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도입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가 1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정부는 REC 가격 변동에 따른 사업 불안정을 해소하고 체계적인 보급을 위해, 정부가 물량을 정해 경쟁입찰을 거쳐 한국전력과 장기 고정가격 계약을 맺는 '계약시장'으로 제도를 전면 전환한다.[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0834760346-b6hhyo.jpg)
“어제는 RPS 제도 일몰에 따른 법령 정비를 위한 공청회가 있었습니다. 당장 재생에너지를 늘리려는 정부의 고뇌가 엿보였다 할까요. 효율 위주의 정책이라 할까요.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소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자에게는 확실히 불리하다 보여지는 개편이 우려됩니다.”
포천시민햇빛발전조합의 홍영식 관계자가 자신의 SNS에 1일 남긴 이 짧은 글은 이번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개편 논란의 핵심을 정확히 짚는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제도 개편이라고 말하지만,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누구를 위한 전환인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그 질문은 단순한 반대가 아니다. 에너지 전환이 속도만으로 평가될 수 없는 이유를 보여주는 경고에 가깝다.
정부가 내놓은 개편안의 큰 방향은 분명하다. 신규 재생에너지 사업을 경쟁입찰 중심으로 돌리고, 대형 발전공기업과 민간 사업자에게 공급 의무를 집중시키겠다는 것이다. 장기계약을 통해 사업 안정성을 높이고, 시장을 효율적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도 깔려 있다. 그러나 바로 그 효율성이 문제다. 효율은 전환의 수단일 수는 있어도, 전환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특히 시민이 참여해온 재생에너지 생태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홍영식 관계자의 말처럼, 이번 개편은 구조적으로 소규모 사업자에게 불리하다. 재생에너지 시장은 이미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동하는 영역이다. 자본 조달, 입지 확보, 계통 연계, 인허가 대응에서 대형 사업자가 유리한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정부가 경쟁입찰을 강화할수록, 승자는 더 커지고 약한 사업자는 더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재생에너지 보급은 늘어도, 그 전환의 주체는 시민이 아니라 대자본이 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시민참여형 협동조합이 만들어온 재생에너지 모델은 단순한 발전사업이 아니다. 지역 주민이 투자하고,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 돌려주며, 수익을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다. 포천시민햇빛발전조합 같은 사례는 바로 이런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들은 발전소를 짓는 데 그치지 않고,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탄소흡수원 조성, 지역 연대의 확장 같은 사회적 효과를 만들어냈다. 에너지 전환이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재구성이라는 사실을 실천으로 증명해온 셈이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은 이런 시민참여형 모델을 제도 중심에서 밀어내는 방향으로 읽힌다. 대형 공기업과 민간 사업자에게 물량을 몰아주고, 소규모 설비는 별도 시장으로 분리하는 방식은 언뜻 보면 정교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민주도 재생에너지의 확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형식적으로는 다양한 사업자를 수용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질적으로는 자본력과 행정력을 가진 주체가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가 “시민참여 없는 에너지 전환은 가짜”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단지 발전량 증가를 의미한다면, 대형 사업자 중심 구조가 가장 빠를 것이다. 하지만 진짜 전환은 생산 주체를 바꾸고, 지역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며, 이익을 공유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에너지는 더 이상 중앙집중형 시스템 안에서만 관리되는 상품이 아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송전망이 지나는 지역의 주민까지 모두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회적 인프라다.
정부가 강조하는 분산에너지 역시 마찬가지다. 분산에너지는 단순히 설비를 전국에 넓게 깔아놓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고 그 이익이 지역에 남도록 만드는 제도적 장치여야 한다. 그러나 대형 사업자 중심의 개편이 굳어지면, 분산에너지는 이름만 남고 내용은 사라질 수 있다. 지역은 전기를 받아쓰는 곳으로만 남고, 시민은 의사결정의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
물론 정부의 고민도 이해할 수는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은 지금 당장 속도를 내야 한다. 기후위기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빠른 전환이 곧바로 좋은 전환은 아니다. 현장에서 시민이 빠져버린 전환은 오래가지 못한다. 지역의 협력과 수용성 없이 추진되는 정책은 언젠가 저항에 부딪히고, 제도는 다시 조정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RPS 개편 논란은 속도와 공공성, 효율과 민주주의 사이의 충돌이다. 홍영식 관계자의 말은 그 충돌의 최전선에서 나온 목소리다. “효율 위주의 정책”이라는 짧은 평가 속에는,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와 시민참여형 협동조합이 체감하는 불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부가 이 불안을 단순한 이해관계로 치부한다면, 에너지 전환은 기술적으로는 빨라질지 몰라도 사회적으로는 더 불안정해질 것이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숫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누가 만들고, 누가 소유하며, 누가 이익을 나누는지까지 포함해야 한다. 홍영식 관계자의 발언은 바로 그 질문을 되돌려준다. RPS 개편이 정말 전환을 위한 것이라면, 정부는 효율만이 아니라 시민참여의 자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부터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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