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국립수목원에서 열린 ‘DMZ자생식물원 개원 1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모습 [사진=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서 열린 ‘DMZ자생식물원 개원 1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모습 [사진=경기도]

“DMZ는 생명을 상징하는 곳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이 한마디는 1일 포천 국립수목원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의 의미를 압축한다. 비무장지대는 오래도록 분단의 상징으로 읽혀왔지만, 동시에 전쟁이 완전히 지워버리지 못한 생명의 피난처이기도 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못한 땅에서 자연은 오히려 스스로를 지켜냈고, 그 결과 DMZ는 한반도에서 가장 역설적인 생태 공간으로 남았다. 파괴의 흔적 위에 생명이 자란 것이다.

추 지사가 “평화를 파괴한 전쟁의 상흔이 있는 곳이지만 역설적으로 생명을 상징하는 곳이 DMZ”라고 말한 대목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DMZ는 분단의 경계선이기도 하지만, 인간이 자연을 얼마나 쉽게 훼손하고 또 얼마나 어렵게 회복하는지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다. 그래서 DMZ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단지 국토 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전쟁을 기억하는 방식이자, 평화를 설계하는 태도의 문제다.

이번 ‘DMZ자생식물원 개원 1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물다양성협약(CBD) 사무국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유엔환경계획(UNEP) 등 국제기구와 연구기관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은 DMZ가 더 이상 국내의 분단 유산만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지켜볼 생태·평화 자산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세계는 지금 분쟁과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붕괴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시대에 DMZ는 전쟁을 겪은 땅이 어떻게 복원의 상징이 될 수 있는지 말해주는 드문 사례다.

추 지사가 해외 참석자들에게 “대한민국의 친구가 되어 달라”고 당부한 것도 상징적이다. DMZ를 지키는 일은 단순히 국경의 일부를 보존하는 작업이 아니다. 국제사회와 함께 평화와 생태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과정이다. 특히 초국경 보호지역, 분쟁지역 환경복원, 유럽 그린벨트 사례 등 다양한 국제 사례가 논의된 이번 심포지엄은 DMZ가 고립된 지역이 아니라 세계적 담론 속에서 읽혀야 할 공간임을 보여준다.

DMZ자생식물원이 지난 10년간 북방계 식물의 수집과 보전, 북한 식물 연구, 훼손지 복원 연구를 이어왔다는 점도 중요하다. 식물원은 단순히 희귀종을 모아두는 장소가 아니다. 그것은 훼손된 자연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조건을 연구하는 실험실이자, 통일 이후 한반도 산림 생태계 복원의 밑그림을 그리는 공간이다. 18㏊ 규모의 이 식물원이 갖는 의미는 단지 면적이 아니라, 미래를 상상하는 힘에 있다.

무엇보다 DMZ의 가치는 ‘보존’과 ‘개발’의 이분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곳은 보존해야 할 만큼 귀중하지만, 동시에 살아 있는 교육 현장이며 평화 관광의 자원이기도 하다. 경기도가 평화누리길과 생태탐방로를 조성하고, 생태 교육과 평화 관광을 연계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태를 지키는 일이 곧 평화를 지키는 일이 되고, 평화를 지키는 일이 다시 지역의 지속가능성과 연결된다.

물론 DMZ를 둘러싼 논의는 늘 조심스러워야 한다. 보전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을 정체시키는 것도 경계해야 하고, 관광이라는 명분으로 생태계를 훼손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하나다. DMZ를 단순한 군사적 경계선으로만 남겨두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이 땅은 이미 세계가 주목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평화의 가능성을 품은 공간이다.

추미애 지사의 말처럼, 대한민국 사람들은 생명 자원을 보존하고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어가려는 열망이 강한 민족이다. 그렇다면 DMZ는 분단의 상처를 넘어, 그 열망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전쟁이 남긴 경계를 생명이 넘나드는 경계로 바꾸는 일, 그것이 DMZ를 보존하는 진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