. 민간사업자가 뛰어들 만큼 사업성이 나오는가. 개발의 청사진보다 먼저 비용의 현실을 봐야 한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그 경고는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고, 국방부를 향한 협상도 더 치열하지 못했다.
결과는 숫자로 돌아왔다. 군사시설 이전 비용 추산치가 2,318억 원에서 3,550억 원으로, 1,232억 원이 증발하듯 늘어났다. 민간사업자를 끌어들인다 해도 사업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규모다. '전부 가져오자'는 일괄 해결의 욕심이 오히려 '아무것도 못 가져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이제 전략을 바꿔야 한다. 연 위원장은 27만 평이라는 거대한 자물쇠를 한 번에 열려 하지 말고, 우리 손에 쥐어진 8만 평 열쇠부터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옛 6군단 부지 27만 평은 성격이 다른 두 개의 땅이다. 약 8만 평의 시유지는 포천시민의 명백한 재산이다. 돌려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우리 땅이다. 나머지 19만 평의 국유지는 다르다. 국가의 재산이기에 '반환'이 아니라 현행 법과 제도 안에서 확보 방안을 짜고, 비용을 따져야 하는 대상이다. 두 과제의 법적 성격과 무게가 다른데도 한데 묶어 추진하다 보니, 가장 시급하고 명분 있는 시유지 반환마저 지체됐다.
그런 점에서 최근 포천시와 국방부가 시유지 일부를 국유지와 교환하는 방식에 합의한 것은 작지만 결정적인 전환이다. 어렵게 만든 합의의 틈을 성과로 넓혀야 한다. 교환 절차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고, 나머지 시유지 반환을 위한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반환의 완성은 등기부등본의 명의 변경이 아니라, 시민이 그 땅을 밟고 쓰는 순간이다.
국유지 19만 평을 마주하려면 포천시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제도를 바꿔야 땅도 바뀐다.
지난 2월 4일, 박선원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주목하는 이유다. 개정안은 기부대양여 사업의 구조적 모순을 정확히 짚는다. 대체시설을 먼저 지어 바쳐야 하는 부담, 국방부가 부담하기로 한 토양오염 정화 비용이 양여재산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불합리, 양여 전에 한 평도 쓸 수 없는 경직성. 이 세 가지에 대해 우선 양여와 비용 공제, 무상 사용·수익 허용이라는 특례를 두자는 것이다.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라는 구호가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으려면, 이런 구체적인 법의 언어가 필요하다. 포천시는 협의 과정에서 확인된 1,232억 원 증액의 내역과 지방자치단체가 떠안은 과도한 부담의 논리를 국회에 더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그래서 연 위원장이 제안하는 해법은 단순하다. 단계적으로, 그러나 동시에 가자는 것이다.
1단계는 마중물이다. 시유지 8만 평부터 돌려받아 개발의 발판을 마련한다. 반환 부지의 건물 철거와 정화 등 원상회복을 시작하고, 시민 활용 방안을 구체화한다.
2단계는 판을 키우는 일이다. 원상회복이 진행되는 동안 주변 지역의 개발을 통해 수요를 만든다. 수요가 생겨야 국방부 소유 19만 평을 확보할 때의 사업성이 올라가고, 협상력도 생긴다.
3단계는 매듭을 푸는 일이다. 높아진 사업성을 토대로 기부대양여 사업과 군부대 이전을 추진하고, 나아가 포천 발전의 또 다른 족쇄인 15항공단 이전까지 내다보는 중장기 전략으로 확장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시유지를 돌려받아도 원상회복까지 약 5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 5년을 기다림의 시간으로 쓸 것인가, 준비의 시간으로 쓸 것인가. 그 차이가 포천의 다음 70년을 가른다. 땅을 고르는 동안, 법을 바꾸고, 수요를 만들고, 이전의 실행 계획을 짜야 한다.
시유지 반환은 포천의 미래를 여는 첫 단추다. 첫 단추를 제대로 꿰어야 나머지 단추도 풀린다. 우리 땅부터 돌려받고, 그 땅에서 포천의 미래를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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