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청 신청사 전경 [사진=포천시]
포천시청 신청사 전경 [사진=포천시]

경기도가 평화경제특구 1차 후보지로 파주 6.9㎢를 제출하면서, 포천의 시간은 이제부터다. 도는 연천·포천을 2차 신청으로 돌리고 10월 추가 공모로 1곳을 더 뽑겠다고 했다. 전국 4개 내외만 지정되는 특구다. 포천이 2027년 8월 2차 신청에서 살아남으려면, 파주와 다른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

첫 번째 조건은 차별화다. 파주가 AI·첨단제조·스마트물류로 '서부내륙권 스마트·융복합 협력 권역'의 관문을 자임했다면, 포천은 같은 카드로 경쟁할 수 없다. 포천이 가진 패는 광활한 군 유휴부지와 반환공여지, 그리고 경기 북동부 대전환 구상과의 정합성이다. 추미애 지사가 언급한 항공·MRO, 기후·에너지 기술, 첨단 스마트팜은 포천에 더 절실한 서사다. 특히 한탄강·DMZ 생태축과 연계한 기후·에너지 실증단지, 군 유휴지를 활용한 무인기·MRO 클러스터처럼 '평화용지 20%'를 어떻게 채울 것인지가 핵심이다. 평화용지가 장식이 아니라 산업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환경영향평가의 선제적 돌파다. 도가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영향평가 사전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대목이 포천의 현재 위치다. 포천은 수도권 상수원과 군사시설보호구역, 보전산지가 중첩된 도시다. 파주가 교통과 기업수요로 어필했다면, 포천은 환경성과 안보성을 동시에 증명해야 한다. 개발 면적을 넓게 잡기보다, 반환공여지 등 이미 훼손된 부지를 중심으로 한 '압축형·복합형' 계획이 설득력이 있다. 1.4㎢의 평화용지를 생태 복원과 남북산림협력 연구기지로 설계하면, 그린벨트 논란을 오히려 강점으로 전환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기업수요의 실명화다. 파주는 210개 입주 의향이라는 숫자로 정부의 심의 문턱을 넘었다. 평화경제특구는 세제·부담금 감면과 인허가 특례가 주어지는 만큼, 수요의 구체성이 곧 사업성을 의미한다. 포천은 그간 수도권 규제로 제조업 기반이 약했던 만큼, 앵커기업 2~3개와 협력 중견기업군을 묶는 '클러스터형 의향서'가 필요하다. 단순 의향이 아니라, 반환공여지에 즉시 착공 가능한 RE100 산업단지, 스마트팜 에너지 자립단지 같은 실행계획이 뒤따라야 한다.

네 번째는 남북협력의 스토리텔링이다. 평화경제특구는 일반 산단과 달리 '향후 남북협력 가능성'을 평가한다. 파주가 개성공단 연계성을 강조했다면, 포천은 중부내륙축의 의미를 가져야 한다. 철원-포천-연천으로 이어지는 DMZ 중부 벨트의 물류·에너지·산림협력 거점, 그리고 북한 산림복원을 위한 종자·기술 비축기지라는 서사는 포천만이 쓸 수 있다. DMZ자생식물원 10주년이 포천 국립수목원에서 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태가 곧 평화산업이 되는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은 지역 내부의 합의다. 평화경제특구는 지정 이후가 더 어렵다. 토지 보상, 주민 이주, 군과의 협의가 남는다. 2016년부터 80건의 정책 대응을 이어온 경기도의 행정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포천시가 10월 추가 공모에 앞서 시민참여형 공론화와 시의회·군부대·기업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먼저 보여준다면, 이는 서류상 가점이 아니라 특구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증명하는 자료가 된다.

파주는 '관문'으로 1차를 열었다. 포천이 2차를 열기 위한 키워드는 규모가 아니라 정밀함이다. 반환공여지를 활용한 압축개발, 기후·스마트팜 중심의 차별화, 실명화된 기업수요, 그리고 생태를 평화산업으로 전환하는 서사. 이 네 가지가 갖춰질 때, 포천은 후보지를 넘어 '북동부 대전환'의 첫 번째 성공사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