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청 누리집에 게시된 한눈에 보는 공약체계 [사진=포천시]
포천시청 누리집에 게시된 한눈에 보는 공약체계 [사진=포천시]

변방에서 중심으로 — 정체성 재편의 설계도

포천시 공식 누리집이 최근 공개한 민선8기 공약 체계는 하나의 명제로 압축된다. 4대 추진전략, 5대 핵심공약, 10대 분야 148개 사업. 백영현 시장이 내건 '든든하고 깨끗하며 신속합니다'라는 슬로건을 구체적 실행 언어로 번역한 청사진이다.

이는 단순한 사업 목록이 아니다. 접경·군사도시, 축산도시, 수도권 변방이라는 포천을 옭아매온 세 가지 낙인을 '정원'과 '첨단 방위산업'이라는 두 개의 새로운 좌표로 치환하려는 도시 정체성 재편 시도로 읽힌다.

1. 구조의 논리 — 전략에서 핵심공약으로의 수렴

시정은 네 개의 축으로 짜였다.

①시민행복 건강도시 ②품격높은 인문도시 ③균형발전 경제도시 ④살고싶은 정원도시

주목할 지점은 이 네 축이 다섯 개의 핵심공약으로 응축되는 방식이다. 특히 ④번 '살고싶은 정원도시'는 CORE 1 '생활밀착형 도심 속 정원도시 조성'으로 직결된다. 포천천 블루웨이, 한탄강 맨발 황토 치유정원, 고모호수 명소화 및 권역별 생활공원 조성이 그 실체다.

하천·호수·공원을 잇는 블루-그린 네트워크 구상은,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라는 포천 유일의 브랜드 자산을 관광 콘텐츠가 아닌 일상의 생활권으로 끌어내리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2. 5대 핵심공약 해부 — 확장과 내실의 이중 전략

외연 확장형 공약: 경제 지도를 다시 그리다

CORE 2. K-AI 첨단 방위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은 가장 도전적인 승부수다. 전국 최대 포병 훈련장과 다수의 군부대를 품은 '군사도시'라는 제약을, K-AI 드론 인프라와 방산·드론 첨단산업으로 역전시키겠다는 발상이다. 국방부 유휴지와 군 훈련장을 드론 시험·실증 인프라로 전환하면 수도권 최근접 방산 클러스터라는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지만, 성패는 결국 국방부·방위사업청과의 협업 역량에 달려 있다.

CORE 5. 광역 도로망 및 교통 인프라 확충은 시민 체감도가 가장 높은 공약군이다. GTX-G 노선 유치, 포천~철원 고속도로, 송우IC 신설, 율정~동교 지방도가 포함된다. 철도 소외에 대한 박탈감이 컸던 포천 시민들에게 GTX-G와 고속도로는 '서울 1시간 생활권'이라는 절박한 요구의 응축물이다. 다만 모두 예비타당성조사와 국가계획 반영이 전제되는 국가사업이라는 점에서, 임기 내 가시적 성과는 중앙정부를 향한 설득의 밀도에 좌우될 전망이다.

내실 강화형 공약: 체질 개선의 과제

CORE 3. 교육혁신선도지역 및 평화경제특구 지정은 인구 유출 방어선이다. 교육혁신선도지역 지정과 포천형 EBS 자기주도학습센터 확대는 교육 문제로 이탈하는 청년층을 붙잡으려는 시도이며, 평화경제특구 지정 추진은 접경지역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유치 포석이다. 교육과 산업이라는 이질적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아야 하는 구조다.

CORE 4. 스마트 농·축산 기반 구축은 포천의 오래된 숙제에 대한 응답이다. 경기북부 최대 축산도시라는 지위 뒤에는 끊이지 않는 악취·환경 민원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ICT 기반 스마트 축산단지, 축산분뇨 자원화·에너지 활용, 미래농업혁신타운 '포천아그리움'은 냄새의 산업을 데이터의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민원 해소와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상충하기 쉬운 두 목표를 함께 풀어야 하는, 난도 높은 과제다.

3. 148개의 무게중심 — 숫자가 말하는 우선순위

10대 분야별 사업 건수는 시장의 정책 우선순위를 그대로 드러내는 지표다.

1 산업·경제·일자리 23건 공동 2 교육·돌봄 / 교통·인프라 각 20건 4 도시개발·주택 18건 5 문화·관광 17건 6 보건·복지 16건 공동 7 공원·녹지·환경 12건 공동 7 농업·축산 / 체육 각 10건 10 안전·행정 2건

해석은 명료하다. 일자리·교육·교통 세 분야에 148건 중 63건, 42.5%가 집중됐다. '먹고사는 문제'와 '떠나지 않게 하는 문제'에 행정력을 몰아넣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반대로 안전·행정이 단 2건에 그친 것은, 관련 사업이 타 분야에 내재돼 있거나 신규 의제 발굴이 상대적으로 더뎠음을 시사한다.

4. 종합 평가 — 148개의 기회, 148개의 리스크

강점: 투명성 관리 인프라

백영현호 공약 체계의 미덕은 사후관리 장치에 있다. 시는 누리집에 공약사업 가계부, 공약관리규정, 공약 실천계획, 공약변동사항, 공약소통방을 별도로 공개한다. 공약을 발표하고 끝내는 방식이 아니라, 재원을 가계부로 추적하고 변동사항을 실시간 공개하겠다는 시스템적 접근이다.

과제 1: 국가 의존도

5대 핵심공약 중 4개가 중앙정부의 지정·승인을 전제로 한다. 교육특구, 평화경제특구, GTX, 고속도로, 방산 클러스터 — 어느 것 하나 포천시 단독의 힘으로 완결될 수 없다. 지방정부의 기획력만큼이나 중앙정부를 향한 협상력이 성패를 가를 변수다.

과제 2: 148개의 과잉

148개라는 숫자는 세심함의 증거인 동시에 선택과 집중이 흐려질 수 있다는 위험 신호이기도 하다. 임기 4년 내 모든 사업을 동일한 온도로 밀어붙이기보다, '정원도시'처럼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와 'GTX-G'처럼 장기 호흡이 필요한 국가사업을 구분하는 로드맵 관리가 요구된다.

결론 — 질문은 던져졌다, 답은 완공에 있다

이번 공약 체계는 결국 포천시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다. 군사도시를 넘어 방산도시로, 축산 민원 도시를 넘어 스마트 농업도시로, 스쳐 지나가는 변방을 넘어 머무는 정원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가.

그 답은 148개의 목록 자체가 아니라, 그 중 무엇을 먼저 완공해 시민이 체감하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설계도는 완성됐다. 이제 남은 것은 시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