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과자집처럼 꾸며진 성채 둘레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인 이들은 노란 조끼에 빨간 십자가를 덧댄 대한적십자사봉사회 포천시협의회 봉사원들이었다.[사진=적십자]](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1808829339-rf54to.jpg)
지난 10월 11일, 포천종합운동장 천연잔디 구장에 쏟아진 가을 햇살은 유독 따가웠다. 한낮의 기온이 치솟으며 잔디 틈새로는 풋풋한 풀 비린내와 달궈진 흙냄새가 동시에 피어올랐다. 제24회 포천시민의 날을 맞은 축제장 한편에는 버섯과 쿠키, 도넛 모양의 거대한 공기주입식 놀이기구(에어바운스)가 알록달록한 성곽처럼 솟아올랐다. 송풍기가 토해내는 육중한 모터 소리 너머로 아이들의 웃음과 아우성이 잔디밭을 뒤덮었다.
동화 속 과자집처럼 꾸며진 성채 둘레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인 이들은 노란 조끼에 빨간 십자가를 덧댄 대한적십자사봉사회 포천시협의회 봉사원들이었다.
잔디밭에는 신발을 벗어 던진 채 미끄럼틀을 향해 내달리는 아이들의 발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뙤약볕에 달궈진 고무 튜브를 딛고 오르는 아이들의 움직임은 쏜살같았다. 미끄럼틀 꼭대기에 선 아이가 허공으로 솟구칠 때마다, 아래에 선 봉사원의 시선도 함께 곤두섰다. 봉사원들은 그늘 한 뼘 없는 허허벌판에서 잔디밭에 흩어진 작은 운동화들을 가지런히 추려 모았고, 가파른 튜브 계단을 오르는 아이들의 등을 손바닥으로 받쳤다. 넘어지지 않게, 부딪히지 않게, 손등에 맺힌 땀을 훔칠 새도 없이 다음 아이의 작은 손을 맞잡았다.
운동장 트랙 한쪽에 마련된 42번 부스 ‘나눔과 봉사로 함께 만드는 따뜻한 세상’ 천막 안쪽 역시 쉴 틈이 없었다. 탁자 위에는 납작하게 눌린 종이 썬캡이 어른 무릎 높이까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탁, 팟."
도화지를 꺾어 머리 테두리를 맞추는 소리가 쉼 없이 이어졌다. '맛있는 포천쌀을 이용합시다'라는 문구가 박힌 종이 모자의 이음매를 손끝으로 눌러 원형으로 세우는 작업이었다. 손바닥의 온기로 종이를 둥글게 만 봉사원들은 유모차를 끌고 천막 앞을 지나는 부모와 손을 잡고 걷는 노인들에게 이를 건넸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치며 종이 모자를 받아 든 시민들은 그제야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눈부신 가을볕을 가려냈다.
행사장 잔디밭에는 유모차 행렬이 긴 그림자를 드리웠고, 무대에서는 행사 진행을 알리는 스피커 음향이 쩌렁쩌렁 울렸지만, 노란 조끼를 입은 이들은 무대를 등진 채 오직 아이들의 동선만 응시했다. 전정례 회장은 “무더운 날씨 뙤약볕에서 봉사원 여러분 모두 고생 많으셨다”며 현장을 지킨 이들의 어깨를 토닥였다.
축제의 화려함은 무대 위 가수나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에 있었지만, 그 축제를 무너지지 않게 받친 것은 가장 낮은 곳에 있던 이들의 무릎이었다. 허리를 굽혀 흙 묻은 신발을 정리하고, 무릎을 꿇어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던 이들의 등판은 오후 내내 땀으로 짙게 젖어 있었다. 포천시민의 날이 진정한 축제가 된 배경에는 다른 이의 그늘이 되어주기 위해 기꺼이 뙤약볕 아래 선 시민들의 묵묵한 손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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