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이하 수기사)이 2일 사단 예하 부대 내 재구공원에서 ‘제61주기 故 강재구 소령 추모행사’를 열고 고인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렸다.[사진=수기사]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이하 수기사)이 2일 사단 예하 부대 내 재구공원에서 ‘제61주기 故 강재구 소령 추모행사’를 열고 고인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렸다.[사진=수기사]

1965년 10월 4일, 훈련장에 떨어진 뇌관 터진 수류탄 위로 스물아홉 살 중대장이 몸을 던졌다. 61년이 흐른 지난 10월 2일,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재구공원 추모비 앞에 장병과 백발의 전우 120여 명이 모여 고 강재구 소령의 이름을 불렀다.

부하의 실수를 온몸으로 덮었던 한 장교의 선택은 희생이라는 가치 자체가 낡은 유물로 취급받는 오늘날 낯선 정적으로 다가온다.

한국 사회는 압축 성장의 그늘 속에서 손해 보지 않는 삶을 최고의 덕목으로 학습했다. 위험은 분산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기술이 생존의 기본 공식이 됐다. 질병관리청의 2024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성인 4명 중 1명 이상(26.8%)이 위기 상황에서 기댈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답할 만큼 우리 사회의 연대망은 메말랐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인간이 타인을 위해 책임을 감당하는 행위야말로 공적 영역에서 자유와 인간다움을 증명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썼다. 군 문화를 넘어 사회 전반이 철저한 손익 계산으로 재편되는 동안, 타인의 과오를 함께 짊어지는 책임의 윤리는 각자도생의 언어 밑으로 가라앉았다.

개인의 안전과 권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태도를 비난할 수는 없다. 국가나 조직을 앞세워 맹목적 희생을 강요하던 과거의 병영주의와 집단주의에 대한 거부는 민주화와 개인주의가 쟁취한 정당한 결실이다. 그러나 오직 자기 보존만이 유일한 나침반이 된 사회는 예상치 못한 파열음 앞에서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

추모비 앞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박제된 군인정신의 복원이 아니다. 서로를 향해 몸을 던지는 마지막 안전판을 허물어버린 우리 시대가 과연 내일의 위기를 누구와 함께 건널 것인가라는 묵직한 물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