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명성산 억새꽃 축제 개막 앞두고 산정호수 주차장 무대 설치 모습[사진=김현모]
제22회 명성산 억새꽃 축제 개막 앞두고 산정호수 주차장 무대 설치 모습[사진=김현모]

텅 빈 아스팔트 주차장 바닥 위로 묵직한 쇠 냄새가 번졌다.

“탕! 타앙—”

12일 오후, 은빛 알루미늄 트러스 파이프가 서로 맞물리며 마찰하는 날카로운 쇳소리가 산자락의 적막을 깼다. 화물 트럭 적재함에서 쏟아져 나온 수십 개의 조명 기기와 거대한 검은색 스피커 박스들이 서늘한 가을바람 속에 덩그러니 도열했다. 가을 햇살에 달궈진 차가운 금속 골조를 붙잡은 작업자들의 손장갑은 오전부터 이어진 작업으로 거뭇하게 닳아 있었다.

무대 맞은편 주차장에는 초록색과 흰색이 섞인 몽골 텐트 수십 동이 반듯하게 줄을 지었다.[사진=김현모]
무대 맞은편 주차장에는 초록색과 흰색이 섞인 몽골 텐트 수십 동이 반듯하게 줄을 지었다.[사진=김현모]

은빛 억새의 물결이 절정을 향해 치닫는 가운데, 제22회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 축제를 하루 앞둔 행사장은 손님맞이 채비로 분주했다.

공연 무대가 들어설 산정호수 하동 주차장 일대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거대한 트러스 골조를 지상에서 조립해 상공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 쉼 없이 이어졌다. 지지대를 세우고 안전 핀을 조이는 인부들의 등판에는 서늘한 산바람 속에서도 땀방울이 맺혔다.

무대 맞은편 주차장에는 초록색과 흰색이 섞인 몽골 텐트 수십 동이 반듯하게 줄을 지었다.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천막 다리마다 묵직한 모래주머니를 동여매고, 바닥에 거미줄처럼 엉킨 굵은 전선을 팽팽하게 펴 전구를 연결하는 손길이 바쁘게 움직였다.

축제의 화려한 조명이 켜지기 전, 가장 어둡고 거친 무대 뒤편을 지키는 이들은 지역의 문화·행정·마을 관계자들이었다.

포천문화관광재단(반월아트홀)을 비롯해 축제추진위원회, 포천시청, 포천도시공사, 포천예총, 포천농협, 그리고 산정리 마을회와 청년회 주민들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무대와 부스 설치에 힘을 보탰다. 각자의 생업을 뒤로한 채 궂은일을 자처한 이들이었다.

현장을 지휘하던 포천문화관광재단 김현모 팀장은 "이번 축제에 반월아트홀도 함께할 수 있어 기쁘면서도, 믿고 따라와 준 공연 관계자들에게는 봉사 아닌 봉사를 하게 해 진심으로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축제추진위와 시청, 공단, 마을 주민 등 수많은 분이 오직 한마음으로 헌신하고 있다"고 현장의 공기를 전했다.

호숫가를 따라 길게 늘어선 은빛 억새는 이미 가을바람을 타고 사각거리며 흩날리고 있었다.[사진=김현모]
호숫가를 따라 길게 늘어선 은빛 억새는 이미 가을바람을 타고 사각거리며 흩날리고 있었다.[사진=김현모]

호숫가를 따라 길게 늘어선 은빛 억새는 이미 가을바람을 타고 사각거리며 흩날리고 있었다. 그 눈부신 물결 아래, 축제의 안전과 감동을 지탱할 묵직한 쇠기둥이 마침내 푸른 하늘을 향해 높게 솟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