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병원은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과 본관 1층 로비에서 입원 환자 유용덕님의 색칠 작품 전시회 '삶의 밑그림, 나의 색칠법'을 개최하고 있다.[사진=의정부병원]](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1810762659-rq3rqr.jpg)
병실 특유의 소독약 냄새와 건조한 모니터 기계음 사이로 사각거리는 소리가 얹힌다. 종이 위를 오가는 색연필의 마찰음.
주인공은 유용덕 씨다. 평생 38년을 그림 파는 화랑 주인으로 살았다. 남의 손을 거친 유화와 수채화를 벽에 걸고 값을 매기던 그가 이제는 스스로 쥐어 잡은 색연필로 하얀 종이의 여백을 메운다. 화려한 화폭의 큐레이터였던 남자가 생의 종착역인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자신의 손에 붓 대신 색연필을 쥐었다.
은퇴 후 들렀던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시작된 작은 손놀림이었다. 처음엔 시간을 죽이려 시작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병동 침상에 누운 뒤에도 손에서 도구를 내려놓지 않았다. 링거 바늘이 꽂힌 손등 위로 힘줄이 돋고, 앙상해진 손가락 마디마디가 종이 위를 짓누른다. 그가 채워 넣은 것은 단지 인쇄된 도안의 빈칸이 아니었다. 지나온 세월의 갈피, 언젠가 화랑 유리창 너머로 흘려보냈던 계절의 잔상들이었다.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로비와 병동 복도에 걸린 전시회 '삶의 밑그림, 나의 색칠법'.
미술관의 조명도, 값비싼 액자도 없다. 병원 복도를 오가는 휠체어 바퀴 소리와 바쁜 간호사들의 발걸음 곁에 놓인 그림들은 투박하다. 반듯하게 선 밖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안간힘, 때로는 힘이 빠져 희미하게 번진 획 하나하나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날것 그대로의 시간이다.
"병동에서도 손에서 놓질 않으셨어요."
주치의 송유정 과장의 짧은 말속엔 말기 암 병동이 지닌 침묵의 무게와, 그 무게를 종이 한 장으로 버텨내던 한 인간의 완강함이 겹쳐 있다.
우리는 삶이라는 밑그림을 늘 스스로 다 그렸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병마와 죽음 앞에서 인간이 마주하는 밑그림이란 대부분 거칠고, 뜻대로 되지 않으며, 지독히 불친절하다. 유용덕 씨의 그림이 발길을 붙드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주어진 밑그림이 아무리 가혹할지라도, 그 안을 어떤 색으로 채워 넣을지는 여전히 온전히 자신의 몫이라는 사실을 그 마르고 떨리는 손끝이 묵묵히 증명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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