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수백 대가 빚어낸 공중 퍼포먼스 모습
드론 수백 대가 빚어낸 공중 퍼포먼스 모습

운동장의 조명탑 불이 일제히 꺼졌다. 제24회 포천시민의 날을 맞은 11일 저녁, 낮 동안 잔디밭 에어바운스를 누비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잦아들자 포천종합운동장은 일순 짙은 어둠에 잠겼다. 밟힌 잔디에서 올라오는 풋내와 차가운 밤이슬 냄새 사이로 서늘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었다. 수천 명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 칠흑 같은 상공을 향했다.

어둠 속에서 첫 번째 불빛이 켜졌다. 별이 아니었다. 낮게 웅웅거리는 프로펠러 구동음과 함께 수백 대의 드론이 일제히 솟아올랐다.

가장 먼저 밤하늘을 가른 것은 붉은빛의 거대한 준마였다. 갈기를 휘날리며 허공을 내달리는 붉은 말의 역동적인 도약에 객석 곳곳에서 밭은 숨이 터져 나왔다. 이어 은하수 속을 유영하듯 푸른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고래 한 마리가 주황빛 둥근 행성을 향해 지느러미를 저었다.

빛의 궤적은 쉼 없이 모습을 바꿨다. 숲과 온실, 벤치가 어우러진 정원의 풍경이 밤하늘에 아늑하게 피어났고, 곧이어 은빛 궤도를 따라 힘차게 달리는 전철 한 편성이 허공에 선명한 자태를 드러냈다. 포천의 미래를 실어 나를 전철의 모습에 어르신들은 연신 무릎을 치며 감탄을 쏟아냈다.

"어? 저거 우리 아까 본 거잖아."

아빠 어깨 위에 목말을 탄 어린아이가 차가워진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켰다. 낮 시간대 잔디밭에서 뛰놀던 동화 속 풍경들이 빛의 조각이 되어 머리 위에서 춤추고 있었다. 밤하늘 한가운데에 드론이 또 다른 드론을 빚어내는 재치 있는 군무가 이어지자, 곁에 앉은 한 노인은 손주의 작은 손을 꼭 쥐며 "얘가 얘를 만들었네" 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

드론들이 흩어졌다 다시 모이며 붉은빛과 흰빛의 화려한 불꽃 문양을 폭죽처럼 쏘아 올렸다. 이어 밤하늘 정중앙에 '내 삶이 행복한 인문도시', '프라이드 포천', '시민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라는 글귀가 또렷하게 각인됐다.

하이라이트는 드론의 대열이 물러난 뒤에 찾아왔다.

깊은 남색 상공에 분홍빛과 흰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꽃 조형물이 활짝 피어올랐다. 파라솔처럼 펼쳐진 꽃잎마다 촘촘히 박힌 LED 조명이 성좌처럼 반짝였다. 그 꽃 아래로 허공에 매달린 무용수가 가을밤의 공기를 가르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바람 한 점 없는 적막 속에서 꽃 조형물이 미세하게 흔들렸고, 무용수는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허공을 유영했다. 조명이 허공의 무용수를 비출 때마다 운동장 전체에 침묵과 경탄이 번졌다. 젊은 부부는 서로의 손을 꼭 쥐었고, 엄마 품에 안긴 아이는 "엄마, 사람이야"를 연발하며 눈을 떼지 못했다.

하늘에는 윙크하는 포천의 마스코트 캐릭터와 함께 '포천시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2027년에도 함께 하겠습니다', '안전벨트 착용! 안전히 귀가하십시오'라는 다정한 당부의 문구가 마지막 불빛으로 새겨졌다.

쇼가 끝나고 운동장 조명이 다시 켜졌을 때, 허공을 가득 채웠던 빛은 사라졌지만 10월의 쌀쌀한 밤공기를 잊은 시민들의 얼굴에는 상공에 피어났던 꽃빛 여운이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