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 호원권역 중랑천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
의정부시 호원권역 중랑천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

하천은 행정구역의 경계를 따라 흐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하천 행정은 여전히 시·군·구의 경계에 깊이 묶여 있다. 중랑천 의정부 구간의 국가하천 승격 논의는 이 오래된 관행의 한계를 다시 보여준다. 같은 수계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서울시계를 기준으로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이 갈라져 있는 현실은, 하천관리의 원칙과 실제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잘 드러낸다.

현행 「하천법」은 유역면적 합계가 200㎢ 이상인 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기준만 놓고 보면 중랑천은 충분히 국가하천 지정 논의가 가능한 하천이다. 실제 하천기본계획상 중랑천의 전체 유역면적은 약 300㎢에 이른다. 그럼에도 의정부 구간 8.25㎞가 지방하천으로 남아 있는 것은, 같은 수계를 하나의 체계로 보지 않고 행정경계에 따라 쪼개어 관리해온 결과다.

이 같은 구조는 단순히 행정의 일관성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의 구분은 곧 관리 책임과 재정 부담의 구분이기 때문이다. 국가하천으로 지정되면 정비와 유지관리 비용을 국비로 부담할 수 있지만, 지방하천은 지자체가 상당한 몫을 떠안아야 한다. 재정 여건이 넉넉하지 않은 기초지자체에게는 이 부담이 결코 가볍지 않다. 결국 하천의 등급이 위험의 크기보다 지방재정의 한계에 의해 좌우되는 셈이다.

하천은 단순한 물길이 아니다. 홍수 예방, 도시 안전, 생태 보전, 생활환경 개선이 모두 맞물린 공공 인프라다. 따라서 하천관리의 기준은 행정 편의가 아니라 유역의 특성과 위험도, 그리고 관리의 필요성에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지정 체계는 하천의 연속성보다 행정구역의 경계를 우선해왔다. 그 결과 같은 수계 안에서도 어떤 구간은 국가가 책임지고, 어떤 구간은 지방이 감당하는 비대칭 구조가 고착됐다.

이런 점에서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중랑천 의정부 구간의 국가하천 승격 요구는 의미가 크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시계 기준으로 하천을 나눈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밝힌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현행 지정 관행이 자연지리적 합리성과 거리가 있다는 점을 정부도 일정 부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문제의 본질은 공감의 표현이 아니라 제도 개선의 실천에 있다. 다음 지정 때 검토하겠다는 수준을 넘어, 유역 기반의 지정 원칙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분명한 답이 필요하다.

국가하천 지정은 단지 명칭을 바꾸는 절차가 아니다. 재원 배분과 안전 책임의 구조를 다시 짜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준은 더 엄격하고, 판단은 더 일관돼야 한다. 동일한 수계라면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고, 동일한 위험이라면 동일한 책임이 따라야 한다. 이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하천 행정은 앞으로도 계속 행정경계와 재정능력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다.

중랑천 의정부 구간의 국가하천 승격 논의는 특정 지역의 숙원사업을 넘어선다. 이는 우리 하천정책이 행정구역 중심에서 유역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묻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하천은 경계를 모르지만, 정책은 아직 경계에 갇혀 있다. 이제는 그 경계를 넘어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