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포천시 소흘읍 무봉리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소방당국과 관계기관이 총출동해 진화작업을 벌였다.[사진=김성남]
지난해 10월, 포천시 소흘읍 무봉리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소방당국과 관계기관이 총출동해 진화작업을 벌였다.[사진=김성남]

가을걷이가 끝나고 나면 포천 들녘마다 같은 풍경이 반복된다. 베어낸 고춧대와 깻대를 한곳에 모아놓고,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불을 붙이는 모습이다. 처리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 연기가 마을을 덮고, 건조한 바람을 타고 산으로 번지는 것이 매년 가을·겨울 산불 뉴스의 시작이었다.

포천시가 오는 10월 12일부터 12월 4일까지 ‘영농부산물 무상 파쇄 지원사업’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신청서를 내면, 11월 2일부터 12월 18일까지 파쇄지원단이 직접 농지를 찾아와 농민이 미리 모아둔 부산물을 무료로 갈아주는 방식이다.

단순한 행정 지원처럼 보이지만, 농촌의 현실을 아는 사람에게는 노동력을 덜어주는 일이다. 고춧대 한 단을 베어내고 묶어내고, 불 피울 자리를 정리하는 일은 젊은 사람에게도 힘든 일이다. 고령화된 마을에서 그 일을 혼자 해야 하는 어르신들에게 ‘태우지 마세요’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신 파쇄기가 대신해주겠다는 것이다.

시는 문턱도 낮췄다. 관내 농경지라면 소유주가 관외에 살아도 신청할 수 있고, 거동이 불편하면 이·통장이나 가족이 대리 신청도 할 수 있다. 농사를 짓는 사람은 포천에 있지만, 주소는 자녀 집이 있는 도시에 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불법 소각은 단속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처리할 방법이 없어서 생기는 일이기도 하다. 태우면 10분이면 끝나는 일을, 태우지 않으려면 반나절을 더 써야 하는 구조에서는 단속만으로 연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파쇄된 부산물은 그대로 밭으로 돌아가 거름이 된다. 연기가 아니라 흙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10월이면 포천의 산은 단풍으로 물들지만, 한순간의 부주의가 산불로 번지면 그 풍경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 고춧대 몇 단을 태우려다 산 하나를 잃는 일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태울 이유를 없애는 것이다. 이번 가을, 마을마다 파쇄기 소리가 불법 소각의 연기를 대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