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의정부시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는 경기북부 지역 발전 방안과 내년도 예산 편성 방향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사진=박지혜 의원실]
지난 21일 의정부시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는 경기북부 지역 발전 방안과 내년도 예산 편성 방향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사진=박지혜 의원실]

21일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는 장소부터 메시지였다. 수원이 아닌 의정부에서 열렸다. 경기북부의 소외를 끝내겠다는 선언적 선택이다. 현장에서 박지혜 의원(의정부시갑)이 꺼낸 한 마디가 협의회 전체를 관통한다.

"그 1천억원 중 의정부시를 위한 예산은 아마도 0원일 것입니다."

이날 최고위에서 언급된 내년 경기도 접경지역 지원 예산 958억원, 경기도정이 요청한 1천억원 증액안. 경기북부의 형제 도시들에게는 분명 단비다. 그러나 의정부는 그 단비의 바깥에 있다. 접경지역 지원법상 접경지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도권이라서 균형발전 지원에서는 빠지고, 접경지역 남단이라서 접경지역 지원에서도 밀리는 도시. 박 의원이 말한 '소외와 역차별'은 수사(修辭)가 아니라 정확한 행정적 진단이다.

의정부의 역설은 오래됐다. 수원시에 이어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시로 승격한 도시, 경기북부의 맏형이자 서울을 지키는 마지막 관문. 안보를 이유로 개발이 제한되고, 기지가 들어서며 수십 년을 희생했다. 그 희생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오히려 수도권이라는 하나의 이유로 묶여, 지방소멸 대응과 균형발전의 모든 문법에서 배제됐다.

그런데도 의정부는 수도권의 주거 안정을 위한 역할을 묵히 수행해왔다. 이미 조성된 임대주택만 2만호가 넘는다. 지금 공사 중인 우정, 용현, 법조타운 3개 공공주택지구의 공공주택 비율은 60%에 가깝다. 국가가 필요로 할 때 가장 먼저 땅을 내어준 도시가, 국가의 지원이 필요할 때는 가장 먼저 제외되는 구조다. 맏형은 늘 참고, 동생들 몫부터 챙겨주는 법이라지만, 그 인내가 제도의 무관심으로 굳어져선 안 된다.

그래서 박 의원이 당정에 던진 세 가지 요청은 단순한 지역 민원을 넘어, 균형발전의 기준을 다시 쓰자는 제안으로 읽힌다.

첫째는 돈의 공식에 관한 문제다. 미래대응기금 배분과 지방교부세 교부 기준 개편에서, 재정이 극도로 취약한 기초지자체에 대한 가산점을 요구한 것. 의정부처럼 자체 세원은 수도권 규제에 묶이고, 복지·주거 수요는 폭발하는 도시에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공정이 아니다. 균형발전이 인구수나 면적이 아니라, 감내한 규제와 기여도를 함께 보아야 한다는 원칙론이다.

둘째는 발(足)에 관한 문제다. GTX-C 조기 준공과 지하철 8호선 연장의 제5차 국가철도망계획 반영. 의정부 시민이 매일 겪는 교통 고통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도시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결정적 요인이다. 경기북부 광역교통망의 척추가 의정부를 통과해야, 맏형이 맏형답게 북부를 견인할 수 있다.

셋째는 미래의 땅에 관한 문제다. 미군 반환공여지. 박 의원이 "기회의 땅"이라고 부른 그곳이야말로 대통령이 약속한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 실현되어야 할 시험대다. 국회에 계류된 13건의 주한미군반환공여지법 개정안은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반환된 지 10년이 넘도록 빈 땅으로 남아있는 풍경이야말로, 국가가 희생을 어떻게 기억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지표다.

1천억과 0원. 같은 협의회 테이블에서 나온 두 숫자는 경기북부 정책의 모순을 압축한다. 접경지역이라는 법적 정의 하나 때문에, 안보 희생의 중심도시가 지원의 주변부로 밀려나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의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오랫동안 감내해온 규제와 희생에 대한 정당한 정산, 그리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이다. 맏형에게 필요한 건 동정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