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열린무대 일대에서 서울시가족센터가 남성 양육자의 주체적인 돌봄 참여와 맞돌봄 문화 확산을 위해 마련한 ‘2026 아자러너 UP!’ 현장 모습 [사진=서울시가족센터]
지난 10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열린무대 일대에서 서울시가족센터가 남성 양육자의 주체적인 돌봄 참여와 맞돌봄 문화 확산을 위해 마련한 ‘2026 아자러너 UP!’ 현장 모습 [사진=서울시가족센터]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수백 켤레의 운동화가 아스팔트 바닥을 차고 나갔다. 타닥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탄성이 서울어린이대공원 숲길의 정적을 갈랐다.

지난 10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열린무대 일대.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은행나무 그늘 아래 180가족, 550여 명이 모여들었다. 서울시가족센터가 남성 양육자의 주체적인 돌봄 참여와 맞돌봄 문화 확산을 위해 마련한 ‘2026 아자러너 UP!’ 현장이다.

이날 미니마라톤 코스는 1.9km. 기록을 다투는 시계는 없었다. 오직 아이의 짧은 보폭에 아빠의 긴 걸음을 맞추는 호흡만 이어졌다. 코스 중반 오르막길에 들어서자 머리띠 사이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아빠, 조금만 더!" 거칠어진 숨소리 끝에 아이가 앞서 나가자, 뒤따르던 아빠는 젖은 손바닥으로 아이의 등을 단단히 밀어 올렸다. 나뭇잎을 스치는 서늘한 가을바람 속에서도 맞잡은 손안에는 끈적한 열기가 가득했다. 가쁜 호흡을 뱉어내며 도착 아치(Arch)를 통과한 부자(父子)는 차가운 생수를 들이켜며 비로소 활짝 웃어 보였다.

달리기를 마친 가족들은 무대 앞 광장에서 마주 섰다. 서로의 어깨를 짚고 상체를 숙이는 ‘커플 요가’가 이어졌다. 허리를 숙일 때마다 뻐근한 관절 사이로 묵직한 체중이 실렸다. 등을 맞대고 서로를 지탱하던 한 참가자는 땀이 밴 이마를 닦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행사장 곳곳에 마련된 부스에서는 또 다른 교감이 펼쳐졌다. 플로깅(Plogging)에 참여한 아이들은 목에 건 노란색 완주 메달을 달랑거리며 공원 구석구석의 쓰레기를 집어 올렸다. 집게로 주워 담은 찌그러진 페트병과 캔을 분리수거 통에 넣을 때마다 덜커덩거리는 금속음이 울렸다. 그림책 만들기 부스에서는 크레파스의 기름진 냄새가 번졌고, 경찰 제복을 입어보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공원에 흩어졌다. 이번 대면 행사에는 렉시, 하림(푸디버디), hy, 키즈텐 등 4개 기업이 물품 후원과 부스 운영으로 힘을 보탰다.

이번 캠페인은 서울시가족센터가 이어온 ‘아자프로젝트’와 최근 펴낸 ‘이슈리포트 제18호(맞돌봄 주제)’의 문제의식을 야외 현장으로 끌어낸 자리다. 아버지가 가사·육아의 보조자에 머무르지 않고 동등한 돌봄 주체로 서야 한다는 정책적 논의를 몸으로 겪는 축제로 구현했다.

홍우정 서울시가족센터장은 “아빠와 자녀가 발맞춰 달린 <2026 아자러너 UP>은 가정 내 육아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일상 속 맞돌봄 문화를 확산하는 뜻깊은 결실을 맺었다”라며 “앞으로도 남성 양육자가 주체적으로 돌봄에 참여하고 모든 가족이 행복한 돌봄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다양한 기회를 확대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