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북부의 비닐하우스 단지 사이 농로에 대형트럭 한 대가 서 있었다. 수확이 끝난 시각, 네팔, 캄보디아, 베트남에서 온 노동자들이 상자 하나하나를 부지런히 트럭에 싣고 있었다. 초록색 상추, 얼갈이, 열무가 담긴 박스였다.[사진=김달성]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북부의 비닐하우스 단지 사이 농로에 대형트럭 한 대가 서 있었다. 수확이 끝난 시각, 네팔, 캄보디아, 베트남에서 온 노동자들이 상자 하나하나를 부지런히 트럭에 싣고 있었다. 초록색 상추, 얼갈이, 열무가 담긴 박스였다.[사진=김달성]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북부 비닐하우스 단지 사이 농로. 대형트럭 한 대가 엔진을 켠 채 서 있었다. 수확이 끝난 시각이었다. 네팔, 캄보디아, 베트남에서 온 노동자들이 초록색 상추와 얼갈이, 열무가 담긴 박스를 쉼 없이 트럭에 싣고 있었다.

"이 채소 박스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아요?"

네팔에서 왔다는 한 노동자에게 물었다. 답은 짧았다.

"서울이요."

그의 말대로다. 박스들은 몇 시간 뒤면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경매장에 내려진다. 거기서 다시 수도권의 마트와 식당으로 흩어져 누군가의 저녁 식탁에 오른다. 채소의 이동 경로는 명확하다. 그러나 사람의 경로는 잘 묻지 않는다.

트럭은 가는데, 사람은 남는다.

"오늘 몇 시부터 일 시작했어요?" "여섯 시요."

그의 하루는 점심시간을 빼고 10~11시간이다. 세 끼는 스스로 해결한다. 휴일은 한 달에 토요일 두 번. 숙소는 농장 한쪽 구석에 세워진 가건물이다. 월급은 기숙사비를 원천징수하고 나면 200만원 정도라고 했다. 최저임금 기준으로 따지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경기도 전역에 흩어진 기업형 농장의 비닐하우스 [사진=김달성]
경기도 전역에 흩어진 기업형 농장의 비닐하우스 [사진=김달성]

경기북부만의 풍경이 아니다. 경기도 전역에 흩어진 기업형 농장의 비닐하우스는 대부분 비슷한 구조로 돌아간다. 고령화로 내국인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진 자리에, 합법적인 비자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와 있다. 비자는 합법이지만, 일터의 조건은 합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관계자는 그 풍경을 ‘내부식민지’라고 표현했다. K-문화를 자랑하는 선진국의 먹이사슬 맨 아래에 농업 이주노동자를 고정시켜 놓고 돌아가는 구조라는 것이다. 거친 비유지만, 트럭이 떠난 자리에 남은 농로와 가건물 앞 간이 취사도구를 보면 쉽게 반박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 노동이 어느 한 농장의 예외가 아니라는 데 있다. 대형화될수록 고용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그 의존은 고착화된다. 농촌의 인력난이라는 현실과, 그 빈틈을 메우는 노동의 대가가 제대로 지불되지 않는 현실이 겹쳐 있다.

트럭에 채소를 싣는 손놀림은 능숙하고 빨랐다. 그러나 그 손놀림 뒤에 있는 삶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마트에서 집어 드는 상추 한 봉지 뒤에는 새벽 6시부터 시작된 11시간의 노동과, 농장 옆 움막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저녁이 있다.

소비자는 채소가 어디서 왔는지 묻는다. 이제는 누가, 어떤 조건에서 키웠는지를 함께 물어야 할 때다. 행정의 역할도 단속과 계도 이전에, 기숙사 기준과 식사 제공, 휴식 보장 같은 최소한의 주거·노동 조건이 현장에서 지켜지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트럭은 매일 서울로 간다. 채소 박스는 가볍게 실리지만, 그 박스를 실은 손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채소는 가락동 경매장에서 가격으로 평가되지만, 사람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 질문은 아직 농로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