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학교(총장 권동현)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재학생맞춤형고용서비스팀이 급변하는 산업 현장 수요에 발맞춰 재학생들의 안전·품질관리 직무 역량을 높이기 위한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실무 교육’을 진행한다.[사진=세명대]
세명대학교(총장 권동현)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재학생맞춤형고용서비스팀이 급변하는 산업 현장 수요에 발맞춰 재학생들의 안전·품질관리 직무 역량을 높이기 위한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실무 교육’을 진행한다.[사진=세명대]

지방의 한 대학 강의실에 모인 학생들이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점검표를 채우고 있다. 9월 29일과 10월 6일, 공장의 위생 관리 수칙과 위해요소 분석 절차가 학과 수업의 자리를 대신했다.

기업이 채용 즉시 써먹을 규격화된 부품을 기르기 위해 대학이 직업훈련소의 문법을 정면으로 수용했다.

대학의 직무 교육 전환은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대 소멸이라는 위기 속에서 가속화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4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에 따르면 비수도권 대학 졸업자의 초임 유지취업률은 60%대 초반에 머물며 수도권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취업률 지표가 대학의 존폐를 가르는 절대 평가 기준이 되자 상아탑의 시간표는 현장 매뉴얼로 빠르게 대체됐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교육의 본질은 기성세대가 만든 기존 질서에 순응하는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가 세계를 새롭게 시작할 능력을 길러주는 일"이라고 짚었다. 기업이 담당해야 할 신입사원 연수를 대학이 대신 떠안는 사이, 현상의 원인을 묻고 구조를 비판하는 학문의 근육은 퇴화했다.

물론 극심한 청년 실업난 속에서 당장 생계를 꾸려야 할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취업 무기를 쥐여주는 행정을 마냥 탓할 수는 없다. 기업의 실무 기준과 겉도는 이론 강의만 고집하다 졸업생을 낭떠러지로 내모는 고립주의 역시 무책임한 처사다. 그러나 눈앞의 지표를 맞추기 위해 규격화된 수칙 암기에만 매달리는 방식은 급변하는 산업 지형에서 학생들의 장기적 적응력을 오히려 갉아먹는다.

우리가 강의실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당장 오류 없이 채워 넣는 점검표의 완성도가 아니다. 세상이 던져준 규칙을 묵묵히 따르기 전에 그 규칙이 왜 만들어졌는지 되물을 수 있는 생각의 깊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