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 모습 [사진=박지혜 의원실]](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0646460451-ghgj15.jpg)
5년간 2억6천만톤. K-water가 위탁받은 지방상수도에서 그냥 땅으로 샌 물의 양이다. 돈으로 치면 2,359억원이다. 세금으로 만든 수돗물을 정수해, 가압해, 땅속에 묻은 다음, 다시 땅속으로 버리는 데 5년을 썼다.
국회 제출 자료는 더 잔인하다. 2021년 누수량 5,398만㎥, 2025년 5,264만㎥. 5년간 2.5% 줄었다. 통계 오차 수준이다. 개선이라 부르기 민망하다. 그런데 손실액은 476억원에서 480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물은 덜 샜는데 돈은 더 샜다. 단가 인상분을 감안하면 국민이 체감하는 손실은 더 커졌다는 뜻이다. 올해도 7월까지 3,394만㎥, 308억원이 증발했다. 멈춘 적이 없다.
가장 비겁한 대목은 편중이다. 파주 332억원, 거제 265억원, 서산 202억원. 상위 10개 지자체가 전체 손실의 78.8%를 차지한다. 특정 지역에 누수가 집중된다는 건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 방치다. 노후관이 어디에 얼마나 깔려 있는지 뻔히 알면서도 교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증거다. K-water는 23개 지자체를 위탁 운영한다면서, 정작 가장 많이 새는 곳부터 잡지 못했다.
사고는 더 적나라하다. 2021년 10건, 2025년 14건. 매년 우상향이다. 올해는 9월까지 9건인데도 피해는 이미 6년 중 최악이다. 3만7,268세대가 단수됐고, 232시간 동안 수도꼭지를 틀어도 물이 나오지 않았다. 통영과 고성 2만9천 세대가 동시에 끊긴 사천정수장 정전, 120시간을 버틴 거제 집중호우. 이게 선진국 수도 시스템의 모습인가.
원인 분석은 공기업의 무능을 요약한다. 68건 중 32건, 47.1%가 타기관 공사로 인한 관로 파손이다. 남이 파다가 우리 관을 터뜨렸다는 얘기다. 지하에 어떤 관이 묻혀 있는지, 굴착 전에 협의 한 번, 입회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자백이다. 21세기에 도면 한 장 공유하지 못해 상수도를 터뜨리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관로 노후 11건, 동파 6건은 변명조차 되지 않는다. 노후는 알면서 안 갈았고, 겨울은 매년 오는데 매년 터진다.
문제의 본질은 책임의 외주화다. 지자체는 K-water에 맡기면 끝이라 생각하고, K-water는 위탁이라 투자를 망설인다. 새는 물은 지자체 손실로 잡히고, 교체 비용은 서로 미룬다. 그 사이 국민은 두 번 낸다. 새는 물값으로 한 번, 단수 피해로 또 한 번.
기후위기 시대에 2억6천만톤의 물을 버리는 것은 직무유기를 넘어 환경파괴다. 가뭄 타령을 하면서 수돗물을 땅에 버리는 모순을 누가 설명할 것인가. 2,359억원이면 노후관 몇백 킬로미터를 갈 수 있는 돈이다. 그 돈으로 땅을 적셨다.
박지혜 의원이 말한 "속도감 있는 투자"는 점잖은 표현이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틀렸다. 신규 사업, 해외 진출, 실적 자랑할 시간에 묻어둔 관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굴착공사 사전 협의 강화 같은 대책은 10년 전에도 들었다. 10년 후에도 같은 사고원인 1위가 타기관 공사라면, 그건 대책이 아니라 직무태만이다.
수도꼭지를 잠그라고 시민에게 말하기 전에, 땅속에서 새는 수도꼭지부터 잠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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