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의 한 통합공공임대주택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
포천시의 한 통합공공임대주택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

포천에서 청년이자 신혼부부로 첫 보금자리를 꾸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서울의 1.4배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 수도권 내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 가격을 두고 누군가는 비교적 수월한 시작을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딛고 가정을 꾸리는 이들에게 전·월세 보증금 수천만 원은 여전히 아득하고 높은 현실의 벽이다.

최근 포천시가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청년 184가구와 신혼부부 22가구에 총 14억 8천만 원의 주거비를 지원했다는 소식은 결코 단순한 행정 실적에 그치지 않는다. 이것은 고단한 갈림길에 섰던 206가구가 포천이라는 지역에 잔류와 정착을 결심하도록 이끈 결정적인 숫자다.

지원 내역을 들여다보면 행정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임대보증금을 지원받은 48가구에는 가구당 평균 3천만 원이, 월 임대료를 지원받은 158가구에는 매달 30만 원 안팎의 실질적인 부담 경감이 이뤄졌다. 파격적인 현금 살포와는 거리가 멀지만, 사업 수혜자의 96.3%가 "주거 안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은 이유는 자명하다. 매달 통장을 스쳐 지나가던 고정 주거비가 줄어들자 그 숨통 트인 여력이 생활비와 주거환경 개선으로 이어졌고, 일상을 짓누르던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한 겹 덜어냈기 때문이다.

그동안 청년 주거 정책은 늘 거대한 담론 속에 갇혀 있었다. 수천 호 규모의 청년주택 신축이나 신도시 개발 같은 거창한 청사진이 그것이다. 그러나 포천의 실험은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막대한 시간과 예산이 드는 개발보다, 이미 지역 내 공공임대에 터를 잡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당장 결핍된 보증금과 월세를 메워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빠르고 확실한 정착 유도책이 아니냐는 물음이다.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포천 역시 청년 인구 유출이라는 엄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청년이 떠나면 골목 상권이 얼어붙고, 학교가 문을 닫으며, 도시의 활력은 급격히 쇠락한다. 이번 주거비 지원이 단순한 복지를 넘어 "이곳 포천에서도 충분히 미래를 일굴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탄이 되는 이유다. 내년 지원 규모를 284가구로 확대하고, 복잡한 서류를 덜어내 QR코드 간편 신청을 도입하겠다는 시의 후속 조치 역시 행정의 문턱을 낮춰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올바른 방향타다.

물론 200여 가구를 향한 온기만으로 지역 내 모든 청년의 주거 난을 해소할 수는 없다. 비싼 민간 월세에 기대어 사는 청년이나 입주 순번을 기다리는 수많은 신혼부부에게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지자체가 나의 주거 불안을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는 정책적 신뢰감은 무엇보다 값지다. 청년의 주거 안정이 담보되지 않고서는 결혼도, 출산도, 내 집 마련이라는 다음 생애주기로의 진입도 공염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올해 보증금 지원은 11월 30일까지 이어지며, 12월 초에는 하반기 월세 지원 접수가 예정되어 있다. 시청 누리집에 게시된 작은 공고문 한 장이 누군가에게는 포천에서 다시 1년을 버텨내고 살아갈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버텨낸 1년이 쌓이고 또 이어질 때, 비로소 청년이 떠나지 않는 지속 가능한 도시가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