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지혜 의원(의정부시갑)의 국감 질의 모습 [사진=박지혜 의원실]](https://nnotwacry2xmbpev.public.blob.vercel-storage.com/articles/1790041366219-y7zel9.jpg)
대지급금 제도라는 이름은 친절하다. 사업주가 임금을 체불하면 국가가 먼저 노동자에게 월급을 주고, 나중에 사업주에게 받아낸다. 노동자의 생계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그런데 그 보루에 구멍이 뚫린 지 오래됐다. 국가는 3조원을 뿌렸고, 70%는 돌려받지 못했다.
박지혜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는 이 제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근 5년간 지급액 3조 1,791억 원. 누적 미회수액 5조 8,558억 원. 회수율 29.7%. 국가가 임금채권자가 된 지 28년 만에, 떼인 돈이 6조원을 향해 간다. 이건 복지제도가 아니라, 체불 사업주를 위한 무이자·무기한 대출제도다.
가장 날카로운 지점은 상위 50개 장기 미회수 사업장이다.
미회수액 44억 7,300만 원, 피해 노동자 806명인 사업장은 6년이 지나도 회수율이 15.2%다. 303명의 임금을 국가가 대신 주고 11년간 23억을 한 푼도 못 받은 곳도 있다. 압권은 16년째 0%인 사업장이다. 306명의 임금을 국가가 대신 지급했는데, 16년 8개월 동안 변제액 0원. 16억 8,800만 원. 고용노동부는 도대체 16년간 무엇을 했나. 민사집행이라는 이름의 무력한 독촉장만 보내고 있었던 것 아닌가.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시스템이 그렇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첫째, 버티면 이기는 구조였다. 정부는 올해 5월에야 회수 방식을 민사집행에서 국세 체납처분 방식으로 바꿨다. 압류까지 290일이 걸리던 절차를 158일로 줄였다는 게 자랑이다. 거꾸로 말하면, 지금까지는 체불 사업주가 1년 가까이 버틸 시간을 법이 보장해줬다는 뜻이다. 28년 만에 바꾼 상식이다.
둘째, 2,000만원이라는 기묘한 면죄부다. 정부는 올해 첫 신용제재를 했다. 1년이 지나도 2,000만원 이상 안 갚은 2,057명.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월평균 회수액이 8억 7천만원에서 34억원으로 4배 뛰었다. 제재가 먹힌다는 증거다. 그런데 왜 기준이 2,000만원인가. 그 기준 아래에서 7,655개 사업장이 빠져나갔다. 이들이 안 갚은 돈만 455억원이다. 그중 177곳은 5년 넘게 버틴 장기채무자다. 1,999만원씩 쪼개서 버티면 제재를 피할 수 있는 구조를 누가 만들었나. 성실한 자영업자는 100만원 체납에도 신용불량이 되는데, 노동자 임금 1,900만원을 떼먹은 사업주는 신용제재 대상조차 아니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수렴한다. 국가는 왜 이렇게까지 호구였나.
대지급금은 세금으로 운영된다. 사업주가 안 갚은 5.8조원은 결국 국민이 메운 돈이다. 노동자 보호는 신속하고 두텁게 해야 한다. 박지혜 의원의 말대로다. 그러나 보호가 두터워질수록, 회수는 더 집요하고 가혹해야 한다. 지금은 앞만 두텁고 뒤는 허술하다. 노동자에게는 최소한의 생계를, 사업주에게는 최대한의 시간을 주는 비대칭이다.
대책은 명확하다. 신용제재 기준을 2,000만원에서 500만원 이하로 즉각 하향하고, 상습·고액 체불 사업주의 명단 공개와 공공입찰 제한을 실질화해야 한다. 국세 체납처분 전환에 그칠 게 아니라, 재산 은닉을 추적할 수 있는 조사 권한을 근로감독관에게 부여해야 한다. 16년간 0%인 사업주가 버틸 수 있었던 건, 버텨도 잃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대지급금 회수율 29.7%는 단순한 행정 실패가 아니다. "임금 체불은 버티면 국가가 대신 갚아준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28년간 방치한 정책 실패다. 노동자의 월급을 국가가 대신 주는 나라는 책임져야 할 사람은 노동자가 아니라, 그 월급을 떼먹고 16년을 웃는 사업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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